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간호사, 내가 선택한 길'
민정현 간호사(서울백병원 비뇨기과)
2013.05.12 20:00 댓글쓰기

필자는 서울백병원의 경력 6년차의 비뇨기과 전담 남자간호사다. 필자가 대학에 입학할 때는 IMF가 터진지 2년이 채 안되던 시절이었다. 취업난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어머니 권유가 있어 나는 좀 특이하지만 간호사의 길을 걷는 것은 어떨까 고민하게 됐다.

 

백의 천사, 남자니까 백의 전사가 돼 인간의 귀중한 생명을 소중히 다루며,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일부 가진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희소성의 가치가 있어 취직이 잘 되고 괜찮은 연봉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양심상 없지는 않았다.

 

여자의 전유물로 생각됐던 간호과에 입학하였을 때 순풍산부인과에 나왔던 표간(표인봉님)이라고 놀림을 받은 적도 있었다.

 

현재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기억을 돌이켜보면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다. 실습 중에 다른 성별이라는 이유로 눈에 잘 띄는 것도 스트레스였고 어르신들은 ‘남자가 왜 그런 걸 하느냐’, ‘고추 떼야겠네’ 라는 농담도 많이 했다.

 

그럼에도 위축되기보단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하니 나에게 농담을 했던 분들과 더 친해지고 잘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실수도 많이 했지만 ‘나 때문에 피해보는 사람은 없겠지’하는 걱정에 나름대로 열심히 밤잠을 설쳐가면서 공부하고 반복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병원에 방문하시는 분들에게도 따뜻한 인사와 정감있는 말 한마디를 던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다.

 

시간이 오래 흐르면서 과거 대학을 선택할 때 들었던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진심으로 인간의 귀중한 생명을 소중히 다루며, 사랑하는 마음이 나 자신에게 가장 만족감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현재까지도 여러 번의 재수술과 항암 치료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도 병원에 오시면 꼭 인사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어 빨리 쾌차하시는 마음이 간절하다.

 

현재 남자 간호사는 응급실, 중환자실, 정신과, 수술실과 일반병동까지 폭넓게 업무를 하고 있다. 또한 요즘 들어 선후배를 보면 2년간 경력을 쌓고 자격이 갖춰지면 소방구급대원 및 교정직(교도관)등으로 진출하는 남자 간호사가 많아졌다. 그 외에 제약회사부터 학교, 요양원, 중소병원, 해외로 나가며 많은 곳에 진출해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박사학위 소지자나 대학교수로 진출한 경우도 많다고 하며 개원의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사무장 겸직으로 남자 간호사를 선호 남자간호사 인기는 계속 될 전망으로 본다. 이렇게 보면 대형병원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도 있으며 능력만 있으면 연봉도 올라 갈 수 있다고 본다.

 

예전과 비교하면 남자간호사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지고 남자간호사협회가 생겼으며 점점 더 남자 간호사들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 질 것이라 예상한다. 필자는 남자간호사로서 창피한 적도 있었지만, 적어도 자신의 선택은 후회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가야한다는 생각이다. 남자 간호사라는 말이 앞으로 더 친숙하게 들려올 날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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