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조작과 전문의시험 유출
2012.03.04 12:10 댓글쓰기

 기자는 프로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매년 시즌이 돌아오길 오매불망 기다리는 팬들 중 하나다. 비거리 150m로 담장을 훌쩍 넘기는 장외홈런도 좋고, '에이스' 투수의 칼 날 같은 예리한 투구는 생각만해도 짜릿하다. 뭐니뭐니 해도 미리 짜여진 각본에 의한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에 한없이 매료됐었다.

 

한국 4대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으로 시끄럽다. 설마했지만 최근 검찰 조사에서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프로야구 선수의 실명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철썩같이 믿고 있던 프로야구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무너져 내릴 신뢰감을 생각하면  맥이 확 풀린다.

 

비슷한 시기, 의료계에선 외과 전문의시험 문제 유출 사건이 터졌다. 분위기는 흉흉하다. 복지부는 진상 파악에 들어갔고 외과학회는 사건을 덮어보려다 부메랑을 맞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문의시험을 관리, 감독하는 의사협회 역시 곤혹스럽기는 매 한가지다.

 

그 과정에서 의협은 전문의시험이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55회를 이어오는 동안 단 한차례도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표명했다. 뉘앙스 만으로는 책임의 비중을 최대한 줄이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문제 유출이 비단 외과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닐 것이다", "사제간 유대 관계가 돈독한 지방 병원에서는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는 등의 소문이 빠르게 돌고 있는 것과는 동떨어진 해석이기 때문이다.

 

서울 A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문제유출 사건은 전례에 없는 일이지만 예상 문제를 알려주는 것은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전에도 예상 문제가 돌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가끔 의혹이 제기되긴 했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분명한 것은 교묘한 부정행위를 벌인 이번 사건이 전문의시험 자체를 부정하는 일종의 범죄행위라는 점이다. 누군가는 이미 결과를 손에 쥐고 있었다는 얘기이고 더 이상 전문의시험은 객관성과 공정성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문제유출로 미리 '특혜(?)'를 입은 합격자는 명백한 '가짜'다.

 

무풍지대로 여겨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전문의시험 위상에 커다란 흠집이 생겼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한 사람이든, 한 병원이든, 전문의시험에서 탈락됐든, 합격했든 부정행위는 그 자체로서 불법이다.

 

특히 구속력이 없어 외과학회가 끝까지 쉬쉬했을 경우 경찰 수사 외엔 부정을 입증할 길이 없었다는 점에서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밖에 여길 수 없다. 향후 조치에 있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다.

 

일단 수사가 시작됐으니 한 점의 의혹도 남아서는 안된다. 당장 전문의시험 방식을 변경하거나 관리, 감독 주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학회, 의협, 복지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올해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의학회의 수장이 바뀌며 그 어느 해보다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호재가 있다. 하지만 얼룩진 전문의시험 문제유출 사건이 깔끔하게 처리되지 못한다면 기회는 또 위기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승부조작에 휘말렸던 축구 국가대표 출신 최성국씨. 그는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기자회견까지 열어 결백을 호소했으나 유죄가 입증되면서 얼마 전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승부조작도 모자라 사실 자체를 숨기려다 더 큰 배신감을 안겨줬다.

 

'강 건너 불' 정도로 여기다가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수습한다면 때는 이미 늦다. 의료계에서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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