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의료연구원, 규제기관 아닌 정책기관"
이재태 신임 원장
2023.09.22 12:10 댓글쓰기

‘검증’과 ‘규제’라는 명제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해온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최근 큰 변곡점을 맞았다. ‘근거에 기반한 의료’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지만 그 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지나친 규제에 제동이 걸렸다. 새롭게 개발된 의료기술의 시장 진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개선이 시급한 ‘킬러규제’로 지목됐다. 이를 기점으로 NECA는 신의료기술에 대해 ‘선(先) 진입-후(後) 평가’라는 개선책을 내놨다. 인체에 위해(危害)를 가하지 않는 의료기술에 대해서는 우선 시행토록 하고 임상적 유효성 등에 대해 충분한 검증을 통해 추후 평가하겠다는 기조다. NECA 출범 16년 만의 큰 소용돌이는 공교롭게도 이재태 신임 원장 취임 직후 발생했다. 취임과 동시에 큰 변혁의 파고를 맞이한 그는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담담한 어투로 국내 신의료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NECA의 역할론에 대해 소신을 전했다.


- 취임 후 2개월여가 지났다. 그동안 시간을 술회하면


이번 여름이 어떻게 지나간 것인지 모르겠다. 우선 보건의료연구원의 다양한 업무를 파악하고 신의료기술 등재와 재평가 사업과 관련된 민원 해결 등 현안 해결에도 바쁜 시간을 보냈다. ‘중복규제 기관’ 외부 시선을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2개월 경험으로 의료 선진화를 위해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고, 든든한 보건의료 공공기관임을 알게됐다. 아울러 의료기술 객관적 평가와 검증은 물론 국가 보건의료 정책에 근거를 제시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그 역할에 대해 저평가돼 있다는 점에 안타까움이 컸다.


- NECA 출범 14년이 흘렀다. 역할과 정체성에 대해 평가한다면


21세기 들어 의료기술은 초특급으로 진화하고 있으므로 우리 사회 수용 여부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관습적으로 사용돼온 의료기술에 대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재평가도 필요하다. NECA는 그동안 부족하지만 꾸준하게 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의료기술 평가는 물론 코로나19 치료지침 등 시급한 상황에 적절한 근거의학을 제공했다. 하지만 국민 안전과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의료기술체계 확립을 위해 주어진 직무에 충실할수록 신산업 발전을 막는 규제기관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근거 중심 의학을 확립하기 위해 흔들리지 않고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역량을 키우며 목표에 충실하게 역할을 다하면 신뢰는 점차 강해질 것으로 믿는다.


- 그동안 적잖은 성과에도 불만 목소리가 제기


시간이 필요하고 특히 평가과정에 만족하지 못한 분들의 불만이 많았다. 식품의약품 허가와 NECA의 평가는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국민안전 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의료기기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더라도 이를 이용한 수술이나 체내 시술 등의 효과와 안전성 검증은 양보될 수 없는 가치다. NECA의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평가는 이 기술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산업계, 학계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오해 불식시키면서 '근거중심의학' 패러다임 변화"

"식약처 허가 후 수술·체내 시술 효과·안전성 검증은 필수"

"의료기기 활용 진료·시술은 면밀한 임상적 검토 수반돼야"

"공정한 의료기술 평가로 국민에 도움되는 굳건한 연구기관 지향"


- 최근 ‘선(先) 진입-후(後) 평가’를 골자로 하는 신의료기술평가 개선안이 제시됐다


신의료기술 평가제도는 건강보험이 수요를 독점하고 있는 의료시장에서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 경제성 등을 검증해 환자들이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급격한 기술 발전과 의료환경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술들이 ‘안전성 확보’라는 전제 하에 시장에 더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개선안은 그러한 오랜 고민의 산물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 신의료기술평가 객관성과 신뢰성은 어느 정도인가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그 기술에 대한 혁신성과 유효성에 확신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검증할 방법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식약처 허가 절차를 통해 의료기기 안전성과 효과를 인정받았다고 해도, 그 의료기기를 활용한 진료나 시술은 좀 더 면밀한 임상적 검토가 수반돼야 한다. 이 부분에서 신의료기술평가는 누가 검증을 해도 같은 결론이 나오는 연구방법론을 토대로 다수의 전문가 검토과정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성을 인정해주는 절차다.


- NECA 조직 및 시스템 관련 개선 사항은


업무량이 신의료기술평가에 집중되다 보니 보건의료 정책기관으로서 역할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정책 연구부서 활성화와 공익적 임상연구를 수행하는 환자중심최적화연구사업단(PACEN)의 성공적인 역할 수행을 위한 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외부 연구 수주가 제한되고 있으나 향후 보건의료 현안 해결과 타 기관들과 협업하는 과제 참여 등으로 구성원 역량을 증대하고 성과 보상체계도 구축코자 한다.


- 임기 내 이루고 싶은 목표는


사회적 영향력 있는 의료기술 평가 전문 연구원의 브랜드 파워를 향상시키고 공익적 업무 수행으로 국민 신뢰를 받아 지속 가능한 근거기반 보건의료체계 구축이 목표다. 즉, 최고 전문가들이 포진한 연구기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디지털 전환 등 의료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어 가는 탄탄한 정책기관이 되고자 한다. 고객이 신뢰하는 공정한 의료기술 평가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굳건한 연구기관이 되도록 징검다리가 되겠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