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의협 회장에 바란다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2012.05.06 22:27 댓글쓰기

일찍이 젊은 회장이 10만 의사들의 메시아가 되어 줄 것으로 믿고 세웠던 때가 있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었다. 이 분들이 나름 열심히 노력을 했겠지만 협회장으로서 보여준 미숙함은 회원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만큼 10만 회원들의 가슴에 맺힌 기대와 응어리가 크고 깊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이 이달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신임 회장을 두고 많은 기대와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노환규 회장에게 바람을 전한다.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젊고 행동하는 리더로서 보여준 노 회장의 행보를 볼 때 사뭇 기대가 크다. 어느 회장보다도 의료계의 현실을 잘 정돈된 시각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결정된 일에 대해 거침없이 추진하는 강력한 추진력이 돋보인다.

 

또한 회원들을 향해 웬만큼 대가 강한 오피니언 리더들도 하기 힘든 의견들을 과감하게 제시하고 설득해 가는 능력도 갖추고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대화는 많은 회원들을 끌어들이는 카리스마까지 느껴지게 한다.

 

전국의사총연합이라는 단체를 이끌며 보여준 리더십은 모두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고 의원연합이라는 단체까지 출범시켰다. 이런 충만한 에너지와 능력이 3년 동안 더 크게 활활 타올라 10만 회원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고 의사들의 위상이 제자리를 찾는데 집중되기를 기대해 본다.

 

노환규 회장은 기대가 큰 만큼 우려의 시각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우선 일의 우선순위이다. 모든 회원들이 의사들의 권익을 먼저 찾아 주기를 원하지만 절대로 아니다. 의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공약도 중요하지만 먼저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

 

국민들의 권익보다 의사들의 권익을 먼저 주장하거나 의사들의 입장에서만 주장하면 국민들은 등을 돌리고 고립무원의 신세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날로 증가하는 의료비증가와 보험료 인상으로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제도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비효율적인 의료제도를 국민들에게 유리한 제도로 바꾸도록 먼저 힘을 써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회무능력의 문제이다. 의사협회 밖에서만 일을 했지 협회 조직 내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를 보완 해 줄 인재들을 많이 영입하기 바란다. 인재등용은 협회장이 직접 발로 뛰면서 삼고초려를 불사해가면서라도 사람을 불러 모아야 한다. 사람이 일은 만든다.

 

노 당선자의 말과 행동의 문제를 집고 싶다. 이제는 전의총 대표가 아니라 10만을 대표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말과 행동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다. 많은 회원들이 노 당선자의 순발력 있는 행동에 기대를 거는 만큼이나 과거의 거친 행동과 실수를 반복할까봐 걱정도 한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야생마처럼 거친 노환규가 아니라 힘과 품위를 겸비한 큰 바위 얼굴의 노환규를 원하고 있다. 혹 회무를 집행하다가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실수가 있었을 때 그것을 빨리 시인하고 과감하게 시정해가는 담백함이 있어야 한다. 진정한 개혁의 힘은 정직한 지도자의 고백을 통해 탄생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지도자만이 개혁을 이끌고 갈수 있다. 지도자의 겸손과 정직함은 회원들에게 신뢰감과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조급증을 버리고 차분하게 일을 해주길 바란다. 새 회장에 대한 기대감에 쫓겨 조급하게 결과물을 회원들에게 보여주려고 덤벙대지 말아야 한다. 추진할 사안에 대해 여러 의견을 듣고 합의를 이루는 작업에 힘을 기울길 바란다. 아마 같은 사안을 협회 바깥에서 볼 때와 협회 안에 들어 와서 볼 때의 시각의 차이를 금방 느낄 것이다, 진행이 조금 더디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기 바란다. 하나하나 소통하며 합의를 먼저 이끌어 내길 바란다, 일단 합의가 이루어지면 거침없이 밀어 부쳐도 된다.

 

이제 새 지도자가 탄생했다. 우리 모두 자신이 지지했건 안 했건 간에 믿고 따라주는 성숙한 의사회원들이 되었으면 한다.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다. 새 시대를 여는 개혁의 열쇠는 강한 지도자와 함께 지도자를 믿고 따라주는 회원들의 손에 달려있다. 내가 변해야 우리가 변한다. 우리가 변해야 개혁을 이룰 수 있다. 머뭇거리기에는 우리에게 시간이 너무 없다.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회장 기자 (mnose1@hanmail.net)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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