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휴가·임금삭감 내몰리는 비통한 중소병원 직원들
'코로나19 적극 대응 결과가 오히려 환자 감소 초래하고 정부 지원은 전무' 호소
2020.05.25 06:0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코로나19로 중소병원들이 그로기 상태에 몰렸다.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는 대형병원들과는 달리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으로 어려워지고 있던 와중에 이번 코로나19가 결정타가 된 모습이다.
 
지난 22일 보건의료노조 1층 희망터에서는 민주노총 위원장과 보건의료노동자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최근 IMF 발생 이후 22년 만에 노사정 대표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병원 근로자들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울분을 토해냈다.
 
병원 직원들은 중소병원의 경우 직원 월급을 삭감하거나 무급휴가를 권고하는 고육지책까지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인천사랑병원 송수명 지부장은 “경영 악화로 금년 3월부터 병원 측이 무급휴가와 가족돌봄휴가를 적극 권장했다. 말이 권장이지 직원들은 눈치를 보면서 휴가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급기야 인천사랑병원은 직원들에게 5월에는 급여를 60%밖에 지급하지 못한다는 통보를 한 상황이다.

병원은 다음 달에 나머지 40%를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송 지부장의 설명이다.
 
경남 거제시에 소재한 대우병원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우병원 김영민 지부장을 대신해 발언한 보건의료노조 박노봉 수석부위원장[사진]은 “대우병원의 경우 인건비 비율이 85%에 육박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무급휴직이 상시화됐고 정규직으로 채워야 할 공간도 전부 비정규직으로 대체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역할 등 충실한 결과가 독(毒) 될줄이야"
 
특히 간담회 참석자들은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찾아내는 등 지역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한 결과로 오히려 병원 재정상태가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중소병원들에 대한 정부 대책은 부족하다는 것이 병원 직원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신천연합병원의 경우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입원 및 외래환자가 급격히 감소했다. 원내감염이 아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확진된 것임에도 환자 발길이 끊기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박선용 신천연합병원 지부장은 “정부 정책에 맞춰 병원 출입을 통제하고 선별진료소, 안심진료소 등을 설치·운영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나 보상은 전무”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우병원은 공공의료기관이 없는 지역 상황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선별진료소를 운영했다. 지역 1번 확진자가 병원 선별진료소에서 나온 뒤 내원 환자가 줄었지만 이후에도 지역내 6번 환자가 나올 때까지 4명을 발견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대우병원이 확진자를 다수 발견한 후 환자가 급감하는 것을 지켜본 지역의 다른 병원들은 선별진료소를 소극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병원들은 그나마 상황이 괜찮지만 대우병원은 인근의 44개 병원 중 가동률이 최하위로 추락했다”며 “결국 병원은 추후 코로나19 2차 유행이 올 때 이전과 똑같은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기준 완화하고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 중소병원도 포함시켜야"
 
참석자들은 "고사 위기에 놓인 중소병원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선 대출 기준을 완화하고 일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제도를 중소병원에도 적용토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선용 지부장은 “현재 메디칼론을 이용하고 있는 중소병원은 추가적인 대출도 여의치 않고 건강보험 요양급여비 선지급 대상에서도 제외된 상태”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박노봉 수석부위원장은 “의료법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중소기업 지원제도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고용유지지원금도 신규채용이 없어야 받을 수 있는데 의료기관 특성상 신규채용이 불가피하다보니 사실상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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