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비스 산업화를 위한 '싱가포르 전략'
선경 교수(고대안암병원 흉부외과)
2013.10.27 20:00 댓글쓰기

싱가포르는 의료서비스 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지목했다.

 

연간 해외환자 100만 명을 유치해 의료수익을 내고, 거기다 ‘medicine + tourism’을 붙여서 연간 15억$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수익은 자국민의 의료복지에 투입되고, 동시에 1만3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측한다. 

 

문제는 서울특별시만한 크기에 인구가 500만명 밖에 안 되는 도시국가에서 해외환자 100만 명을 담당할 의료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는가이다. 전 국민을 의사와 간호사로 만들어도 부족할 테니 말이다. 다양한 해외환자들을 위한 언어 문제도 그렇고 등.

 

싱가포르는 의사 면허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단, 세계 최고 160개 의과대학 졸업생에 한해서다. 선정 기준은 싱가포르 정부와 의사회가 자체적으로 정했다. 한 마디로 싱가포르가 일방적으로 평가하고 선정한 것이다. 이때 흥미로운 부분은, 평가 대상이 병원이 아닌 대학이었다는 점이다.

 

지정된 160개 의과대학의 졸업생들은 싱가포르 병원에서 독립적인 진료가 가능하다. 물론 당장 혼자 개업하는 것은 어렵다. 싱가포르 의사면허 제도는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독자적인 개업이 가능한 3등급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몇 년 동안의 추가과정이 필요하다.

 

세계 160개 의대 중에는 우리나라 3개 의대가 포함되어 있다. 그 대학들 중에는 싱가포르 정부 요원을 초청해서 의사인력 진출에 대해 소개를 받은 바 있다. 졸업한 개원의 까지 참석해 경청하는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어려운 의료 현실을 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 의사들도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발견하기도 했다.

 

또한 그 160개 대학들과 나란히 어깨를 겨뤘다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해당 대학은 현재 본과 4학년 자유실습 교과과정에서 싱가포르 연수를 선택할 수 있다. 일부 졸업생은 전공의 연수나 취업을 시작하였는데, 그 경우는 싱가포르에서 모든 비용을 댄다.

 

자교 졸업생의 싱가포르 진출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 나라의 의료실력이 우리보다 뛰어나거나 의료시장이 커서가 아니다. 싱가포르는 과거 영연방(Common Wealth)에 속했던 국가다. 싱가포르 면허와 수련경력은 영연방 국가들과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포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서비스 교역에서 인력의 왕래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규정한 GATS 협정에서 'mode 4'에 해당한다. 의료서비스 교역에서는 면허 문제가 장벽이었는데, 싱가포르 의사면허 개방은 우리에게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싱가포르는 의료산업화에서 서비스에 집중하는 롤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국산화보다는 완제품을 사서 해외환자 진료수익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싱가포르가 조그마한 자국 의료시장의 틀 속에서 싱가포르 의사들의 이익만을 보호하며 의료복지 논리에만 빠져있었다면, 이처럼 과감한 인력시장 개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싱가포르. 서비스와 교역으로 성장하는 나라로, 보고 있자면 과거 실크로드 시대에 번성했던 사마르칸트가 떠오른다. 싱가포르는 현대판 실크로드의 핵심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지식과 금융의 카라반들이 모이는 오아시스 환경이랄까.

 

외국에 나가보면 대한민국 의료가 얼마나 편하고, 한국의사들 솜씨가 얼마나 훌륭한지 알게 된다. 요즘은 미국의 한인의사회도 모국의 의료수준을 인정하고 한국 의사의 실력을 한수 알아준다.

 

필자가 20년 전 미국연수 시절에 받았던 대접하고는 전혀 다르다. 한국의사들이 특별하다기 보다는 한국사람 자체가 우수해서라고 본다. 이처럼 우수하고 경쟁력 있는 우리 의사들이 척박하고 어려운 국내시장에서 고사되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국민소득 2만$과 4만$의 차이는 의료서비스 산업화 전략에서도 발견된다. 말레이반도 끝에 자리 잡은 인구 500만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의료산업화 국가전략을 통해, 한반도 끝에 자리 잡은 인구 5000만 대한민국의 의료산업화 국가전략을 유추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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