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포형 림프종 환자들 '희망 고문' 언제까지 외면'
조재철 교수(울산대학교병원 혈액내과)
2018.06.19 18:57 댓글쓰기

“희망은 최악의 재앙이다. 인간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

서양 철학가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이다.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희망’이 때로 누군가에게는 ‘고문’이 되기도 한다. 진료를 하며 희망고문에 시달리는 환자를 종종 만나게 된다.
 

최근 내원한 60대 여포형 림프종 환자가 그렇다. 림프종으로 진단 받는 대부분의 환자가 그렇듯 그는 먼저 생소한 질환명에 암담해 했다.

적극적으로 항암 치료를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희망적인 말을 건네며 어렵게 치료 의지를 높였지만, 환자는 이내 실망하게 됐다.

좋은 항암효과를 보이는 치료제가 있었지만 비급여 본인부담이라는 상황에 다른 치료제를 사용해야 했던 것이다. 여포형 림프종 발생 환자는 연간 150여 명 미만이어서 치료 접근성 강화에 대한 목소리를 모으기 쉽지 않다.

다행히 심벤다, 임브루비카 등 림프종 분야에 새로운 치료제가 계속 등장하며 환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긴 하지만, 작년 8월 여포형 림프종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한 심벤다는 아직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국내 의료 환경에서 환자들에게 손에 닿을 듯 닿지 않고 있다.


다른 림프종과 유사하게 여포형 림프종은 60대 이상 고령환자가 많아 치료효과와 독성의 균형을 고려한 치료법 선택이 중요하다.

미국 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NCCN)도 여포형 림프종 환자 치료 지침에 고령 및 항암제 독성이 취약한 환자를 위한 치료법을 따로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도 비교적 항암치료 독성 프로파일이 양호한 치료법이 도입되어 있지만 현재 급여적용 케이스가 드물어 실질적 접근성이 낮은 편이다.

문제는 비용 때문에 기존 표준 치료법으로만 치료 받는 고령 환자들의 경우 말초신경병증이나 혈액학적 독성 등 치료로 인한 부작용 위험이 치료 이득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효과 좋은 약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급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여포형 림프종과 같이 환자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연령이 대부분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림프종은 치료옵션 자체가 많지 않을뿐더러, 환자 수도 적은 편이라 사회적 관심 및 정부의 지원으로부터 소외되는 일이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환자들의 실제 이익을 위한 급여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과 호주 등은 치료제 급여화 여부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독립적인 기구 및 전문인력을 갖춰, 효과를 인정받은 치료제는 환자들이 비용 부담 없이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자 보장성 강화를 위해 적응증을 획득한 치료제부터 급여화를 우선 검토하고, 환자 수가 적은 희귀질환의 국가적 관리 및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환자 수가 적더라도 치료의 사회적 필요성과 시급성이 있다면 빠른 급여화 검토가 고려돼야 한다. 여포형 림프종 환자와 가족들이 더 이상 희망고문 당하지 않도록, 정부의 관심 및 실질적인 지원이 강화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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