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산부인과 CCTV 영상 유출 사건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3년 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당시 제기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술실 CCTV 의무화 시행 전부터 의료계가 해킹과 영상 유출에 따른 환자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했다는 점에서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산부인과, 성형외과, 한의원, 재활의학과 등 국내 의료기관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이 해외 불법사이트에서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파악된 영상은 80건에 달하며, 이 중 서울 소재 한 산부인과 관련 영상만 21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유출된 영상 전체가 의료법에 따른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이후에 촬영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의료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이 시행된 지난 2023년 9월 25일 이전부터 해킹이나 외부 유출에 따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제도 시행을 6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발생한 성형외과 진료실 영상 유출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며 수술실 CCTV 설치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가 회원 12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3.2%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반대했다. 반대 이유 중 37.6%는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꼽았다.
이 밖에 의료진 감시 등 인권침해 51.9%,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할 가능성 49.2%, 진료 위축 및 소극적 진료 44.5%, 불필요한 소송 및 의료분쟁 가능성 42.4% 등이 제시됐다.
특히 환자의 민감한 신체 노출이 불가피한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등 수술을 직접 거론하며 해킹에 따른 영상 유출 위험성을 우려했다.
환자의 신체 노출 가능성이 높은 진료과의 수술 영상이 해킹될 경우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정보보안을 위한 비용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예정대로 시행됐다.
전신마취나 수면마취 등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촬영된 영상은 일정 기간 보관토록 했다.
하지만 결국 3년이 지난 현재 산부인과에서 촬영된 민감한 영상이 실제 유통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의료계가 당시 제기했던 우려가 다시 조명되는 상황이다.
서울특별시의사회 역시 이번 사건 직후 성명을 내고 수술실 CCTV 의무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의료기관에서 생성되는 영상이 해커들에게 이른바 ‘고가치 표적’이 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앞으로 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실 CCTV 제도는 법적 의무화를 넘어 의료기관 평가 영역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마련된 제5주기 급성기병원 인증기준에는 수술장 안전관리 항목에 ‘수술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운영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에 따라 5주기 의료기관 인증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여부는 물론 운영과 영상정보 관리 등 제도 전반의 적정성이 의료기관의 수술장 안전관리 과정에서 다뤄진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해킹과 영상 유출이었다”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환자를 새로운 위험에 노출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힐난했다.
이어 “아무리 강력한 보안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애초에 촬영·저장되지 않은 영상은 유출될 수 없다는 가장 근본적인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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