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고용률
안순범 데일리메디 대표
2012.07.20 17:51 댓글쓰기

최근 매주 한 번씩 한 달 이상 치과를 다니고 있다. 주로 토요일 오전에 가는데 이 동네치과는 꽤 잘된다. 원장이 네 곳의 의자를 쉴 틈 없이 돌면서 환자를 본다. 원장 뿐 아니라  젊은 간호사들(치위생사가 더 정확할 듯) 역시 상냥하고 싹싹하게 대한다.


이곳에는 원장을 제외하고 5명의 직원이 있다. 코디네이터 역할의 여성을 포함 5명 모두 20대 중후반으로 젊다. 동네치과 규모 치고는 직원이 많은 셈이다. 5명 고용이 가능한 구조라면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올 초 다니던 내과를 찾았던 적이 있다. 간호사가 2명이었는데 1명으로 줄었다. 원장의 말을 들어보니 2명을 쓸 만큼 수지가 안 맞는 단다. 환자들이 꾸준히 오는 의원으로 알았는데 간호사를 줄일 정도라면 여건이 녹록치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 원장은 “갈수록 환경이 어렵다”며 “내보낸 간호사한테는 미안한 마음이 적지 않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주변에 경영이 어려워 축소 이전하거나 문을 닫는 의료기관이 많아지는 실정이다. 서울 강북지역에는 경영난으로 임금이 체불된 중소병원이 공공연히 회자된다. 지방으로 가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의 전반적 정서다.


비교한 두 곳의 규모는 오히려 내과 쪽이 조금 더 크다. 하지만 고용률은 치과가 다섯 배나 높다. 동네 치과임에도 고용만 본다면 소규모 중소기업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요즘 흔한 말로 ‘사회적 기업, 또는 착한 기업’의 일종인 셈이다.


나라 전체가 ‘복지’ 논쟁으로 뜨겁다. 한국형 복지의 방향성을 놓고 갑론을박 치열하다. 무상보육, 무상교육에서 무상의료에 이르기까지 무상 시리즈가 봇물 터지듯 한다. 선별적 복지인가, 아니면 보편적 복지가 먼저냐를 놓고도 찬반 논쟁 역시 뜨겁다. 올 연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에서는 이 같은 복지 논쟁이 최대 쟁점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승부를 결정지을 관전 포인트로서도 작용할 것이다.

 

인구 고령화와 계층 양극화 심화 등이 다른 나라보다 급속히 진행되는 대한민국에서 보편적  복지의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적정한 재원(財源)으로 최대의 효율을 이끌어 내면서 실행해 나가느냐 여부다.


이 부분에선 건강보험재정도 중요 이슈에 포함된다. 노인의료비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재정 건전성은 매우 중요하다. 해마다 누적 적자가 쌓이면서 재정이 위험하다는 적신호가 이를 반증한다. 재정 위험도에 비례해서 역(逆)으로 대형병원을 포함, 전체 의료계에 대한 압박은 그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재정의 손실과 누수를 메우는 주요 대안으로는 방향이 잘못됐다고 본다. 물론 부당 및 허위청구, 환자를 진료비나 거둬들이는 상품으로 보는 부정한 의사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국가 재정의 투입 여력은 정치적 고려 사안으로 극소화하면서 의료계 등의 부도덕에서 야기된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리베이트만 해도 그렇다. 사실 리베이트가 양성화된 것은 정부가 묵인한 탓이 크다. 의료계는 저수가, 제약계는 복제약 활성화를 통한 저가약 공급 등을 정책적으로 용인해주면서 ‘불법의 합법화’가 시장처럼 형성됐고 관행화된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의약계에 만연한 리베이트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습(惡習)이다. 하지만 그런 구조를 가능케 했던 정책 당국의 책임 소재 규명과 사과는 한마디도 없이 모든 책임을 의료계나 제약계에 떠넘기는 것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고통 감내에 동참하라고 해도 의료계나 제약계 같은 의료서비스 공급자 입장에 대한 배려는 상당히 부족한 느낌이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는 의료서비스 수혜자, 즉 국민적 관점이 일차적이지만 제공자인 공급자들의 역할과 그들의 미래, 나아가 산업과 고용 등의 연관성을 제고할 수 있는 고민도 병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복지에는 돈이 들어간다. 갈수록 더욱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다. 한번 투입된 돈은 다시 빼내올 수 없고 복지에 들어간 돈은 때로 생산성과 상충되기도 한다. 결국 최적의 복지는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적정한 소득 재분배와 함께 있는 돈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수행하는 것이 최상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최선책은 당연 일자리 창출이고 고용 확대다. 보건의료 분야의 고용 유발 효과가 가장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나 연구기관이 내놓는 통계에서 이는 수차례 확인됐다. 동네 빵집, 동네 떡복이집의 상권 확보 같은 관심에 더해져 동네 의원이나 치과 등의 고용률 제고 정책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의료기관에 삭감의 칼날만 휘두를 것이 아니라 고용 증대에 노력하는 곳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기형적인 대형병원 집중화 현상을 깨면서 동네 의료기관들이 고용창출이라는 국가적 아젠다에도 부합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소규모 의료기관이 국민건강의 기본 축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고용의 한 축으로서도 기능을 수행해 나가기를 희망해 본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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