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은 장관 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비정상적인 만성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이다.
복통, 설사, 혈변과 같은 증상이 수 주에서 수 개월에 걸쳐 나타난다. 심한 경우 만성적인 피로감과 미열, 체중 감소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에 국한돼 만성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며, 크론병은 주로 소장이나 대장에 생기나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나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염증성 장질환 진단은 임상증상, 내시경 및 조직병리 소견, 혈액검사 소견, 영상의학 검사 소견을 종합해 이뤄진다.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소화 및 영양분 흡수가 원활하지 않아 영양결핍, 영양장애가 발생하고, 심한 경우 장 폐쇄, 협착, 천공, 대장암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한다.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으므로 조기에 진단받고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해야 한다.
치료는 약물치료가 우선이며 5-아미노살리실산(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나 소분자제제(JAK 억제제) 등을 사용한다.
치료 경향, 임상적 관해 넘어 검사에서 궤양·염증 없애는 '점막 치유' 지향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을 억제하는 기전의 표적 치료제들이 계속 개발되면서 최근 염증성 장질환 치료 목표는 증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임상적 관해를 넘어, 내시경이나 영상 검사에서 궤양이나 염증이 없어지는 ‘점막 치유’로 변화하고 있다.
다만 염증성 장질환의 증상 및 경과는 환자 개인별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에게 맞는 치료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토록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면 안되고, 재발과 합병증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더불어 염증성 장질환은 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증상 외 장외 증상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장 염증 세포들이 신체 다른 부위로 이동해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관절, 피부, 안구, 입 등에 염증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드물지만 간, 신장 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이처럼 장 증상 뿐만 아니라 장외 증상과 합병증까지 관리해야 하고, 젊은 나이에 발병해 평생 지속되는 만성 질환으로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개별 질환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센터 필요성이 높아서 최근에는 각지에 거점 병원을 중심으로 염증성 장질환 전문센터가 늘어나는 추세다.
금년 4월에는 필자가 근무하는 세브란스병원도 ‘염증성장질환센터’를 개소했다.
소화기내과는 물론 소아소화기영양과, 대장항문외과, 영상의학과, 감염내과, 피부과 등 다양한 관련 진료과의 전문가들이 긴밀한 협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최적 진단과 치료를 위한 의견 교환 및 다학제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 전담 간호사를 통한 전문적인 간호와 영양사 상담, 약무 상담, 사회사업팀의 심리적 지원, 장루전담 간호, 진료 외 상담과 소통 통로 마련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통해 최대한 개인 맞춤형 치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예전에는 염증성 장질환이라는 질환 자체가 생소해 환자와 가족은 물론 일선 진료 현장에서도 어려움이 많지만, 최근에는 질환 이해가 높아지고 전문센터가 늘어나면서 치료 여건이 훨씬 좋아진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도 환자의 굳건한 치료 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치료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항상 주치의와 상의하면서 효과적인 치료를 이어 나가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