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질환인 '이명'이 뇌신경 네트워크와 유전적 요인을 규명하는 과학적 접근을 통해 점차 치료 가능한 영역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과학적 진단과 치료법을 화두로 내세운 제15차 세계이명학회가 지난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다.
박시내 세계이명학회 대회장(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학회 슬로건인 'Silence through Science in Seoul'을 소개하며 “과학을 통해 서울에서 이명을 조용하게 만들겠다는 조직위원회 신념을 담아 슬로건을 정했다”라고 밝혔다.
2006년 시작된 세계이명학회는 이명 치료와 연구 과학화를 목표로 하는 국제학술행사다. 올해 서울 대회에는 31개국에서 420여 명이 참가했으며, 58개 세션이 운영됐다.
서울 세계학회, 31개국 420여명 참가…'Silence through Science in Seoul'
"유병률 높고 질환 발병 원인과 예후 다양해서 치료법 계속 진화 중"
심현준 학술위원장(노원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은 "전 세계적으로 이명은 유병률이 굉장히 높다. 해외 보고들에 따르면 약 15%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명을 완벽히 제어하지 못하는 이유는 질환 다양성 때문"이라며 "원인이나 예후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여전히 찾아가는 과정이며 그래서 과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학회에서는 이명 진단 및 치료에 대해 연구자 81명이 총 149편의 자유연제를 접수했으며, 기초 연구부터 다양한 임상 연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논제를 다뤘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경조절 치료기기, 유전 연구 동향 등이 논의된 가운데 박시내 대회장은 이식형 청각기기 임상 효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박시내 대회장은 "일측성 난청 환자에게 이식형 청각기기를 적용한 뒤 이명이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를 관찰했다"며 "작은 규모 연구에서는 완치율이 65%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과학적 연구들을 바탕으로 한 이명 치료 가이드라인도 준비 중이다. 문인석 이명연구회 회장(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은 "지난해부터 국책연구를 수행 중이며, 현재 가이드라인이 거의 완성됐다. 올해 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학회에서는 17~18일 열리는 개원의 워크숍 프로그램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개원의 30여 명이 참여, 다양한 이명 관련 진단·치료기기를 활용한 임상 실습을 체험한다.
문인석 회장은 "전기와 자기장 자극을 이용한 치료기기나 디지털치료기기를 이용한 치료방법, 그리고 최근 식약처 허가를 받은 진단 장비들을 소개하고 실제 연습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이명 완치를 향한 의학계의 지속적인 연구와 임상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향후 이명 치료 방향성을 모색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