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의원 662곳 '폐업'…"아이들에 미안"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국민 작별 인사' 회견…"회생 골든타임 지났다"
2023.03.29 10:57 댓글쓰기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살 수 없다. 소청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 아이들 건강을 지켜주지 못해 한없이 미안하다는 작별 인사를 하러 나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29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포문을 열었다.


임 회장은 "지금 상태로는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 최저임금, 물가 인상, 문재인케어 등 외부 환경과 함께 지난 10년간 소청과 의사들 수입은 4분의 1 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턴 의사들이 소청과를 전공하면 의대 나온 의사보다 수입이 적고, 동네 소청과 의원들은 직원들 임금을 주지 못해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지난 5년간 662곳이 폐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청과의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됐는데, 이는 동남아 국가 10분의 1 수준이다"며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소아외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신경외과 등 전(全)영역이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수가보다 더 큰 문제 법적 분쟁, 법원 과도한 책임 묻고 변호사들은 환자들 소송 부추겨"


더 큰 문제는 법률 분쟁이다. 아이를 살리려고 고군분투하는 소청과 의사들에게 법원은 실형 및 거액의 배상금을 선고하고, 의료전문변호사는 하이에나처럼 환자들 소송을 부추기고 있다. 


임현택 회장은 "한 보호자는 중이염 진단을 위해 진찰 중인 의사를 과실치상으로 형사고소하고, 3000만원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며 "폭언과 인터넷 악성댓글 공격도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는 그동안 수도 없이 죄수복을 입은 소청과 전문의 면회를 갔고, 그분들을 위해 법률 지원 및 시위를 했다"며 "이런 상황이면 몇 년 못가서 소청솨 지원자는커녕 폐과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대책을 마련해야 할 보건복지부는 과거 실패한 정책들을 껍데기만 봐꿔 내놓을 뿐이란 게 소청과의사회의 지적이다.


특히 복지부가 최근 내놓은 필수의료 및 소아의료체계 개선안을 보면 의료진에 대한 보상 및 육상 방안은 없고 의료기관 지원 및 시설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 회장은 "중증소아의료체계 확충 대안 중 하나인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는 사실 소청과가 아닌 소아재활의학과 대책"이라며 "더 큰 문제는 교수, 전공의 지원은 없고 병원에만 보상을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확충안도 마찬가지다. 현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소청과의사 인력 공백이 커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 것인데, 복지부는 시설 확충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응급실과 병실은 충분하나 소청과의사 충원이 없어 대학병원이 응급소아환자 진료를 포기했다"며 "이미 6년전 도입, 실패했던 달빛어린이병원이 재탕에 확대 재생산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소청과를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최저 수준인 소청과 전공의 충원율이 이를 방증한다고 제시했다. 


임현택 회장은 "제가 회장을 만7년째 맡고 있는데, 복지부 등 정부기관과 소청과를 살리기 위해 수없이 많은 정책회의를 진행했다"며 "그러나 도돌이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을 마련하려면 근거가 필요하기에 연구용역을 시행해야 한다고 해서 하려고 하면 담당 공무원이 바뀐다. 운이 좋아 논의가 잘 되더라도 기재부의 벽에 부딪힌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은 1912년에 어린이 관련 업무만 담당하는 부서를 만들었고, 일본도 관련 전담기구를 만들예정"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무관심하고, 면피용 제도만 만들다. 그래서 소청과의 미래가 없다"고 말을 마쳤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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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2 03.29 22:42
    요즘 동네나 지역에 소아청소년가 드물다보니 진료를 받을려면 1시간 대기가 흔하다.

    그러다보니 소아과가 다들 잘되는지 아는데 이거부터 정확한 팩트를 알리는게 중요하다.

    경영이 안되고 힘들어서 폐업한 소아과가 많아서 남아 있는 곳이 희귀하다보니 그리로 아이들 진료가 몰리는 것을 학회나 의사회 차원서 잘 알려야 한다.
  • 후속기사 03.29 15:51
    이 주장의 팩트체크 및 이러한 기자간담회가 열리게 된 의사결정 과정, 이 간담회 내용에 대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의 입장 등에 대한 후속기사 기대합니다.
  • 공감 03.29 13:21
    공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출산정책을 논하는지....

    있는 어린이부터 챙길수도 없는데
  • 향원익청 03.29 11:22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서 소멸하는 대한민국

    그나마 태어난 아기들도  진료 볼 수 없게 만드는 환경

    의사수 늘리기만 하면 모든게 해결된다는 정부와 정치권

    굶어 죽거나  교도소 담장위를 걷는  모험을 해야하는  필수의료과를 누가 하려 할가요

    대도시 큰 건물에  그 많은 의사들이 개업해 있는데  의사가 부족 ?

    환자 많고  업무강도가 강하고 위험한 대학병원 필수과 의사들은  탈출 ,  환자없은  개업의 들은  넘쳐나는 상황
  • 큰일 03.29 11:11
    세계 최고라고 생각했던 우리나라 필수의료 시스템은 결국 의사들의 골수를 쥐어짜고, 30년간 월급을 1년에 백원씩 올려주며 만든 노동착취였구나.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소아과 외과 의사들이 못살아서 폐업하고 지원을 기피하고 다들 편하게 먹고 살기 좋은 성형 피부 안과로 몰리면 의사수를 늘린다고 해도 기피과는 여전히 안가고 수가 모자라는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