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 고속도로 휴게소 공공병원이 개원 5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병원계에 따르면 경기도립 안성휴게소 의원이 8월 31일 오후 6시 마지막 환자 진료를 끝으로 폐원했다. 2021년 7월 개원 이후 5년 1개월 만이다.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 안성휴게소에 위치한 의원은 고속도로와 인근 지역의 의료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해 이재명 경기지사 재임 시절인 2021년 개원한 공공의료 시설이다.
안성휴게소 의원은 그동안 경기도의료원이 위탁 운영을 맡아 연중무휴로 환자들을 진료했다.
의사 2명과 간호사·간호조무사 3명, 행정직원 1명 등 6명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월요일과 목요일은 오후 10시까지 근무했다.
하지만 당초 일평균 30여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실제 안성휴게소 의원을 찾는 환자는 하루 평균 24명에 그쳤다.
이로 인해 최근 3년간 연평균 4억5500만원의 손실이 났고, 경기도 재정사업 평가에서는 2023년부터 매년 ‘미흡’ 평가를 받았다.
이에 경기도는 3년마다 계약하는 경기도의료원과 올해를 끝으로 위·수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지난 6월 결정했다.
안성휴게소 의원 의료진과 지역주민들은 지난해 의원을 찾은 환자 수가 9257명으로, 2024년 8731명에 비해 526명 늘었다며 폐원을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폐원은 단순히 하나의 휴게소 의원이 사라지는 문제를 넘어선다. 과거 같은 장소에서 운영됐던 민간 의료기관 역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바 있다.
민간의료가 수익성의 한계를 이유로 떠난 자리를 공공의료가 메웠지만, 공공의료 역시 지속적인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운영 중단을 결정한 셈이다.
안성휴게소 의원이 자리한 곳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약 5년 동안 ‘안성맞춤의원’이란 이름의 민영 의료기관이 운영된 바 있다.
고속도로 이용객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문을 열었지만 충분한 환자 수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영난에 직면했고, 결국 약 5년 만에 폐업의 길을 걸었다.
휴게소라는 특수한 입지 자체가 의료기관의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미 민간 의료기관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민간 의료기관이 폐업한 이후 경기도는 의료 공백을 방치하지 않기 위해 공공의료 차원에서 안성휴게소 의원 운영에 나섰다.
고속도로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경증질환이나 응급상황에 대응하고, 장거리 이동 중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이용객들에게 최소한의 의료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공공의료기관으로 운영된 이후에도 경영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환자 수요가 제한적인 반면 의료진과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인건비, 시설 운영비 등 고정비는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결국 적자가 누적됐고, 경기도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 차례 민간이 경영난으로 떠났고, 이후 공공이 의료안전망을 위해 다시 문을 열었지만 공공 역시 수익성이라는 현실 앞에서 결국 운영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이번 안성휴게소 의원 폐원은 공공의료 역할과 한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의료기관이 이미 경영난으로 철수했던 곳에 공공의료가 들어섰다가, 누적 적자를 이유로 다시 철수하게 된 상황은 적잖은 의미를 던진다.
한 공공의료 전문가는 “공공의료마저 손익계산을 우선시한다면 민간의료가 진입하기 어려운 지역과 분야의 의료서비스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안성휴게소 의원의 폐원은 그동안 민간의료의 수익성 문제로만 치부됐던 의료공백 문제가 공공의료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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