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노조 필요성과 전국의사노조 설립" 제안
김재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의사노조정책이사(동남권원자력병원 흉부외과 과장)
2025.05.26 08:09 댓글쓰기

[특별기고]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2000년, 대한민국 의사들이 국가를 상대로 진료행위 노동권에 대한 보장 및 청구권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누구는 의료대란이라고 하는 의약분업 관련 의사파업이다. 


의사파업은 정부의 준비되지 않은 의약분업 시행에 맞선 사건이다. 이는 저수가로 약가 마진이 불가피한 대한민국 의료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한 것이었다. 


의약분업은 약사의 불법진료 혹은 임의조제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 주요한 쟁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사들이 약가 리베이트를 받기 위해 파업을 일으킨 것으로 매도됐다.


이로인해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하면서 정부가 제도를 강제적으로 밀어붙이면 의사들은 별다른 반발을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일방적 정책의 결과는 의사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전공의는 1년 수련 연장을 불사하고 의대생들은 유급을 결의하며 투쟁하는 등 집단폐업까지 가는 의료파업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대통령이 4차례에 걸쳐 사과를 하는 등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의사들 투쟁력과 조직력은 이전에 단결조차 되지 않던 의사들조차 놀라게 만들었다. 


수십 년간 단일 의료보험자에 의한 강제적 가입으로 원가 이하 저수가와 일방적인 의료정책 밀어붙이기로 국가로부터 침해를 받아왔던 의사들의 억울함이 폭발한 것이다. 


지금까지 의사는 인의(仁醫)를 베풀어야 하며 사익을 추구하는 의사는 비난의 시선을 견뎌야 했고 피곤에 찌든 전공의와 종합병원 의사는 당연한 것으로 드라마나 영화에 비추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모든 의사를 약가 리베이트를 받는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하는 실거래가 상환제 같은 정책으로 의약분업을 왜곡하는 정부에 모든 의사들이 일어나 저항한 것이다.   


2000년 의료파업을 통해 남은 것은 의사들의 저항이 강한 것처럼 보였지만 의사직 포기와 의대생들 유급, 전공의들 사직과 같은 자해적 방식의 폐업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포퓰리즘에 절어있는 정치권에 의해 제기된 윤석열 정부의 근거 없는 2000명 의대정원 확대에 맞선 의사들의 투쟁 또한 의대생들의 대규모 유급, 제적과 1만여 명의 전공의 사직으로 처절하게 투쟁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정책을 결정할 때 전문직 의사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정치적 입맛에 따라 무책임한 정책을 밀어붙이며 의사들을 장기판의 말처럼 제멋대로 몰아가고 있다. 


원가 이하의 저수가 정책과 대형병원 위주의 정부 보조금 살포로 기형적인 수도권의 박리다매식 메가급 병상을 갖춘 병원들만 생존하는 것과 공공병원을 비롯한 지방의 병원들은 몰락하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결과를 의사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원가 이하의 보험수가로 개원가는 비급여 진료로 내몰리고 필수의료는 기피하게 되는 당연한 결과를 의사들이 공공 의료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강제하기 위해 진료 지역과 진료과를 강제하는 의료노동 정책까지 담은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고 한다. 


삼국시대의 향, 소, 부곡처럼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는 노예를 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하기는 이미 의사들은 헌법에 사직의 자유가 보장된 일반 국민과 달리 의료법에 사직의 자유를 제한 당한 노예에 가까운 전공의들이 있기는 하다. 


더 이상 의사의 노동권을 스스로 지켜내기 위한 강력한 투쟁 조직을 만들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의사들은 월급 많은 노예의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단결권·단체행동권·단체교섭권 보장하는 의사노조 결성" 제안


국가의 강제적 노동, 직업 선택의 자유 말살과 진료권 파괴를 벗어나기 위해 단결권, 단체행동권,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의사노조 결성을 제안한다. 


이미 몇 개 대학 병원 및 공공병원, 종합병원의 의사노조는 설립돼 있다. 


개원의사는 단독으로 노조를 결성하기 어렵지만 전체 의사 직종 중 대략 80%는 봉직의 (대학교수, 전공의, 공중보건의, 전임의, 군의관 포함) 형태이기 때문에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러한 의사노조의 등장에 타 직역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도 있지만 의사가 무슨 노조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미 기득권 세력으로 노동자임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미국, 유럽의 다수의 국가에서 역사적 뿌리가 깊은 의사노조가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6년 전공의 노조가 법적으로 노조 결성을 인정받았다. 


2018년에는 공공병원인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의사노조가 최초로 단체 교섭권을 인정받으면서 이후 타 병원 의사노조들도 설립돼 병원의 경영진과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의사들의 권리인 진료권을 수호하며 환자 안전을 위해 진료의 주축인 일반 의사들이 병원 측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의사노조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며 전체 의사들의 의견을 담을 수 없는 현실이다. 


전체 의사들의 권익 보호와 대정부(복지부와 건보공단) 교섭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병원들만의 의사노조 단체가 아닌 전체 의사직역 노조들을(봉직의, 개원의, 의대교수, 전공의 노조) 담을 수 있는 전국 의사노조 협의회를 구성해 직역별 의사노조들이 모여 하나의 전국 단위 의사노조를 조직해야 할 것이다. 


각 병원의 현실에 맞는 형태의 의사노조를 조직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는데, 상급단체가 없는 중앙보훈병원, 성남시의료원 같은 독립 의사노조, 상급단체가 없는 아주대학교,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노조, 민주노총과 같은 상급단체가 있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의사노조와 같은 형태가 있으니 이에 맞춰 노조를 결성할 수 있겠다. 


건보정책 심의위원회나 건보재정 운영위원회에서 의료계 대표자로 의협이나 병협이 참여하고 있지만 다른 협상 참여 단체(시민단체, 소비자단체, 공무원, 정부 측 전문가 등) 속에 파묻혀 전체 의료공급자의 의견은 의도적으로 무시되고 있다. 


이런 불합리한 의료정책 시스템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국의사노조가 결성돼 대정부 협상 단체로 나서야 하며, 추후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에도 참여해 의사들 진료권 수호와 환자 안전에 진료의 주축이 되는 의사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할 것이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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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35 06.04 17:44
    인권과 노동권을 무시하고 노예처럼 부려먹는 대학병원 교수들을 처단해야 문명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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