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 의대생 참여, 의협은 무거운 책임감 느껴야"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2025.04.23 05:54 댓글쓰기

"현 집행부는 전국의사궐기대회에 참석한 수많은 의대생들을 보며 집회 성공을 자축하기 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사진]은 지난 21일 의협회관에서 출입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전날 열린 궐기대회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윤석열 전(前) 대통령이 추진해 온 각종 의료악법을 중단시키고, 독단적인 정책들이 다시 시행되지 않도록 새 논의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4월 27일 의협 정기대의원총회를 앞두고 만난 김 의장에게서 의료 현안과 현 집행부 평가 등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Q. 의장 선출 1년이 지났다. 소회를 밝히면

대의원회 정기총회는 1년에 한 번이다. 그러나 작년에는 임시대의원총회를 포함하면 3번이나 열렸다. 처음 의장이 됐을 때, 불신임을 안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지키지 못해 안타깝다. 전(前) 회장 탄핵이 상처도 되겠지만, 또 한 발 나아갈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Q. 이번 궐기대회를 둔 평가가 긍정적이다 

그렇다. 그러나 전국에서 모인 수천명의 의대생들을 보면서 어깨가 많이 무거웠다. 의대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며 휴학을 한 이들이 숭례문에 모여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며 선배 의사로서 책임감이 느껴졌다. 현 집행부 역시 집회 성공에 도취되기보단 지금이야말로 이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Q. '의대 정원 동결'에도 강경투쟁에 나섰다는 비판도 있는데

일각에서 정부가 한 발 물러섰는데 의료계가 의사궐기대회를 강행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 투쟁 자체에 목적이 있지 않다. 제대로 된 의료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데 목적이 있다. 지금 상황에서 강경 투쟁을 안 하고, 학생과 전공의들이 각자의 위치로 돌아간다면 상황은 종식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알아서 의대 교육을 정상화시켜줄까, 의료환경을 잘 만들어줄까, 필수의료를 살려줄까. 아니다. 그러니 투쟁론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 요즘 수도권 큰 병원에선 '전공의 없이도 잘 돌아간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수련병원인데 전공의가 없는 게 더 낫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방 대학병원 교수들은 다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 메이저 병원에서 전공의가 사라지자 교수를 채용한 것이다. 지방병원은 교수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학생이 돌아가도 이들을 가르칠 교수가 없다. 시설이 있어도 교육을 담당할 사람이 없다. 어디 그뿐인가. 군의관, 공보의 문제까지 개선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Q. 반면 집행부는 미온적이란 지적도 있었다

의정갈등 사태와 관련해 현 집행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런데 이 현안은 우리가 아니라 의대생, 전공의 등 젊은 세대의 일이다. 그들이 활동할 무대를 만드는 일이니 우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그들이 직접 결정하게 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그 모습이 미온적으로 보일 수 있다. 


Q. 정총 안건에 의대생 의협 준회원 자격 부여가 상정됐다

그렇다. 미래 의료의 주인공은 젊은 의사들이다. 의료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이들도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집행부에서 처음 의대생 임원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려움 살피고 해결책 모색, 의사 수급 논의 새 협의체 필요"

"의료전달체계 확립 중요…필수의료 등 기피과 선택 가능한 환경 조성 절실"

"증원 정책 등 강행한 책임자 문책하고, 의료정책 일방 결정 안되도록 시스템 구축"

"성패 갈림길 선 K-의료, 잘 극복하면 발전 기회" 


Q. 이번 정총에서 제안된 안건은

1차의료 활성화 및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첫 번째로 올라와 있다. 공중보건의료 및 필수의료 대책도 중요 안건으로 제안됐다. 대외협력 강화도 관심이 큰 안건이다. 사실 이 세 개 안건은 다 관련성이 있다. 의료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니, 환자들은 의사가 부족하다 느끼고 의사들은 공급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돌아갔다면 부족함을 덜 느꼈을 것이라고 본다. 이 문제는 필수과 기피 현상과도 연결된다. 지금 상태로 가면 누구도 산부인과, 흉부외과, 외과 등 필수의료를 맡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저도 외과의사로서 힘들어도 사명감을 갖고 일해왔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선택이 어렵다. 누구라도 일할 수 있는 분위기,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대책을 논의할 것이다. 또한 대외협력 강화를 통한 대국민 소통 활성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이주영 의원도 유튜브를 활용해 국민을 설득하라고 제안했다. '카르텔 유지'와 같은 잘못된 프레임을 깨기 위해선 채널이 필요하다.  


Q. 정치시계가 빠르게 흐르고 있다 

그렇다.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정치 공백이 예상된다. 지금 상황에서 의료계가 집중할 것은 새로운 의료인력 수급 논의기구 구성이다. 현 정부 아래 만들어진 의료수급추계위원회가 아닌 새로운 협의체가 필요하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 역시 브리핑에서 새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이번처럼 의대 증원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일이 영구적으로 없도록 하기 위한 논의 틀이 필요하다. 남은 두 달을 허비할 수 없다. 현 정부에서 정책을 강행한 책임자를 문책하고, 일방적으로 의료정책이 결정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대한민국 의료는 갈림길에 서 있는 것 같다. 지금의 갈등이 잘 봉합되면 성장할 것이고, 아니면 무너질 것이다.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필수과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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