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중심 갑상선 세침검사 원스톱 서비스
우정택 교수(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센터)
2013.08.11 20:00 댓글쓰기

최근 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해가고 있으며, 특히 갑상선 암에 대해서는 환자들도 순한 암(?)이라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됐다.

 

그러나 수년 전만 해도 갑상선에 결절이 발견되면 환자들은 암이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매우 노심초사 하곤 했다.

 

의사 입장에서는 갑상선 결절이 암이라고 하더라도 응급으로 진단과 치료를 시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의 입장이 매우 상반되는 대표적인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1990년대 초 임상강사 시절 혼자 도맡아 하던 갑상선 세침검사는 고작 1년에 200건이 채 안되었다.

 

그러나 직접 세침검사 후 기사가 염색해 준 결과를 판독해서 교수님들의 바로 다음 진료시간까지 결과를 신속히 내보내야 했다.

 

매우 바쁜 임상강사 시절 항상 결과 재촉에 시달려야 했으며, 교수님들이 왜 이렇게 급하게 서두르는지 항상 불평하곤 했다. 물론 시간이 흘러 필자가 직접 외래 진료를 보게 되면서 점차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세침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환자 심적 불안감 ↑

 

갑상선 결절로 진단받고 세침검사를 위해서 의뢰돼 온 환자들은 거의 초죽음 상태가 대부분이었다. 1명 이상의 가족을 항상 동반하고 있었다. 어떤 경우는 전 가족이 다같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암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떻게 해서든 빨리 결과를 알고자 하는 초조함이 금방 눈에 보였다. 당시에는 세침검사 염색과 판독이 내분비내과에서 병리과로 이전된 상태였다.

 

내분비내과에서 세침검사를 시행하더라도 결과는 거의 1~2주가 결려야 알 수 있었다. 어떤 환자는 일주일 만에 결과를 보러 왔는데 거의 하룻밤도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하였으며, 식사를 거의 못해 확연하게 눈에 띄일 정도로 체중이 빠져있었다.

 

다행히 결과가 양성으로 나온 환자가 수도 없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환한 얼굴로 진료실을 나가는 것을 보면서 갑상선 세침검사의 시술과 염색 및 판독은 다른 검사에 비하면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그러한 환자들의 고충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존에는 내분비내과에서 임상강사들이 세침검사를 일부 시행하고 있었으며 영상의학과에서도 시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촉진되지 않는 결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초음파 장비가 없으면 거의 세침검사를 시행할 수 없다.

 

따라서 영상의학과에서 시행할 수 밖에 없었으며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염색과 판독을 맡고 있는 병리과 역시 같은 이유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들의 도움 없이는 환자들에게 쓸데없는 심적 고통을 안겨줄 수 밖에 없었다.

 

심적 고통 경감 위해 각 과 협진방안 모색

 

하지만 의료인의 입장에서 손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우선 그들에게 환자들의 말할 수 없는 심적 고통을 공감시키려고 노력했다.

 

일단 영상의학과에서 인력이 부족하다면 내분비 임상강사들이 영상의학과에 가서 시행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영상의학과에서는 기꺼이 내분비내과의 초음파 장비 구입을 허락하였으며, 영상기사도 보내주었다.

 

해부병리과에서는 자동염색기를 도입하게 되면 교수들이 돌아가면서 매일 일정한 시간에 판독해주기로 약속하였다. 그래서 병리과와 내분비내과가 공동으로 병원장을 면담하고 이러한 사정을 설명하고 자동 염색기의 구입을 추진해주기를 부탁하였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너무 고가 장비인 관계로 시간이 지연되었으나 병리과에서는 한발 양보해 조금 가격이 저렴한 자동염색기를 구입하기로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운영계획과 장비 및 인력의 보충에 대한 기안을 작성하고, 병원당국을 설득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많은 의료진들과의 조정과 절차에 시간은 걸렸지만 결국 갑상선 결절 One-stop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지역 개원의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홍보하였으며 환자를 의뢰하게 되면 당일 오전 세침검사를 시행 후 오후 4시쯤에 결과를 통보해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따라서 경희대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은 몇 시간 만에 결과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심적 고통을 겪지 않게 됐다.

 

이러한 일을 수행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었다. 환자를 보는 의사로써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최상의 치료를 하는 것이 의사의 절대적인 사명이지만 그 과정 중에 겪게 될 수 있는 불 필요한 환자의 심적 고통을 이해해야 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전문분야로 세분화 되어 있는 각 과의 역할분담이 오히려 환자의 진료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으며, 각 과의 높게 쌓아놓은 담과 소통 없는 영역은 오히려 환자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환자를 위해 이러한 담을 허물고 영역을 공유한다면 지금보다 더 환자들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의사와 병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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