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MRI ‘병상공동활용제 폐지’ 논란 재점화
법 개정안 국회 제출…조건부 찬성 표명 병원계도 “부작용 우려” 반대
2026.09.29 06:02 댓글쓰기



공회전을 거듭해온 CT, MRI 등 특수의료장비 설치를 위한 ‘병상공동활용제’ 폐지가 재추진 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해묵은 논제인 ‘병상공동활용제 폐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추진 중인 방식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상당한 분위기다.


논란의 단초는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다. 해당 개정안의 핵심은 특수의료장비 도입을 위한 병상 거래 원천차단이다.


이개호 의원은 병상공동활용 제도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음성적 거래가 횡행하는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를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특수의료장비 설치 기준을 의료기관 병상 수가 아닌 실제 의료수요와 진료기능을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내용이 담겼다.


뿐만 아니라 장비사용 연한에 따른 차등수가제 도입을 통해 노후 장비의 자연스러운 퇴출 유도하고, 영상의학과 전문의 등 필수 의료인력의 적정 배치도 의무화했다.


“개정안 시행은 득(得) 보다 실(失), 지방 중소병원 의료인력난 가중”


하지만 병원계는 기대효과보다 부작용 우려가 더 크다며 반감을 표했다.


특히 ‘충분한 유예기간 부여’ 등 조건부 찬성 입장이었던 대한병원협회도 이번 개정안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국회 및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이개호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신중 검토를 촉구했다.


우선 개정안에서 제시한 특수의료장비 설치기준에 ‘수진자 수’를 포함할 경우 오히려 설치문턱이 낮아져 장비의 추가 증설과 불필요한 촬영 유발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차등 수가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이미 특수의료장비는 품질검사를 통과해야 설치·운영할 수 있는 만큼 품질 평가와 연계한 건강보험제도 측면에서 활용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등 운영인력 확보 의무화에 대해서는 지방·중소병원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개원가는 ‘병상공동활용제 폐지’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병상공동활용제 폐지로 의원급이나 소규모 병원에서 CT‧MRI 검사 장비를 보유할 수 없다면 방문 환자가 줄어 의료전달체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개원가 “설치 기회 박탈은 가혹”


대한개원의협의회는 CT‧MRI 등 특수의료장비 병상공동활용제 폐지에 대한 대국민조사 설문조사 결과 ‘반대’ 답변이 96%에 달했다는 점을 근거로 반대했다.


한 개원의는 “CT·MRI 신규 진입을 제한하면 10년 뒤에는 대형병원에서만 관련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국민 선택권 차원에서도 개원가에 설치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정부가 병상공동활용제 폐지를 추진하자 설치 기준을 병상이 아닌 의사 인력으로 해달라는 내용의 요구안을 복지부에 전달한 바 있다.


특수의료장비 사용량이 높은 정형외과·신경과·신경외과 등의 전문의 4~5명을 보유한 병·의원에 CT·MRI 설치를 허용해 달라는 제안이다.


의협은 “개원가에도 5~6명 전문의를 보유하고 종합병원 못지않은 진료를 하는 곳들이 있다”며 “이런 곳들까지 CT·MRI를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예전처럼 CT·MRI 촬영 비용이 높지 않아 개원가에서는 수익성 문제로 1대 이상 설치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를 굳이 병상 수로 막을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CT, MRI 등 특수의료장비 설치를 위한 공동활용병상제 폐지는 해묵은 논제다.


복지부는 지난 2022년 5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에서 특수의료장비 공동활용병상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소규모 의료기관 장비설치에 따른 남용, 공동병상 동의 거래 및 중복 등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현재 규정 상 MRI는 200병상 이상, CT는 시지역 200병상 이상, 군지역 50병상 이상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다른 의료기관과의 병상 합계가 이 기준을 충족해야 설치할 수 있다.


복지부는 이러한 공동활용병상제가 고가의료장비 과잉에 따른 의료비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과감하게 폐지키로 했다.


그 근거로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CT와 MRI 촬영건수가 OECD 평균에 비해 1.5배에서 2배까지 많다는 조사결과를 제시했다.


하지만 제도가 폐지될 경우 자체 보유 병상이 부족한 의료기관은 CT나 MRI 설치가 불가한 만큼 개원가는 1차 의료기관의 특수의료장비 신규 도입을 막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후 제도 개선은 답보 상태를 거듭했다. 물론 복지부도 나름 노력은 했지만 잦은 인사교체와 외부요인 개입 등이 겹치면서 진척을 이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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