의사 출신 국회의원과 의료계
음상준 기자
2012.05.13 20:00 댓글쓰기

의료계가 제19대 국회에 의사 출신 당선자를 대거 배출했다. 의사 면허를 가진 국회의원 당선자만 6명에 달한다.

 

이중 여의사가 3명이다. 새누리당 박인숙·신의연 당선자, 자유선진당 문정림 당선자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모두 초선이지만 의과대학 교수 출신으로 각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평가된다. 여의사 전성시대다.   

 

민주통합당 김용익 당선자는 서울의대 교수이면서 진보계의 대표적 보건복지 학자다. 앞으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의료계의 큰 뉴스로 다뤄질 전망이다.

 

새누리당 정의화, 안홍준 당선자는 각각 5선과 3선 중진으로 거듭났다. 정의화 당선자는 차가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다. 안 당선자 또한 가장 어렵다는 3선 의원이 됐다.

 

이들은 오는 30일부터 4년간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정치 전면에 나선다. 당선자 이력만 놓고 보면 의료계 출신 인사들의 위치가 과거와 사뭇 다르다는 점이 확인된다.

 

의료계는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벌써 이들을 통한 정치 세력화, 의료 정책의 궤도수정 요구가 의료계 내부에서 터져 나올 조짐이다.

 

일부 당선자는 이런 요구에 한껏 부응하는 모습이다. 의료계 도움으로 자신이 당선됐다는 점을 수차례 밝혔다. 의료계는 환호했다.

 

이런 높은 기대감이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비관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보이지 않는다.

 

의료계는 임기를 보름가량 남긴 18대 국회에서 정치력을 절실히 실감했다. 리베이트 쌍벌제 법안이 191대 0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의사협회 집행부뿐 아니라 의사 출신 의원을 향해 분노의 화살이 쏟아졌다.

 

의료계 도움으로 국회에 입성했으면서도 직능을 나 몰라라 했다는 날 선 비판이 심심찮게 들렸다. 취지 현장에서는 타 직능 출신 의원과 비교하며 푸념을 늘어놓은 의사를 적지 않게 봤다.

 

19대 국회에서 이런 모습이 재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의사 출신이니 의료계를 위해 일해달라는 말은 어딘가 불편한 구석이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일한다. 의사도 국민이니 의료계를 위해 일하는 게 틀리지 않다는 주장도 수긍할 만하다. 그럼에도 의료계를 앞세우는 것은 최선의 방법은 아닌 듯하다.

 

국회의원은 법안을 발의하거나 정치적 견해를 밝힐 때 신념과 명분을 중요시한다. 국민에게 이익이 되느냐가 핵심이다. 그걸 잃으면 아무리 훌륭한 논리도 설득력을 잃는다. 쌍벌제가 그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자신이 의사 출신이라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국회의원을 본 적이 있다. 그의 보좌진은 사석에서 직능 출신임이 드러날수록 오해를 받고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그 의원의 행동이 비겁한 것인지는 의료계가 자유롭게 판단할 몫이다.

 

올해는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이다. 대선을 겨냥한 전국의사대회가 열린 것이란 소식이 들린다. 진정한 정치력이 무엇인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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