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직의사 연대, 전국 병원 의사노조 결성”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합법적인 결집 필요하고 기본 협상력 확보”
2026.09.28 05:54 댓글쓰기



“개인이 정부를 상대하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노조는 결국 연대다. 혼자 하면 힘드니까 함께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게 제일 필요하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이 ‘전국의사노조’ 추진에 나선 이유는 명확하다. 정부와 의료기관을 상대로 의사 개인이 대등한 협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개인 또는 직능 단체를 통해 대응하고 의료기관의 부당한 근로조건과 인력 운영에 개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던 구조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최근 ‘전국의사노조 준비위원회’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실행에 나섰다. 


전국 곳곳에 의사노조 설립을 지원하고 이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실질적인 교섭력을 갖춘 전국 단위 조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게 핵심이다.


1병원 1노조부터 시작…“기다리지 않고 직접 찾아간다”


전국의사노조 준비위원회가 첫 번째 과제로 내건 것은 ‘1병원 1노조’다.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사노조 만들기 운동을 추진한다.


주신구 회장은 “전국 곳곳에 의사 노동조합을 정착시키고 노조 간 연대를 강화할 것”이라며 “구성원들과 민주적인 논의를 통해 전국 단위 노동조합을 조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 설립을 원하는 의사라면 익명 또는 실명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초기 상담부터 최초 단체교섭까지 노조 설립 전 과정을 변호사·노무사 및 기존 의사노조 관계자들이 지원한다. 


다만 주 회장은 의사들이 노조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과 실제 설립에 나서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전제했다. 


그는 “가입하겠다는 것과 직접 나서 설립하는 것은 다르다”며 “기다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전국을 순회하며 토양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와의 협력도 추진한다. 그는 “의협에도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큰 사업을 하려면 중앙에서 자금과 인력, 행정적인 지원 등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주 회장은 의협과 의사노조 역할이 충돌하기 보다 상호 보완적이라고 봤다. 


전국의사노조 조합원 역시 의협 회원인 만큼 의협은 포괄적인 역할을 하고 의사노조는 근로조건과 진료환경 등 그동안 협상력을 갖지 못했던 부분에서 목소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 회장은 “의사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힘의 결집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의사노조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3년 내 조직률 10% 목표…“절반 넘으면 정부도 무시 못할 것”


전국의사노조 조직화는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는 점도 인정했다. 주 회장이 개인적으로 제시한 단기 목표는 향후 2~3년 내 약 10%의 의사를 노조 조직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는 “아주 단기적으로는 10%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기간은 2~3년 정도”라면서도 “한 번 불길이 붙어 확산하기 시작하면 기간을 정하는 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사노조가 의료계에서 확실한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으로는 ‘50% 이상’을 제시했다.


주신구 회장은 “결국 남들이 인정하려면 절반 이상은 가입해야 한다”며 “그 정도가 되면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을 비롯해 이미 존재하는 의대 교수와 병원별 의사노조는 전국적인 조직화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전공의노조가 안착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젊은의사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단체교섭을 경험하면 전문의가 된 뒤에도 노동조합을 자연스러운 권리 보호 수단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주 회장은 “전공의 때 노조에 가입해 경험하고 나오는 세대”라며 “노조를 통해 이득을 경험한 뒤 밖으로 나와 같은 부당한 일을 겪으면 ‘노조를 만들자’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기본값이 되는 것”이라며 “의사는 노동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년 전공의노조가 있었다면 대부분 전공의 사직 안했을 수도”


주 회장은 2024년 의정갈등 역시 전국적인 노조가 존재했다면 갈등 양상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노조는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다. 대화와 타협을 하기 위한 마지막 장치”라며 “그때 전공의들에게 노조가 있었다면 사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전국의사노조 설립이 파업을 전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주 회장은 “파업은 최후 수단이다. 파업하려고 노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방력을 강화한다고 해서 전쟁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노조를 만든다고 바로 파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정당하고 공평하게 협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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