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섬김 의료' 실천 김선미 병원장·김건우 의무원장
'3무(無) 경영환경 불구 전직원 고군분투 대구파티마병원, 하루 하루가 기적”
2021.04.28 06:0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응급실 포화지수 160%. 비현실적 상황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지난해 2월 발생한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 대구‧경북지역 대학병원들 응급실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갈곳을 잃은 응급환자들이 대구파티마병원으로 몰렸다. 응급실은 순식간에 포화상태가 됐고, 응급실 밖에는 엠뷸런스와 대기환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애를 태운 것은 의료진도 매한가지였다. 장비와 인력이 한계점에 달하면서 중증환자들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의료진은 사력을 다했다. 60년 넘는 세월 묵묵히 같은 자리에서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보살폈던 대구파티마병원 존재 이유가 다시금 확인되는 계기였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 한 복판에서 중책 맡다


가톨릭 성직자 베네딕토 정신이 투영된 대구파티마병원. 재단법인 대구 포교 베네딕토 수녀회 지원으로 세워진 병원은 단순한 선교 차원을 넘어 이제 대한민국 의료의 산역사가 되고 있다.


대구파티마병원은 1956년 7월 2일 동구 신암동에서 파티마의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1962년 종합병원 인가, 1965년 전공의 수련병원 인가, 2011년 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하며 성장했다.


특히 수녀들이 주축이었던 만큼 이 지역 여성건강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1970~1980년대 대구 출신 대부분이 파티마 출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월 평균 수 백건에 달하던 분만건수는 저출산 사회와 여성전문병원들의 잇단 개원으로 현재 100건 내외로 떨어졌지만 대구시민들은 여전히 여성 분야에서는 파티마병원을 꼽는다.


대구파티마병원이 태생의 한계를 넘어 종합병원으로 위용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초반이다.


70병상이라는 비교적 적은 규모였지만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마취과, 방사선과, 임상병리과 등 필수 진료과목을 모두 갖추고 1962년 당당히 종합병원 인가를 받았다.


또 3년 후인 1965년에는 전공의 수련병원 자격을 얻으며 진료는 물론 의료인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으로의 역할도 수행했다.


조직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서 선교 목적으로 병원을 설립하고 이끌던 외국 수녀들도 한국 수녀들에게 운영권을 넘겼다.


실제 에델트루드 와이스트 초대 원장과 메리엑네스 살버 2대 원장을 끝으로 대구파티마병원 원장직은 줄곧 우리나라 수녀들이 맡았다.


3대 여귀남 원장과 4대 최수자 원장, 5대 박제윤 원장, 6대 유영희 원장, 7대 장증태 원장, 8대 박진미 원장에 이어 지난해 8월 제9대 김선미 원장이 취임했다.


코로나19 사태 한 복판에서 중책을 맡게 된 김선미 병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섬김과 돌봄’을 기치로한 신종 감염병 대응에 나섰다.


지난 세월 환자들이 보내준 무한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보다 정성이 깃든 의료로 확진자를 돌보고 외래 및 입원환자 보호를 위한 강도 높은 방역체계를 가동했다.


김선미 병원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대구파티마병원의 역할을 다시금 각인시킨 계기였다”며 “지역민의 건강 파수꾼으로 꼭 필요한 병원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환자들을 위한 아낌 없는 투자 지속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칠 무렵 취임한 김건우 의무원장은 그야말로 천군만마(千軍萬馬)였다.


신종 감염병 사태를 진두지휘했던 김건우 코로나19 상황실장이 지난 3월 의무원장으로 전격 발탁되며 지근거리에서 김선미 병원장을 보좌하게 됐다.


지난해 대구파티마병원의 코로나19 환자 치료 및 방역시스템 구축에 진력을 다한 그는 이제 의무원장으로서 전체 의료진 관리 및 진료시스템 운영을 관장하게 된다.


준비된 의무원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의 취임 일성은 “꼭 필요한 병원, 오랫동안 함께하는 병원”이었다.


대구파티마병원의 지정학적 특성상 대구 동구, 경북 경산, 청도, 영천 등 고령자와 저소득층이 많은 만큼 이들에게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현재 진행 중인 리모델링 역시 같은 맥락이다. 환자들에게 첨단장비와 보다 쾌적한 진료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치료 성과는 물론 만족도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의무원장인 만큼 의료의 질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잘해왔지만 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상당하다.


실제 대구파티마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각종 질병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신뢰 받는 병원으로 선정됐다. 대장암, 유방암, 폐암 적정성 평가에서도 1등급을 받으며 암 치료 전문기관임을 입증했다.


김건우 의무원장은 이러한 진료성과 기저에는 대구파티마병원 만의 조직문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환자를 위해 필요하다면 연구비든 장비든 아낌없이 지원해 주는 병원의 운영철학과 환자를 위해 쉼 없이 술기를 발전시켜 나가려는 의료진의 열정이 시너지로 발현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건우 의무원장은 “2차 병원도 상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싶다”며 “대구파티마병원의 문화를 토대로 비약적인 의료 질 향상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척박한 경영환경이지만 포기할 수 없는 가치, '사회적 약자를 품어라'


하지만 급격한 병원환경 소용돌이는 대구파티마병원도 긴장케 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하는 병원이 아닌 나눔을 실천하는 병원이 되고자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 소신을 지켜나가고 싶지만 결코 녹록찮은 현실에 한숨이 잦아진다.


김선미 병원장은 작금의 대구파티마병원 경영상황을 재정, 대학, 지원이 없는 ‘3무(無)’로 진단했다.


60년 넘는 세월 ‘섬김 의료’를 실천한 탓에 재정력이 취약할 수 밖에 없고, 의료인력 확보 근간이 되는 대학이 없으며, 정부 지원에서도 늘 소외돼 있음을 개탄했다.


상업주의적 외도 유혹에 흔들릴 법도 하지만 김선미 병원장은 ‘나눔과 섬김 의료’를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김 병원장은 “사실 경영지표만 놓고 보면 하루 하루가 사실상 기적이다. 하지만 대구파티마병원의 근간이 되는 가치를 잃는 것은 길을 잃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병원 옥죄기 정책이 계속되는 한 이상과 현실 괴리는 지속될 수 밖에 없는 명제”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가치를 잃지 않으려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선미 병원장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의료를 전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구파티마병원은 해외에서 온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자 등 이주민에게 출산비 지원은 물론 무료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병원 역시 살림이 넉넉하지 않지만 의료 취약계층에게 아낌없는 나눔 의료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누구든, 언제든 상관 없습니다. 대구파티마병원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사회적 약자를 품고 갈 각오가 돼 있습니다.” 김선미 병원장의 당찬 소신은 깊은 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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