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관리 혁신 연속혈당측정기, 적용 범위 확대 필요'
조영민 서울대병원 교수
2021.02.25 06:0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연속혈당측정기는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혁명적 진보입니다.”


국내 당뇨병 권위자인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사진]는 연속혈당측정기(CGM,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에 대한 파격적인 예찬론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CGM 등장 의미를 묻자 "추상회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작품 ‘나무’ 연작을 아느냐"고 되물었다.


이 작품은 구체적인 풍경에서 극도로 단순해지는 기하학적 추상의 전개가 탄복을 자아낸다. 구상화에서 반추상화, 그리고 추상화로 변해가는 몬드리안 만의 추상미술 과정이 뚜렷하다.


조영민 교수는 당뇨환자 혈당관리 역사는 몬드리안 ‘나무’의 역순으로 봐야 한다는 부연을 곁들였다. 즉, 추상화→반추상화→구상화 순이다.


당뇨환자들이 당화혈색소를 통해 평균적인 혈당 수준을 확인하는 것이 추상화에 해당한다면 손끝에서 혈당을 측정한 결과를 보는 것은 반추상화, 자동으로 실시간 혈당을 알려주는 CGM은 구상화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뇨환자 혈당관리 역사에 일대 ‘혁명’에 가깝다는 게 조영민 교수의 평(評)이다.


채혈을 통한 혈당체크는 전체적인 혈당수치 파악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CGM은 보다 정확하게 혈당수치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조영민 교수는 “나무(단순 수치)가 아닌 숲(전체 수치)을 보고 싶어했던 의사들에게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 준 기기가 바로 CGM”이라고 말했다.


물론 CGM이 등장과 동시에 이런 호평을 받은 것은 아니다. 채혈 방식이 아닌 한 번 부착을 통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개념은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정확성과 경제성이 문제였다.


초반에 나온 CGM 기기들의 혈당 오차율은 15% 이상이었다. 채혈 방식이 5%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편의성은 인정되지만 정확성이 적잖게 아쉬웠다.


비싼 가격도 발목을 잡았다. 수 백만원을 호가하는 기기 값에 주기적인 센서 교체비용까지 환자 부담이 상당해서 대중화에 어려움이 많았다.


"정확도 높아지고 환자 부담 등 경제성도 개선"
"혈당 오차율 많이 개선돼 신뢰성 크게 향상"
"환자 부담 컸던 가격 문턱 낮아졌고 제2형 당뇨병도 급여 확대 필요"


하지만 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CGM 혈당 오차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여전히 채혈 방식 보다는 높지만 이 정도면 안정성 범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가격 문턱도 대폭 낮아졌다. 업체들이 CGM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제품을 출시하면서 가격이 크게 내려갔다.


특히 의학적으로 CGM 유용성이 입증되면서 건보보험 급여 제도권에 진입,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확실하게 줄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1월부터 제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고, 작년 12월에는 14일 연속 측정이 가능한 CGM에 대해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조영민 교수는 "한국 당뇨환자들의 효율적인 혈당 관리를 위해 CGM 사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직은 건강보험 급여가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국한돼 있지만 향후에는 인슐린 주사를 맞는제2형 당뇨병 환자 등 급여 범위를 보다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최근 공개한 ‘2021년 당뇨병 진료지침’에서 CGM 역할에 주목했다.


ADA는 나이 또는 당뇨병 유형과 무관하게 인슐린 주사 또는 펌프를 사용하는 모든 당뇨환자에게 CGM 사용을 권고했다.


이웃나라인 일본 역시 지난해 4월부터 제1‧2형 당뇨병 환자 중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모든 환자에게 CGM 급여를 인정하면서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


조영민 교수는 “제2형 당뇨병 환자 중에도 인슐린을 투여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궁극적으로는 이들에게도 급여 혜택을 부여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CGM을 통한 입원환자의 혈당관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미 서울대병원의 경우 입원환자 혈당관리에 CGM을 활용하고 있다”며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임상적 유의성은 분명한 만큼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대병원은 현재 당뇨환자 외에도 장기이식 환자들의 혈당관리를 위한 CGM 활용에 관해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향후 CGM 발전에 대한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조영민 교수는 “CGM의 기술 진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모니터링 기간 연장과 비침습 방식으로의 전환 등이 가장 큰 변화 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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