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지역의료 붕괴와 동전진료 만연-사법 리스크"
의협회장 출사표 박인숙 前 의원 겸 명예교수
2023.10.10 05:23 댓글쓰기

"대한민국 의료가 풍전등화에 놓였다. 의사들 위상은 땅에 떨어지고, 의료시스템은 수명을 다해간다. 이런 난제는 결국 정치로 풀어야 한다.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로 의권 보호 및 강화에 힘쓰겠다."


국회의원 출신인 박인숙 울산의대 명예교수[사진]는 최근 서울역 근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계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선 정치적 역량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의료 현안들이 쌓여 있지만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내년에 치러질 대한의사협회장 선거 출마 의지를 피력했다. 


박인숙 명예교수는 "의사들은 의료현장을 떠나고 의료시스템은 이미 붕괴됐다. 국민과 정부, 정치권은 당황하고 있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로 그저 다들 방치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굽실대며 비굴한 타협 아닌 강한 힘과 정치력 기반으로 합리적 주장 펼치겠다"


그는 "산적한 의료 현안들을 해결할 마지막 기회가 바로 지금"이라며 "굽실대며 얻는 비굴한 타협이 아닌 강한 힘과 정치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주장을 펼쳐 의권을 보호, 대변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의료 현안 중 박 명예교수가 꼽은 아젠다는 크게 세가지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 만연한 동전 진료, 의사의 잠재적 범죄자화(사법 리스크) 등이다. 


박 명예교수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 문제의 원인은 저수가"라며 "지금까지는 낮은 수가에도 불구하고 의사들 희생과 사명감으로 유지돼 왔지만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린이 진료 본인 부담금은 600원인 정도로 이를 '동전진료'라고 부른다"며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 동전 진료 폐지가 의료 정상화 첫걸음"이라고 천명했다. 


게다가 잇단 사법부 판결들도 가뜩이나 빈사상태에 빠진 필수의료 위축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이다. 전공의들이 의료소송 위험이 큰 필수의료 과에 지원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박인숙 명예교수는 "의사도 인간이기에 완벽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한다"며 "신생아 심장수술·뇌 수술·대동맥 수술 등 위험이 큰 수술·시술·치료를 하는 의사들은 더욱 그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도의 긴장을 이겨내며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최근 비상식적인 판결이 계속 나오면서 이런 분야 전문의들은 등골이 서늘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소송 위험 탓에 수련의들은 전공을 바꾸고 싶어하고, 아직 전공을 정하지 않은 젊은의사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곤 발길을 돌린다. 의사의 잠재적 범죄화도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선거 출마, 동료 의사들에 대한 보답이자 대의(大義) 위한 마지막 임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고, 사법적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이야 말로 의료계가 화합해 대응해야 한다는 게 박 명예교수의 주장이다. 


제도와 법을 바꾸기 위해선 정치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년간 국회에서 쌓은 정치적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변화를 이끌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정치를 8년 넘게 하고 나니, 이제야 정치를 알 것 같다"며 "법안 하나를 통과시키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울산의대 학장, 국회의원이라는 길을 걷는 동안 주변에서 의사 동료들이 많이 성원해줬다"며 "의사협회 회장 선거 출마는 커다란 사랑과 응원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자 대의(大義)를 위한 저의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각종 의료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의사들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 개원의, 봉직의, 교수, 전공의, 전임의, 공보의, 의대생, 산업계와 법조계, 공무원으로 진출한 의사 모두가 뭉쳐야 한다"며 "모든 회원들과 함께 의사 권익 회복은 물론 보람찬 진료현장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고려대 안덕선 명예교수, 서울의대 동창회 이웅희 부회장, 단국대 의대 이미정 교수, 가천대 최혜영 교수, 동아대병원 김태효 교수,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규 전문의, 정신의학과 김진현 전문의 등이 참석해 그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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