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상장폐지 기업 셀리버리 조대웅 전(前) 대표가 2000억원대 유상증자·전환사채(CB) 발행 과정에서 자금 사용 목적을 허위로 공시하고, 감사의견 거절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처분한 혐의 등으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이정희 부장판사)는 20일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2100억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5억1728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셀리버리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권모씨에게는 징역 5년과 벌금 110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중형 선고에 따라 조 전 대표 보석을 취소하고 다시 구속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아 온 권씨도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2500억원을, 권씨에게 징역 7년과 벌금 2500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또 두 사람에게 공동으로 약 676억7000만원을 추징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날 150여 쪽에 이르는 판결문을 토대로 ▲사기적 부정거래 및 주요사항보고서 거짓 기재 ▲자회사 부당 대여에 따른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주식 소유상황 보고 의무 위반 및 차명거래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 주요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신사업 추진 숨기고 연구개발 자금처럼 조달”
핵심 쟁점은 셀리버리가 2021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당시 실제 사용 목적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렸는지였다.
조 전 대표 측은 기존 보유 자금으로 화장품업체 아진크린을 인수할 계획이었으며, 자금 조달 당시에는 인수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시에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셀리버리가 신규 자금 조달에 착수하기 전부터 아진크린 측과 구체적인 인수 금액을 협의하고 인수의향서를 전달했으며 일부 실사까지 진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 전 대표가 2021년 5월 화장품 사업 추진단 구성과 신규 인력 채용을 지시하고, 같은 해 7월 인수 대상 회사의 현황을 반영한 조직 개편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점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늦어도 2021년 7월경부터 아진크린을 인수해 화장품 신사업을 추진할 것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셀리버리가 약 433억원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해당 자금은 앞선 전환사채와 전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마련한 것으로 사용 목적이 연구개발비 등 운영자금으로 제한돼 있었다.
매출이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임직원 급여와 연구개발비 등을 위해 연간 200억원 이상의자금도 남겨둬야 했다.
실제 아진크린 인수와 신사업에 투입된 자금은 492억원에서 최대 575억원에 달한 반면, 셀리버리의 연구개발·운영자금으로 집행된 금액은 157억원에 그쳤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비는 약 129억원이었다.
재판부는 “신규 자금 조달 없이는 자회사 인수와 신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재무 상태였다”며 “연구개발 등에 사용할 것처럼 외관을 형성해 자금을 조달한 행위는 사기적 부정거래와 중요사항 거짓 기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회수 검토·담보 없이 자회사에 203억원 대여
자회사에 대한 203억원 규모의 자금 대여도 업무상 배임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셀리버리리빙앤헬스의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대여금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했지만, 충분한 회수 가능성 검토나 담보 확보, 이사회 결의 등 적절한 절차 없이 자금을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조 전 대표는 자금 대여 사실을 뒤늦게 알았으며 자회사를 통해 매출을 창출하기 위한 경영상 판단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직원 진술과 피고인 간 통화 내역 등을 토대로 조 전 대표가 대여 사실과 자금 사용 현황을 알고 있었고, 대여 역시 그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감사의견 거절이라는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처분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셀리버리와 다케다제약 간 협상이 종료된 2023년 2월 28일경, 늦어도 외부감사인이 추가 감사자료를 요구한 같은 해 3월 13일경에는 감사의견 거절 가능성이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구체화됐다고 봤다.
또 차명으로 이뤄진 주식 취득과 처분이 조 전 대표의 지시에 따라 진행됐으며, 주식 매도대금 역시 조 전 대표과 회사를 위해 사용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소유상황 보고 의무 위반과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법인카드 사용액 가운데 조 전 대표 본인이나 가족을 위해 업무와 무관하게 사용한 부분도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용처가 불분명하거나 업무 관련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일부 지출은 무죄로 봤다.
“특례상장 제도 상징했던 기업…시장 신뢰 저버려”
재판부는 셀리버리가 성장성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첫 번째 기업이라는 점을 양형에서 무겁게 고려했다.
재판부는 “셀리버리는 재무적 성과가 부족해도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기회를 제공한다는 제도 취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기업이었다”며 “피고인들에게는 자본시장 참여자로서 높은 수준의 준법의식과 책임 있는 경영이 요구됐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투자자들에게 알린 자금 조달 목적과 실제 사용 목적을 달리해 연구개발 명목으로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자회사 인수와 화장품 신사업에 투입했다”며 “이로 인해 셀리버리는 상장폐지에 이르렀고 다수 투자자와 주주가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입었다”고 질타했다.
특히 조 전 대표에 대해서는 셀리버리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범행을 계획하고 주도했으며, 법정에서도 구체적인 실무는 CFO가 담당했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조 전 대표가 모회사 연구개발 자금을 자회사에 대여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변 의견을 묵살하고 “또 조달하면 된다”, “라이선스 아웃 계약만 체결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도 언급했다.
다만 조달 자금 대부분을 개인적으로 취득하지 않고 자회사 인수와 신사업 추진에 사용한 점, 셀리버리가 경영 위기에 처한 이후 사재를 출연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청구한 추징액 가운데 조 전 대표에게 5억1727만9750원만 선고한 것과 관련해 “사기적 부정거래로 조달한 자금을 개인적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해당 부분은 추징하지 않고, 미공개정보 이용에 따른 주식 처분 이익만 추징액으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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