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조건부 명예퇴직 신청과 의원 사직
최민호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2018.05.07 18:30 댓글쓰기
일정한 법률효과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 표시행위를 의사표시라고 한다.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에 불가결한, 본질적 구성요소이다.
 
한편 의사를 표시한 사람의 내심과 외형적 표시행위로 추단되는 효과의사가 일치하지 않은 것을 의사표시 흠결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원인이 돼 법적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제출한 사직서 의미와 이와 관련된 사용자의 확인의무가 문제된 사안이다.(대구고등법원 2016. 10. 19. 선고 201612 판결).
 
A간호사는 1995년부터 2015년까지 B의료원에서 근무했다. 2012년부터 건강악화로 병가와 복직을 반복하던 중 퇴직을 결심했다.
 
이에 A씨는 사직서와 명예퇴직원, 명예퇴직수당지급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B의료원은 예산 등 사정을 이유로 A씨 명예퇴직 신청을 반려하는 한편, 면직을 결정했다.
 
이에 A씨는 명예퇴직을 위해 명예퇴직원, 명예퇴직수당지급 신청서와 함께 사직서를 제출한 것일 뿐 명예퇴직 신청과 별도로 의원사직 의사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B는 신청서를 접수하고 A씨의 진정한 의사(명예퇴직인지, 의원면직인지)를 확인해야 할 사회통념상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제출한 사직서에 확정적 사직 의사표시가 명확하게 기재돼 있을 뿐 명예퇴직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 사직하고자 한다는 취지가 기재돼 있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또한 A씨B가 예산상 부득이한 경우 명예퇴직 범위를 제한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던 점, A씨는 명예퇴직 신청이 반려됐음에도 사직서에 기재한 퇴직일 다음날부터 스스로 출근하지 않고 복직을 요청하지도 않은 점 등에 비춰 A씨 의사를 조건부 명예퇴직신청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A씨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사직의 의사를 밝힌 후 B에게 확정적인 사직 의사표시가 기재된 사직서를 제출한 이상, A씨 진정한 의사가 조건부 명예퇴직인지, 의원면직인지를 다시 확인해 서류 보완 등을 실시해야 할 사회통념상 의무가 B에게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A씨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어떤 근로자가 사직서 등을 제출할 때 실제 어떠한 의사를 가졌는지는 근로자 자신만 알 수 있다.
 
그러나 근로자가 어떤 내심의 의사를 가졌는지가 법적쟁점이 되면 법원은 제3자 입장에서 사직서에 기재된 문구와 사직서 제출 전후 근로자의 행동 등을 바탕으로 근로자의 의사를 추단하게 된다.
 
특히 사직서와 같은 처분문서는 이에 대한 반증이 있거나 그 문구에 기재된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것으로 볼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그 증명력이 배척되고, 그에 대한 입증책임은 처분문서의 증명력을 부인코자 하는 자가 부담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들이 무심결에 하는 행동 속에도 가볍지 않은 법률적 쟁점이 내재돼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근로관계에 있어 근로자나 사용자가 상대방에게 하는 의사표시는 그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주변 법률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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