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힘든 중소병원, 스프링클러 의무화 '신음'
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 '재정 지원·기한 유예 필요' 제기
2018.07.11 06:3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안하겠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꼭 필요하고,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건을 계기로 병원급 전체 의료기관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된 가운데 일선 중소병원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수 십억원에 달하는 설치비용은 물론 노후된 건물의 경우 섣부르게 공사를 진행했다가 대형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의료기관 소방시설 강화로 인한 일선 중소병원들의 고충이 크다”며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제도적 보완 및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파했다.


우선 기존 의료기관의 경우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설치에 어려움이 상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병원 천장에는 의료용 가스 배관, 감염병 관리를 위한 음암병실 배관 등이 설치돼 있어 스프링클러 공간 확보가 어렵고 노후된 건물의 경우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시설물을 임대해 운영 중인 병원들은 소유주 승인 및 입주자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스프링클러 설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제 중소병원협회 자체 조사결과 211개 병원건물 중 19%가 30년 이상 된 건물이었으며 이중 13%는 임대 건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링클러 설치에 따른 진료 차질 문제도 큰 걱정거리다.


정영호 회장은 “천정해체 및 배관연결, 물탱그 설치 등 대규모 공사로 장기간 외래 및 병실 운영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이는 환자들에게도 적잖은 피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중환자실, 음암격리병실, 수술실 등 특수병실은 공간배치 및 의료장비 이동 등의 문제로 공사시 다른 장소에 대체 설치가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병원계에 따르면 입원실의 경우 소음 및 공해 발생으로 공사층뿐만 아니라 위, 아래 층 모두 비워야 한다. 외래는 물론 입원환자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스프링클러 설치비용 확보 및 병원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감이 크다.


정 회장은 “100병상 이상 병원의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은 최소 5억원 이상이 소요되고, 정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1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어 “현재 의료기관은 자금 유동성이 낮고 채무비율은 높아 큰 비용이 소요되는 소방시설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스프링클러 설치 공사 시 장기간의 진료기능 축소에 따른 수입 감소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병원들의 재정악화도 우려된다”고 읍소했다.


이에 따라 중소병원들은 소방시설 강화에 따른 재정지원과 충분한 설치기한 부여를 주문했다.


정영호 회장은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과 차질없는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일선 병원에 대한 재정지원 및
충분한 설치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프링클러 설치비를 국고에서 지원하거나 공사기간 진료비 수입 감소를 고려해 운영자금 저리 융자 지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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