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급 진료 제공 ‘2.5차 병원’ 지향
구자성 은성의료재단 이사장 “혁신 기반 의사·환자 수도권 쏠림 극복 최선”
2026.07.01 10:54 댓글쓰기

최근 필수의료 붕괴 위기 속에서 지역사회의 건강을 묵묵히 지켜내고 있는 중견 종합병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11개 병원(종합병원 5개, 요양병원 6개)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 은성의료재단 역시 든든한 버팀목 중 하나다. 데일리메디는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미국 와튼스쿨 MBA 출신으로 진료현장과 경영을 아우르는 전문성을 갖춘 구자성 이사장을 만나 지역의료 생태계 복원을 위한 청사진과 혁신적인 병원 경영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부산과 영남권 메디컬 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구자성 이사장은 지역의료 위기 타개책으로 대학병원 수준의 진료를 제공하는 ‘2.5차 병원’으로의 도약과 의료진이 머물고 싶은 ‘좋은 숲’을 조성하는 리더십을 제시했다.


중증질환 책임지는 ‘2.5차 병원’ 지향


구자성 이사장은 지역의료 붕괴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타개할 해법으로 2차 종합병원 역할 강화를 꼽았다.


지역민들이 서울이나 지역 내 대학병원을 찾지 않아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기존 2차 병원의 진료 영역을 3차 병원 수준으로 대폭 확장하는 이른바 ‘2.5차 병원’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재단 산하 좋은강안병원은 암센터를 개소해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본격화했고, 좋은문화병원은 유방암과 부인과암 등 여성암 특화 진료를 시행 중이다.


좋은삼선병원은 최근 혈관조영 장비를 확충하고 제2 중환자실을 신설하는 등 심뇌혈관 및 중증 응급 질환 대응 역량을 대학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구 이사장은 “대부분의 질환은 지역과 서울 간 치료 성적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환자들이 상경 진료를 택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객관적인 진료 성과를 앞세워 지역 환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굳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되는 ‘2.5차 병원’의 모델을 확실히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지역·필수의료는 ‘붕괴’ 피부미용 시장은 ‘비대’


수도권 쏠림 못지않게 지역의료를 위협하는 것은 의료진 유출이다. 구 이사장은 대한민국 의료계가 직면한 필수 및 지역 의료 의사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피부미용 시장 팽창을 지목했다.


과거와 달리 엄청난 규모로 커진 비급여 미용시장이 지역의 젊고 우수한 의사들을 대거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무리 의대 정원을 늘리고 지역의사제를 도입해도, 미용시장 보상과 근무 환경이 필수의료에 비해 월등히 매력적인 현행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 부족 사태 이면에는 해당 진료과를 포기하고 피부미용 등 타 분야로 진출하는 의사들의 급증이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필수의료 분야 대우와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젊은 의사들이 다시 자긍심을 갖고 지역 필수 진료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유인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의료진 머물고 싶은 ‘좋은 숲’ 조성


의료진 구인난에 대응해 구 이사장은 ‘좋은 숲’ 철학을 바탕으로 지역 내 안정적인 의료진 수급체계를 구축했다.


그는 “억지로 새를 잡으러 다니기보다 좋은 숲을 만들면 훌륭한 새가 자연스럽게 모여들기 마련”이라며 “의사들이 오직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병원이 법적인 테두리를 든든하게 지원하고, 진료현장의 고충을 즉각 해결해 주는 소통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재단 산하 지역 병원 의료진의 장기 근속 연수는 타 병원 대비 압도적으로 길다. 의사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한 것이 인력 이탈을 막는 핵심 비결이 됐다.


더불어 은성의료재단이 운영 중인 급성기 종합병원 5곳과 요양병원 6곳의 네트워크 시너지를 극대화해 지역 의료 인프라를 더욱 견고하게 다졌다. 


각 병원의 다양한 성공과 실패 사례를 서로 공유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부산 시내에 위치한 3개의 종합병원은 차로 20분 거리에 있어, 한 병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중증 환자를 즉각적으로 전원할 수 있는 확고한 진료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급성기 병원과 요양병원 간의 신속한 연계 치료도 지역 내 환자 보호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역사회 밀착형 사회공헌·스마트 병원 전환


단순한 기부를 넘어선 ‘성과 중심’의 지역사회 밀착형 공헌 활동도 눈길을 끈다.


재단은 부산 지역 다문화 가정을 타깃으로 삼아, 이주 여성인 어머니들의 검정고시 합격을 조건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사업을 전개했다.


어머니의 학업 성취가 아이들 교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최근에는 지역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가진 이중 언어 능력을 장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이중 언어 스피치 대회를 개최하는 등 실질적이고 창의적인 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AI)과 스마트 병원 구축을 통한 질적 도약도 꾀하고 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생성형 AI를 도입해 직원들이 스스로 업무를 자동화하는 ‘증강 병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구 이사장은 “AI가 당장 진료 현장을 완전히 뒤바꾸지는 못해도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증강 병원’으로의 전환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차 병원만의 특화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망 스타트업과 지속적인 공동 연구를 진행해 의료 AI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이사장은 병원 경영이라는 고된 업을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365일 24시간 긴장을 늦출 수 없고 사람 간 갈등이 교차하는 노동 집약적인 환경이지만, 그 속에서 끊임없이 혁신 의미와 즐거움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때로는 벅차고 힘든 순간도 있지만, 지역주민들 곁에서 생명을 지키는 이 일은 제게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며 “지역 필수의료 최전선에서 도민 건강을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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