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아의료 떠받치는 소아청소년병원 ‘위태’
의사 부족에 보호자 민원 등 간호사까지 구인난…야간·휴일·입원진료 감축
2026.10.11 07:04 댓글쓰기

무너진 지역 소아의료를 떠받치고 있는 소아청소년병원들이 전문의와 간호사 부족, 인건비 상승, 의료진 고령화가 겹치면서 야간·휴일·입원진료까지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회장 최용재)는 지난 10일 추계학술대회가 열린 웨스틴서울파르나스에서 소아청소년병원 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전국 회원병원 120여 곳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71곳이 응답했다.


응답 병원 74.6%는 현재 진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부족한 이유로는 지원자가 없다’는 응답이 86.8%로 가장 많았고, 야간·휴일·입원 근무 기피와 높은 급여 요구 등이 뒤를 이었다.


채용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었다. 최근 3년 안에 전문의 채용을 시도한 68곳 가운데 6개월 안에 채용에 성공한 곳은 27.9%에 그쳤다. 나머지 72.1%는 6개월 이상 걸렸거나 아직 채용하지 못한 상태였다.


인력난은 인건비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최근 5년 사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1인당 급여가 30% 이상 오른 병원은 57.7%였다. 그럼에도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면서 대표원장이 직접 진료 공백을 메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봉직 전문의 가운데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비율은 11.3%였지만 대표원장은 43.7%에 달했다. 이들 대부분은 야간·휴일·입원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장시간 근무하고 있었고, 전문의를 구하지 못한 데 따른 인력 부족도 주요 이유로 꼽혔다.


인건비·고령화 겹치며 현장 부담 누적


실제 진료 축소도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응답 병원의 60.6%는 최근 3년 안에 전문의 부족으로 진료를 줄이거나 중단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야간·휴일진료 축소와 외래진료시간 단축, 입원병상 축소 등이 대표적이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았다. 현재 인력과 채용 여건이 이어질 경우 응답 병원의 52.1%는 앞으로 4년 안에 지금 수준의 야간·휴일·입원진료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전문의 고령화도 진행되고 있었다. 응답 병원 상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13명 가운데 30대는 50명으로 16.0%에 그친 반면 60대 이상은 56명으로 더 많았다. 대표원장 역시 60대 이상이 31.0%를 차지했다.


간호인력 상황도 비슷했다. 간호사 인원을 답한 57곳 중 71.9%는 현재 인력이 필요 인원보다 부족하다고 했고, 전체 응답 병원의 87.3%는 간호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간호사 채용이 어려운 이유로는 소아청소년과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야간·교대근무 부담과 높은 업무 강도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주변 다른 전문과목 병원보다 비슷하거나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인력 확보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병원들 “인력 확보하려면 보상부터 바꿔야”


회원병원들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수가 개선을 꼽았다. 


협회는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 야간·휴일·입원진료를 유지하는 소아청소년병원에 대한 별도 보상과 소아진료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 소아병동 간호 필요도를 반영한 간호인력 기준과 지원을 요구했다.


최용재 회장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이후 전공의들 소아청소년과 기피가 소아청소년병원의 전문의 채용난으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며 “지난 9월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으로 이런 현상이 더 빨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아청소년병원은 소아의료 허리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려고 가까스로 버티고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 보듯 현실은 녹록지 않다”며 “정부가 제도적 안전장치와 지원책 마련을 더 미룬다면 지역 소아필수의료는 머지않아 제 기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동균 부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뿐 아니라 간호사도 보호자 민원 부담 등으로 구하기 힘든 것이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 현주소”라며 “기존 의료진 피로 누적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영 압박 등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닌 만큼 정부가 지역 소아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적극 나서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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