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그리소와 경쟁 가능 ‘국산 폐암신약’ 탄생 기대
조병철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
2018.07.27 11:08 댓글쓰기

 

“4세대 항암제 시대의 관건은 ‘병용’이다. 4세대 항암제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이성 암(癌)이라도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이 열리고 있다.”

18일 연세의료원 에비슨 의생명연구센터에서 만난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는 4세대 항암제 시대의 관건으로 ‘병용’을 꼽으면서, “이를 잘 활용할 경우 암 완치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4세대 항암제시대 관건은 병용요법"

그의 한마디가 희망적인 이유는 그가 내놓은 ‘성과물’ 때문이다. 조 교수는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유한양행이 개발한 레이저티닙(임상 코드명 YH25448) 임상 1상 결과와 2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레이저티닙이 임상 2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냄에 따라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폐암치료제 타그리소와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국산 신약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레이저티닙은 EGFR-TKI 치료제에 내성(EGFR 유전자 돌연변이)이 생긴 국소 진행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타깃으로 한다.

현재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 폐암 환자가 전체의 40% 정도를 차지하지만, 타그리소 외에 치료제가 없다. 약가가 너무 비싸 유사한 약효를 가진 경쟁약물이 필요함에 따라 레이저티닙이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조 교수는 “개인적으로 4세대 항암제 시대의 관건은 ‘병용’이라 생각한다”며 “1세대는 3개월, 2세대·3세대 항암제도 효과가 좋지만 결국은 내성이 생긴다. 이들과 4세대 표적항암제 등을 병용할 경우 내성은 줄이고, 부작용은 감내할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결핵을 모를 때는 약제 하나만을 투여했지만 이제는 4제 병용요법을 실시하듯, 항암치료도 몇몇 약품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면역항암제+면역항암제, 면역+표적항암제, 면역+방사선, 면역+수술 등 병용 방법은 다양하다.

이는 환자들에게 싸고 안전하게 쓰일 수 있는 약제를 제공 한다는 당위성과 함께, 4세대 항암제 시대를 당기는 ‘키(key)’ 이기도 하다.

유한양행 레이저티닙 3상 임상시험 전망 ‘맑음’

조병철 교수는 내년 초 시작되는 레이저티닙 3상 임상시험에 대해서도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그는 “노바티스, 화이자, 한미약품을 비롯해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개발을 시도했지만 이상반응·독성·효과부족 등으로 중단됐다”면서 “레이저티닙이 보여준 임상결과는 고무적이고, 2상 결과가 있기 때문에 3상도 장밋빛 예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바티스 나자티닙은 최근 개발이 중단됐다. 임상종양 학회 발표에 따르면 대상 환자의 10%에서 중증 피부이상반응이 나왔다. 약제가 10%에서 중증이상반응이 나올 경우 개발을 지속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조 교수는 “타그리소가 독점하고 있는 비소세포폐암 시장이 3조원 정도 규모인데, 레이저티닙이 이 중 절반만 가져 와도 엄청난 품목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며 “경쟁구도를 형성해 가격을 낮추게 되면 소득이 낮은 국가의 환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초 이뤄질 글로벌 3상 시험에는 아시아, 남아메리카, 유럽 등 전 세계에서 300여 명의 환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임상인프라 훌륭하지만 전문가와 개발의지 부족”

한편 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병원인프라·의료진·환자 등 임상인프라가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부족·신약개발 의지박약 등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고가의 외국계 제약사 항암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글리벡 논란’처럼 글로벌 제약사 갑질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그는 “전문가 부족·신약을 개발하려는 제약사의 의지 부족 등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고가의 외자사 항암제를 복용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미국·일본처럼 국가적으로 ‘국민 보건복지’를 위해 신약개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미국과 마찬가지로 신약개발에 관한 ‘제약-학계-신약계’ 등 관련 분야가 협업해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고, 개발부터 임상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신약개발시 병원·대학·제약사 등에 전폭 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신약개발 대신 외자사에 대한 지원만 있다면 우리나라의 신약개발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중국은 신약개발을 포함한 자국 산업 보호에 철저하다. 이미 우리나라보다 항암제가 많고, 연간 4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경우에는 한국화학연구소에 연구 인력들이 있지만, 이는 미국 일개 제약사정도도 안 될 만큼 규모가 작다. 이런 부분에 대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연구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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