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 반복 의사단체
2012.03.11 20:00 댓글쓰기

온 나라가 공천으로 떠들석하다. 4ㆍ11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는 전국 246개 지역구에 나설 후보자 공천 마무리단계에 들어갔다.

 

공천이란 일반적으로 정당에서 공직선거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이지만 국회의원에 입후보하는데 정당 공천이 꼭 필요치는 않다. 헌법에서는 무소속의원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공천을 받지 않고도 탈당, 출마할 수 있다.

 

정당 후보자로 선거에 나서 지원을 받으면 당선되기 쉽기 때문에 법적 요건이 아니더라도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미 국회 활동을 하고 있는 의원 외에도 새로 공천을 받기 위한 활동에 나선 의사들의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경선까지 치른 이들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의사협회 지원이라고는 안내서 '선거운동 이렇게 합시다'를 출간하고 강좌를 여는데 그쳤다.

 

의사들은 이미 리베이트 쌍벌제, 의료분쟁조정법의 법제화에 이어 최근 일반의약품 수퍼판매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력 부재를 실감했다. 지역의사회장에 이은 의사협회장 선거에 '정치세력화(political empowerment)' 용어가 꾸준히 오르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 초 열린 신년교례회에서 경만호 의협회장은 "총선과 대선에 의료계가 참여해 불합리한 의료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회원들을 독려했다.

 

최근 취임한 한 지역의사회장은 "4월 총선에 대비, 시군구 지역의사회 단위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후원하자"면서 "힘이 돼 줄 수 있는 의원들에게 힘을 모아줌으로써 의료계가 부활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세력화는 본래 의회 등 국정운영의 상층부에 그 구성원으로서 직접 진입을 하기 위한 활동과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로비(Lobby) 활동을 의미한다.

 

의료계의 로비활동은 회원들의 반발이나 사회적 관심이 일어나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처하기에 급급해 보인다는 정치권의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됐다.

 

평소 정책결정자와의 라포(rapport)가 형성돼 있지 않으니 당연히 단시간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여러 가지 무리수를 두게 된다. 그 성과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밖에 없다.

 

일을 당해서 시작하면 이미 때가 늦음을 의미하는 고사성어로 '갈이천정(渴而穿井)'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목이 마른 뒤에야 우물을 판다'는 것을 뜻한다.

 

이미 정치권과의 소통 갈증을 체험하고 있는 의료계로서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언제까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만을 되풀이할 것인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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