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종양 수술은 ‘수술방을 종일 쓰는 비효율 파트’로 전락했다. 뇌종양 전문의는 향후 5년간 37명이 필요하지만 뽑을 사람이 없다.”
대한신경외과학회(이사장 김긍년)가 국회에서 중증뇌질환 수술에 투입되는 인력·시간을 수가에 반영해 달라고 촉구했다. 21일 학회는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과 정책간담회를 열고 정책을 제안했다.
김긍년 이사장은 “신경외과는 뇌졸중, 뇌출혈, 중증 두부외상, 척추·척수질환, 소아신경계질환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중증·응급질환을 담당하지만, 오늘날 신경외과 진료현장은 여러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학회가 제안한 과제는 ▲중증·응급질환 공공정책수가 신설 ▲필수의료 전임의 국가 지원 ▲신경중환자 전담진료체계 구축 ▲척추 수술의 중증도 반영 수가 신설 ▲대기 당직 수가 신설 ▲치매 환자의 조기 진단 및 치료 관련 정책 개발 ▲의료사고 법적 보호망 구축 등이다.
장시간 수술에도 획일적 수가로 ‘의료기관 경영 부담’ 고착화
중증·응급질환 공공정책수가의 경우, 신경외과가 담당하는 뇌혈관·뇌종양·뇌전증 등 중증 뇌질환 수술이 위험도와 중요도에 비해 현실적으로 보상받고 있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제시됐다.
학회에 따르면 해당 수술들은 최소 5~6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고, 집도의 한 사람 술기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보조의사 3명, 전문간호사 2~3명, 수술 중 신경계 모니터링 기사, 마취과 전문의 등 의료진 10여 명이 한 수술에 동시에 투입된다.
학회는 “수술 시간과 무관하게 책정되는 현행 수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의료기관도 수술을 많이 할수록 경영에 부담이 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행위별 수가만으로 이를 지탱할 수 없어 공공정책수가 형태의 확실한 별도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뇌종양 개두술, 두개저 수술 등 고난이도 뇌수술을 별도 분류해 수술 시간·난이도·집중치료 필요도를 반영한 새로운 보상 기전이 있어야 한다”면서 “장시간 수술이 병원에 ‘손해’가 아니라 ‘투자’가 돼야 병원이 전담 전문의를 채용한다”고 피력했다.
뇌종양 전담전문의 겨우 ‘年 6명’ 배출…국가책임제 필요
실제 신경외과 후학 양성은 암담한 실정이다. 학회에 따르면 뇌종양·뇌혈관·소아 등 고난도 수술 전문의는 최소 3년 이상 전임의 수련이 필수적이나 경제적 어려움 및 고강도 업무로 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회 뇌종양발전위원회와 대한뇌종양학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뇌종양 전담 전문의 수는 101명이고, 실제 뇌종양만 진료하는 전문의는 50명 내외로 추정된다. 연간 신규 배출 인원은 연 6명 수준이고, 1년차 전임의는 지난해 겨우 3명이었다.
학회는 “은퇴 인원이 신규 배출을 상회해 산술적으로 약 5년마다 10명씩 뇌종양 전문의가 줄고 있다”며 “향후 5년간 37명이 필요하지만 뽑을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고난도 수술이 수도권에 쏠려 진행된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개두술을 통한 뇌종양 절제술 62%를 서울 소재 26개 병원이 담당했고, 상위 5개 병원이 전국 수술의 절반을 맡고 있었다.
또한 2023년 기준 뇌종양 전담 전문의 신규 임용 TO 8개 중 5개가 비수도권 병원 자리지만 수년째 인력을 뽑지 못하는 중이다. 학회는 “수도권 집중과 비수도권 뇌종양 전담 전문의 감소는 종국에 지방 전문의 숙련도를 유지할 환자조차 부족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외과 전문의 양성 프로그램과 유사하게 신경외과 등 필수의료 전임의에 대해서도 국가 차원 연수 등 교육 및 경제적 지원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학회 주장이다.
학회는 “오늘 제시한 과제는 특정 진료과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증·응급 환자가 필요한 때, 필요한 곳에서 최소한의 최종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가와 인력, 교육과 법적 보호는 분리된 문제가 아니다. 신경외과 의사들은 늘 해오던 일을 성실히 하려 한다. 다만 수술실에 갇혀 의료정책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소병훈 의원은 “오늘 제안한 수가 신설, 전담의 확보, 필수의료 전임의 국가 지원 등은 중요한 과제”이라며 “신경외과를 비롯한 필수의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지역과 관계없이 국민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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