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인력개편안 무엇이 문제인가
박현애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전국 간호사 모임 공동대표(서울대 간호대학장)
2013.07.28 20:02 댓글쓰기

보건복지부는 2월 14일 간호교육의 주체인 간호대학, 간호사와 간호서비스를 받게 될 환자와 국민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간호인력개편안을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와 동의를 전혀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간호인력개편안의 핵심은 현재 간호조무사(고졸)-간호사(대졸)로 구성된 2단계 간호인력을 하나의 정체성을 갖는 ‘2급 실무간호인력’(고졸)-‘1급 실무간호인력’(2년제 대졸)-간호사(4년제 대졸) 3단계로 개편하고, 소정의 경력과 교육을 받으면 상위직급으로 옮겨갈 수 있는 경력상승체계로 요약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간호인력개편안을 내놓게 된 배경으로 현재 간호조무사 양성과정 및 질 관리 문제와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사 부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간호조무사 양성과정 및 질 관리 문제와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사 부족은 성격이 서로 다른 문제로 학제가 다른 두 인력을 하나의 정체성을 갖는 체계로 통합하고 새로운 2년제 ‘1급 실무간호인력’ 교육제도와 경력상승체계를 도입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간호조무사의 양성과정과 질 관리 문제는 복지부가 수급관리 및 질 관리 방안, 자격관리 체계 등의 연구를 통해 해결할 과제다. 
  
문제는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1급 실무간호인력’ 교육제도와 경력상승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지방 중소병원 간호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간호대학 입학 정원 증원 정책을 도입하여 2003년 12,245명이던 입학생수가 2012년 21,347명으로 늘었고, 2010년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학사편입 정원을 30%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추가로 도입하여 2015년이 되면 적어도 2만명 이상의 신규 간호사가 배출될 예정이다. 이러한 규모의 배출은 우리나라의 현재 취업 간호사 수의 약 1/6에 해당된다.

 

이처럼 대량으로 간호사가 배출되는 상황에서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사 부족은 간호사의 양적 공급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 중소병원의 낮은 급여와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간호사들의 취업을 기피하고, 쉽게 이직하는 지역간, 의료기관간 수급 불균형의 문제이다. 앞으로 대량으로 양산되는 간호사들이 고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고, 지방 중소병원에 간호사들이 취업하고 머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지방 중소병원에서 간호사 부족을 2년제 ‘1급 실무간호인력’으로 채운다면 거주 지역과 이용하는 의료기관의 수준에 따라 환자가 다른 수준의 간호서비스를 받게 되어 안전하고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받을 국민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다.

 

간호사의 교육 수준과 환자안전 간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국내외 많은 연구로 입증된 바 있다. 이에 우리나라 복지부도 2011년 수준 높은 대국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3.4년제 간호교육제도를 4년제로 일원화하여 2015년부터 모든 간호대학을 4년제로 전환하고 간호의 질 향상을 위해 간호교육 인증제도를 도입하여 2017년부터 간호교육 인증평가 기관 졸업자에 한하여 면허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2년제 ‘1급 실무간호인력’ 교육제도 도입과 경력상승을 허용하는 것은 정부의 무계획적이고 비일관된 정책결정을 여실히 보여줄 뿐 아니라, 국민들이 받는 간호서비스의 질을 하향 평준화하고 이로 인해 환자 안전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또한 간호사의 최저 학력 수준을 학사학위로 높이는 국제표준과 간호교육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고 있는 국제적인 흐름과도 역행하는 것이다.
 
특히 경력상승체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제도로 현재 간호사 교육체계와 면허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것이다. 간호사가 되려면 간호대학에 입학해서 엄격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면허시험을 거쳐 국가로부터 면허를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정의 경력을 쌓고 교육을 받으면 다음 단계의 간호인력이 될 수 있는 시험을 볼 자격을 준다면 간호사들도 소정의 경력을 쌓고 교육을 받으면 의사 면허시험을 볼 자격을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경력상승체계의 도입은 다른 직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평균수명 연장으로 노인환자와 복합질환자 증가로 어느 때 보다 환자에 대한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고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갖춘 간호사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팀을 이룬 여러 등급의 간호인력이 환자의 간호문제를 세분화하여 담당한다면 환자에 대한 통합적인 정보를 얻지 못해 통합적이고 연속적인 간호를 제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의료사고 발생시 법적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우려가 있다.
 
이처럼 보건복지부의 간호인력개편안은 간호교육 및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국민적인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공청회 한번 없이 지금까지 추진한 정책과 일관성도 없는 이 안을 졸속으로 만들었다. 졸속으로 만든 복지부의 간호인력개편안으로 인해 교육 및 의료현장에서의 혼란과 환자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복지부는 국민들의 거주지역, 방문 의료기관의 규모와 상관없이 안전하고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민건강권을 수호하는 입장에서 간호인력개편안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지방 중소병원에서 간호사 인력부족을 간호사의 양적인 공급 확대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지역 그리고 의료기관간 불균형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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