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 환자 재산관리 문제가 개인과 가족 부담을 넘어 사회적 과제로 대두됐다.
이에 치매 진단과 약물치료를 넘어 환자 삶의 지속성과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한노인신경의학회는 최근 서울 삼정호텔 본관 2층 라벤더홀에서 ‘노인 만성질환 이해를 통한 신경계 증상 해석과 기능 회복 전략’을 주제로 2026년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치매, 파킨슨병, 노인 수면장애 등 노인 신경질환 최신지견을 비롯해 고혈압, 신장질환, 통증 등 노인환자 기능 회복을 위한 전신질환 관리까지 폭넓게 다뤄졌다.
특히 치매 환자의 재산관리 및 공공신탁제도를 심도 있게 조명하며 진료실 밖 환자 권리 보호를 위한 방안이 모색됐다.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제도 도입 의료현장 역할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세션은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제도’였다.
박기형 가천의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와 한현정 일산브레인신경과 원장을 좌장으로 장홍준 보건복지부 노인건강과 사무관이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도입과 정책적 의의’, 최선영 중앙치매센터 공공후견지원팀장이 ‘공공신탁제도 법적 구조와 실무 쟁점: 의료현장에서 의미’를 발표했다.
장홍준 사무관은 “올해 4월부터 시작된 시범사업은 경제적 학대 위험에 놓인 치매 환자를 돕는 중요한 첫 걸음”이라며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실효성 있는 제도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 이찬녕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이선민 국립중앙의료원 신경과 전문의 등이 참여한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최호진 교수는 “진료실에서 환자 기억력 저하를 진단하는 것만으로는 경제적 위험에 처한 환자의 삶을 지킬 수 없다”며 “의사는 단순한 진단자나 법적 결정권자가 아니라 환자가 공공신탁이라는 사회적 안전망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권리보호 핵심 연결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찬녕 교수는 “환자 인지기능 변화를 가장 잘 아는 주치의 소견이 신탁계약 주요 기준이 된다”며 “다만 진료현장에 제도가 안착하려면 의료진의 행정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연계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는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 등으로 재산관리 위험이 있는 어르신 재산을 공공기관이 투명하게 관리하고 보호하는 공공신탁 기반 사회서비스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4월 22일부터 해당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며, 국민연금공단이 맞춤형 재정지원계획 수립과 지출 모니터링을 맡는 구조로 설계했다.
주요 대상은 경제적 학대 위험이 있는 기초연금수급자이며, 위탁 가능한 재산은 현금, 지명채권, 주택연금 등 현금성 자산을 중심으로 최대 10억 원까지로 제한된다.
공공신탁제도는 의료, 복지, 법률 영역이 각자 전문성을 살려 치매 환자를 함께 보호하는 협업 모델로 평가된다.
의사가 환자 질병과 기능 상태를 평가하면, 공공기관은 신탁계약에 따른 재산관리와 지출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법률 전문가는 신탁과 후견제도 연계 등을 통해 환자 권리보호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박기형 교수는 “치매 진료가 기억력 저하를 평가하는 단계에 머물지 않고 환자가 본인 재산을 자신의 삶을 위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과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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