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의료계 '적과의 동침' 결실 맺을까
2012.03.18 20:00 댓글쓰기

1991년 제작된 조셉 루벤 감독의 미국 영화 ‘적과의 동침’. 의처증과 결벽증을 가진 남편 때문에 불행한 삶을 사는 여주인공의 얘기를 스릴러 형식으로 다뤄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관객들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증오하는 남편 마틴과 잠자리를 해야하는 불운의 여주인공 로라의 기구한 운명에 동정을 보냈다.

 

전세계적 흥행을 거둔 후 이 영화의 제목 ‘적과의 동침’은 탐탁찮은 상대와 일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을 일컫는 표현으로 흔하게 사용돼 왔다.

 

보험자와 공급자. 전혀 다른 지향점으로 불편한 관계를 형성해 온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계가 최근 ‘적과의 동침’에 들어갔다.

 

매년 되풀이 되는 수가협상의 공회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기전으로 ‘환산지수 모형 공동연구에 착수키로 했다.

 

실제 해마다 수가협상을 앞두고 건보공단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공급자 단체들은 협상 논거 확보 차원에서 각각 환산지수 연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그 간극은 커져만 갔다. 공급자 단체들의 연구결과는 물가인상률 등을 감안, 매번 두 자리수 인상이 필요한 것으로 도출됐다.

 

반면 건보공단 연구결과는 오히려 ‘인하’로 나오는 기현상이 되풀이 됐다. 결국 보험자와 공급자가 진행한 각각의 연구는 실제 협상에 반영되지 않는 요식행위로 전락해 버렸다.

 

이러한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바로 환산지수 공동연구다. 불필요한 개별연구 대신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효율적 수가협상을 진행해 보자는 취지다.

 

비록 이번 결정이 지난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수가 결정 당시 합의된 부대조건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첫 시도라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양측은 최근 첫 만남을 시작으로 연중 논의를 진행, 환산지수 공동연구를 위한 제반조건들을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

 

물론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만큼 연구자 선정 등 객관적인 결과물 도출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동상이몽(同床異夢)에 그칠 것이란 비관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수가결정체계 문제점은 너무나 오랜기간 대두돼 왔음에도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때문에 녹록찮은 과정임을 예견하면서도 공동연구에 거는 기대는 클 수 밖에 없다.

 

영화 ‘적과의 동침’은 여주인공 로라가 극악무도한 남편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남편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며 끝을 맺는다.

 

의료 공급자들은 그 동안 정부의 저수가와 통제일변도식 정책에 만신창이가 됐다고 울분을 토한다. 그럼에도 그런 정부와 한가닥 희망을 걸고 공동연구를 결심했다. 정부도 이제는 공급자의 절규에 귀를 기울일 때다. 인내의 한계를 넘은 이들이 언제 방아쇠를 당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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