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금융전문가 "젊은의사들 이탈 안타깝다"
한종수 신한금융투자 헬스케어 IB팀 수석매니저
2024.03.14 16:33 댓글쓰기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모두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시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들이다. 이들 전략은 기업 성장을 도모하고 규모 경제를 일으킨다. 상장 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의료 인공지능(AI) 업체 루닛, 지아이이노베이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IPO를 성장 발판으로 잘 활용한 사례들이다.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 한미약품과 OCI 통합 등은 M&A 사례로 언급할 만하다. 문제는 최근 의대증원에 대한 사태가 이러한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젊은의사들 이탈이 제약사들 임상시험 지연 등을 비롯해 의료산업 시스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최초 의사출신 금융전문가 한종수 팀장은 연단위 상업화 지연 가능성도 내비췄다. [편집자주]




헬스케어 산업이 기대감에 부풀고 있다. 바이오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바이오경제 2.0 추진 방향을 발표, 의료-바이오 산업 투자와 국가 간 협업도 구체화했다.


이에 투자은행(IB)에서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애널리스트 등 인원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종근당, 레고켐 기술이전 등 시장 확대로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의사 출신인 한종수 신한금융투자 헬스케어 IB팀 수석매니저(팀장)도 이러한 시장 변화에 따라 입지를 넓히고 있다. 기업금융 영역서 의료인 출신 헬스케어 금융 전문가는 한 팀장이 유일하다.

 

의사이자 금융 전문가 “돈 흐름 움직이고 싶었다”


투자은행(IB) 영역에서 금융전문가는 쉽게 말하면 기업의 자금 조달 매니저다.


세부적으로는 어드바이저(Adviser, 자문), 인베스먼트(Investment, 투자)로 구분하는데 IPO 등을 위해 자문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가 통상의 어드바이저 영역이다.


한종수 팀장은 “공모, 혹은 사모 자금을 끌어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모든 행위를 하고 있다”라며 “IPO, M&A 딜을 발굴하고 따오는 것 등을 넘어 자문 역할까지 그 범위가 넓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연세대 의대 졸업 후 인턴 대신 세계보건기구(WHO), 말라위 선교병원에서 각각 6개월근무했다. 석사 시절 싸이퍼롬 창업주 김주학 서울의대 교수와 스타트업 멤버로 연구개발도 했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로 이직해서는 의약부 메디컬 쪽에서 임상 업무와 내부 컨설팅을 맡다가, 기업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커머셜(상업화), 사업개발(BD)업무 등도 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이미 IB에 대한 동기를 갖고 있었다. 돈의 흐름을 움직이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결국 통상 의사가 가는 길이 아닌 스타트업, 대기업 등을 거치는 길을 선택했다.


한 팀장은 “학생 때부터 돈의 흐름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라며 “정확하게 무엇을 해야겠다는 것이 아니기에 우선은 회사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알기 위한 과정들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큰 회사가 큰 돈을 움직인다고 생각해 대기업에 왔고, 이후 IB 영역으로 넘어온 것도 큰 기업의 헬스케어 IB가 돈을 움직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 버블에 커진 실망감, 성숙도 따라 바뀐다


그는 거시적으로 헬스케어, 바이오 산업에 대해 과거에 실망감이 컸던 시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축적된 노력들이 빛을 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시기 급등했던 헬스케어 관련 기업 주가와 투자가 거품처럼 꺼졌지만 벤처 투자 붐의 기간이 오래되지 않은 만큼 누적된 투자 성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팀장은 “거품이 있었던 만큼 실망도 있었다”라며 “거품의 시작은 사실 2015년 한미약품 기술수출 딜 이후로, 주식 열풍, 벤처 투자 대박, 유동성이 큰 환경 등이 합쳐졌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비상장부터 벤처투자가 이뤄지기 시작한 시점은 한 2018년도 정도니 그 때부터 시작하신 분들에게 5-6년안에 성과를 보이라는 것은 가혹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2013년 상장한 레고켐바이오도 투자를 못 받던 시기 고생했지만 최근 성과를 냈다”며 “투자가 많아진 2018년부터라고 해도 바이오 산업은 신뢰를 보여주기 짧았던 기간”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바이오 산업의 경우 투자가 활성화 됐던 시기가 짧았기 때문에 거품처럼 시장이 꺼지는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축적된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성과들이 쏟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 유한양행 레이저티닙 등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라며 “결국 실제 돈이 도는 시점이 도래할 것이기 때문에 IB도 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IB업계 최초 ‘헬스케어팀’ 독립 편제


한종수 팀장은 우리나라 IB업계 최초로 올해 헬스케어팀을 독립 편제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실제 올해 신한투자증권은 한 팀장을 중심으로 GIB 사업부 내 헬스케어팀을 별도 구축했다.


외국계 IB의 경우, 유통팀, 중공업팀, IT팀 등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산업별로 구분하지 않는다. 대기업 집단 중심으로, 의사결정 방식이 지주사에게 달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에 만든 헬스케어팀은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을 찾아 처음 컨넥션부터 회사에 적합한 딜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에선 처음 신성장 기업에 대한 니즈가 커 전문가 자문 정도만 받으려 했다라며 바이오, 헬스케어의 경우 사업에 대한 이해부터 진입장벽이 높을 뿐더러 나를 중심으로 실제 딜이 발생하면서 독립 편제 됐다”고 말했다.


한 팀장이 있는 헬스케어 IB팀은 금년 편제됐다. 하지만 한 팀장은 지난해 의료 인공지능(AI) 업체 코어라인소프트를 스팩(SPAC)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시켰다. 시가총액은 4700억원대다. 


가장 최근엔 마이크로바이옴 및 신약개발 기업 에이치이엠파마(HEM파마)의 상장 딜을 수임해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청구를 한 상태다.


“누구도 하지 못한 ‘딜’ 해낼 것


그는 “헬스케어 섹터를 놓고 봤을 때 기본적으로 오랜기간 연구개발 자금이 투입되고 이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구조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IB에서 할 일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력이 있지만, 오래 걸리다 보니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서 자금 조달이 필요한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상장사 자금 조달 등 비중을 놓고 봤을 때 헬스케어가 한 20% 정도”라며 “전체에서 20%에 속하는 시장에 들어간다면 전문가가 있는 한 팀이 먹고 살기엔 충분한 크다”고 예상했다.


그는 IB 입장에서 초기 기업들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간다. 성장하는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자금조달의 경우 충분한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업계 최초 새로 독립된 팀이 편제된 만큼 누구도 하지 못한 딜을 성사 시키겠다는 게 중장기적인 목표다.


한 팀장은 “코로나 이후 매출 성장이 용이한 구조로 나아가고 있다”라며 “누구나가 아닌 헬스케어 전문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딜을 해낼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의대 증원 등 의료계 대란, 임상연구 악(惡)영향


한 팀장은 최근 의대 증원에 대한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기업들의 최종 시장, 임상개발 현장인 의료기관 수준은 산업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라며 현재 미용 및 치과 관련 업체들이 세계적인 수준이 된 것은 20여년간 우리나라 치과, 미용 개원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 혼란은 상급종합병원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라며 젊은 의사들이 연구개발에 많은 기여를 했는데 이들의 이탈은 기초연구-개발-상업화로 이어지는 벨류체인에서 ‘개발’부분에 시스템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최근엔 하이테크 의료 기술들의 상업화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한국 최초 블록버스터 항암신약 유한양행 레이저티닙도 항암연구 인프라가 갖춰진 국내 상급종합병원 덕분에 가능했고, CAR-T 치료제는 병원 내 GMP 시설이 있어야만 하는 절대적 병원 중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제약분야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등의 경우 병원내 최첨단 치료를 수행하는 임상의들의 니즈로부터 파생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한국의 루닛, 코어라인소프트 등 AI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모두 병원 인프라가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의료계 대란이 길어질수록 임상연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팀장은 당장 현재도 연구 및 개발의 파트너인 교수들과 업체와 소통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밀접하게 소통해야 할 의료 현장과 단절은 임상연구 지연 또는 방향성 이탈로 이어지고, 이는 연단위의 상업화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상급종합병원의 재정적 영향이 병원 연구 인프라에 영향도 줄 수 있다며 옳고 그름을 떠나 상급종합병원은 박리다매 전략을 고수해왔는데, 이번 사태 이후 기존의 ‘다매’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박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건강보험 재정 등 국가 단위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바 향후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러한 경우 병원에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시도나 연구인프라 확보 등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10여년간 헬스케어산업에 대한 국가 투자가 신약 및 의료기기 탄생으로 빛을 보기 시작한 시점이라며 전문가가 아니기에 현재 상황 및 미래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는 없지만 열심히 할 일만 남은 시점에서 이러한 사태는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그는 다만, 의사로서 현재 의료계 혼란이 국민보건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금융종사자로서 헬스케어 산업 발전의 기틀이 되는 의료 연구개발 역량 또한 보존되는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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