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 경영난 ‘심화’…지역별 역할 ‘차등화’
거점완결·지역거점·돌봄형 등 기능 세분화시키고 비용 ‘사전 지원’ 필요
2026.10.13 10:19 댓글쓰기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맡았던 지방의료원 상당수가 환자 수 회복 지연과 경영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응급·분만·감염병 대응 등 지역에 필요한 기능을 유지할수록 비용은 늘어나지만 이를 충분히 보상할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 적이 나온다.


지역마다 의료자원과 주민의 의료이용 양상이 다른데도 모든 지방의료원에 동일한 진료기능과 경영성과를 요구하는 방식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진단이다.


지역 의료공백을 기준으로 지방의료원 역할을 구분하고 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7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지역완결 공공의료체계 구축과 지역거점 공공병원 재정·운영체계 개편 방향 모색 국회토론회’에서도 지방의료원 역할과 보상체계를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백주 을지의대 교수는  “지방의료원을 지역 공공보건의료 허브로 두고 각 지역 필수의료 수요에 맞춰 기능을 차등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료 실적을 낸 뒤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에 필요한 기능을 먼저 정하고, 이를 수행할 인력과 시설을 사전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교수는 “지역 여건과 의료원이 앞으로 맡아야 할 기능을 고려해 필요한 인력을 산정한 뒤 그에 맞는 인건비를 사전 지원해서 채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의료원이 충분한 역할을 하려면 시설 지원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러한 방향을 거점완결형 및 지역거점형, 지역돌봄·특화형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체화했다.


거점완결형은 24시간 응급진료와 응급수술, 준중환자실, 급성기 입원 및 기본·응급수술 기능을 갖추고 포괄 2차 종합병원 진입을 목표로 한다. 지역거점형은 응급진료와 급성기 입원 기능을 유지하면서 부족한 수술 기능을 외부 의료기관과 연계 하고 환자 수용과 전원 조정을 맡는다.


급성기 의료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서는 회복기 재활 과 완화의료·호스피스, 방문진료, 재택의료 등에 집중하는 지역돌봄·특화형을 선택할 수 있다.


정 교수는 “모든 지역의료원이 포괄 2차를 지향하는 것은 적 합하지 않다”며 “지역의료원마다 맡아야 할 역할을 명확히 정하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지방의료원 역할을 지역 여건에 맞게 재설정하고 보상체계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공공의료기관은 환자가 찾아오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필요한 보건의료서비스 공백을 메우고, 그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받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연구진이 의료원별 유형과 역할, 성과 지표를 우선 설정하고 의료원 구성원들과 협의한 뒤 교육과 평가를 연계하 는 방식이다. 이 정책관은 “지방의료원 2∼3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천은 급성기, 수원은 재택의료 연계


지역별 의료여건을 살펴보면 지방의료원 기능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뚜렷해진다.


경기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국립중앙의료원의 2019년 의료이용 자료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살펴본 결과 파주·이천·포 천 진료권은 진료기능상 3차병원과 지역거점병원이 모두 없는 ‘공급 취약지형’으로 분류됐다. 


반면 수원·성남·안양·부천·안산·고양은 두 기능을 갖춘 의료기관이 모두 존재하는 ‘자체충족형’ 진료권이었다.


급성심근경색 관내 의료이용률은 파주 19.6%, 이천 32.2% 수준이고 뇌졸중도 각각 7.9%와 25.8%에 그쳤다. 자체충족형으로 분류된 6개 진료권은 두 질환 관내 의료이용률이 모두 50%를 넘었다.


공급 취약지역에서는 지방의료원 응급·급성기 진료역량을 확충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은 2019년 3월 신축병원으로 확장 이전해 300병상 규모를 갖추고 응급진료와 입원·수술, 재활치 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의료자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에서는 지방의료원에 다른 역할이 요구된다. 급성기 진료에 더해 퇴원환자 지역 복귀를 지원하고 재택의료기관과 병원 진료를 연결하는 기능을 맡는 방식이다.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은 금년 3월 지역 재택의료 지원에 참여하는 14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재택 환자에게 전문진료가 필요하면 수원병원이 진료와 단기입원을 제공하고, 치료가 끝나면 다시 지역사회로 회송한다.


주민이 지방의료원에 기대하는 역할도 거주지역에 따라 달랐다. 2022년 충남 성인 2057명을 대면 조사한 연구에서 지역 규모와 관계없이 공공보건정책과 감염병 대응 기능 중요성 을 높게 평가했지만 세부적인 우선 순위에는 차이가 있었다.


대도시 주민은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안전망을, 비대도시 주민은 미충족·필수의료 제공과 운영 효율성을 상대적으로 중시했다. 농촌 주민은 퇴원 후 진료 연계 기능을 더 중요하게 평 가했다.


공공성 보상·보장하면서 경영 책임도 물어야


지방의료원이 지역에 필요한 공공의료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도 재무 성과까지 함께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전북 남원의료원은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며 분만·재활·감염병 대응 기능 등을 수행하고 있다.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평가에서 6년 연속 A등급을 받았지만, 더불어민주당 박 희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서는 2025년 상반기 36억81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방의료원 적자를 모두 공공의료 수행에 따른 비용으로 간주하기도 어렵다.


강원도 감사에서는 속초의료원의 부적정한 회계 처리와 법령 위반 계약, 허위 준공 처리 등이 적발됐다. 지역에 필요한 역할을 맡기고 적정한 비용을 보상하는 동시에 경영 투명성과 책임성을 평가할 장치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지방의료원 등에는 포괄수가와 행위별수가를 결합한 혼합형 지불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입원료와 처치 등 기본적인 입원서비스는 포괄수가로 묶고, 수술·시술 등은 행위별수가로 별도 보상한다.


그러나 신포괄수가도 입원 건수와 재원일수, 중증도 등 실제 진료 실적에 따라 수입이 달라진다. 


환자가 적어도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유지하고 감염병 발생에 대비, 병상과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지방의료원에는 진료량 중심 보상만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2년 보고서에서 지역 연계·조정 역할은 묶음지불 방식으로 보상하고, 일정 규모와 기능을 갖 춘 지방의료원에는 신포괄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료취약지 소규모 지방의료원에는 운영비와 인건비를 포함한 의료비를 총액으로 지원하는 병원예산제를 우선 적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해외에서도 병원 진료량과 수입을 분리하기 위한 제도가 운영돼 왔다. 미국 메릴랜드주는 규제 대상 급성기병원을 대상으로 병원 진료에서 얻을 연간 수입 한도를 미리 설정하는 총액예산제를 운영하고 있다.


기관 단위 보상이 단순한 적자 보전에 머물지 않으려면 사전 계획과 사후평가가 함께 병행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의료원이 필수의료와 취약계층 진료, 공공의료사업 목표를 정하고 이행 결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방식 이다.


지역의료원 한 관계자는 “지방의료원마다 지역에서 맡아야 할 역할이 다른데 같은 진료량과 수익성을 요구하면 경영난을 풀기 어렵다”며 “지역에 필요한 기능을 먼저 정하고 수행 비용을 보상하되, 그에 따른 성과와 책임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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