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국산 의료기술이 외국기업에…
2012.02.13 06:43 댓글쓰기

서구화된 생활 습관에 따라 선진국병으로 분류되던 대장암의 국내 발병이 급증하면서 자연스레 대장암 조기발견을 위한 대장내시경 검사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대장암 발생률은 위암 다음인 2위로 뛰어 올라 향후 대장내시경 검사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는 의료기기 기술 수출과 관련한 의미 있는 발표가 있었다. 현재 세계 대장내시경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일본 기업을 단번에 따라잡을 수 있는 대장내시경 기기 개발 기술을 유럽에 수출했다는 발표였다.

 

KIST가 수출한 기술은 자벌레의 이동 원리에 착안해 대장 내에서 내시경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기술로 기존 대장내시경에서 나타났던 불쾌감과 고통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IST는 이 기술과 관련한 기술 특허를 이탈리아 벤처기업에 양도한다는 내용과 함께 “현재 전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올림푸스와 경쟁할 수 있는 제품 탄생이 기대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세계 선두기업을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유럽에 수출된다니 언뜻 보면 대단한 뉴스거리임에 분명했다.

 

그러나 왜 KIST가 이렇게 훌륭하고 뛰어난 기술을 국내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에 팔 수 밖에 없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KIST 관계자는 “기술 개발이 마무리 되던 시점에서 기술이전을 위해 국내 기업들을 물색했으나 기술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어떤 기업도 나서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2005년 기술에 관심을 보인 이탈리아 벤처기업과 계약을 체결했고 이 이탈리아 기업은 상용화를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탈리아 기업이 기술특허 양도료로 지불한 금액은 100만 유로, 한화로 치면 15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KIST의 설명대로 세계적 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이라면 국내 의료기기 업체가 맡아 상용화 하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었다. 기술을 개발한 사업단이 정부 지원으로 움직이는 사업단이었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정부는 의료기기 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지정하고 산업 발전을 위해 R&D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이끼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R&D로 새로운 개발에 나서기 전에 이미 개발된 훌륭한 기술이 국내에서 상용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국산 장비로 대장내시경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 버린 것 같아 아쉬운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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