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과실이 없다는 확정 판결 이후에도 병원 앞에서 ‘오진’ 등을 주장하는 현수막 시위를 이어간 유족에게 법원이 병원 명예와 신용 훼손 책임을 인정했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판사 탁상진)은 최근 A병원이 환자 유족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병원이 청구한 5000만원 중 상당 부분을 인정한 것이다.
환자 C씨는 지난 2017년 A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C씨는 턱밑 침샘이 붓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고, 이후 턱밑 침샘을 제거하고 목 부위 림프절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조직검사 결과 C씨는 암육종, 즉 턱밑샘암으로 진단됐다. A병원 의료진은 이후 전이 평가와 협진을 거쳐 보조적 방사선치료를 진행했다.
C씨는 이후 전신의 저린감과 통증 등을 호소하며 A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저나트륨혈증 등으로 입원치료를 받던 중 전신상태가 악화됐다. 이후 우측 폐 전이와 전이성 폐암 진행, 폐렴, 흉막 삼출 등이 확인됐고, 2018년 2월 사망했다.
이후 A병원은 C씨 사망과 관련해 병원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B씨도 병원을 상대로 1억원을 배상하라며 맞소송을 냈다.
법원은 2021년 A병원에 C씨 사망과 관련한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B씨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결은 같은 해 확정됐다.
하지만 B씨는 망인 사망 후 2025년 12월 말까지 A병원 인근에서 현수막과 텐트를 설치하고 시위를 이어갔다. 현수막에는 ‘오진’, ‘방사선치료로 전신 마비 잘못’, ‘암 판정 오진’, ‘간단한 침샘 막힘 수술 도중 암으로 판명’ 등의 문구가 담겼다.
앞서 법원은 2025년 5월 B씨에게 특정 문구가 기재된 현수막 등을 병원 부지와 그 경계로부터 100m 이내 설치·유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시위금지 가처분 결정도 내렸다. 이를 위반하면 1회당 20만원을 병원에 지급하도록 했다.
이후 A병원은 계속된 시위로 명예와 신용이 훼손됐다며 별도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공익 주장했지만 허위사실 등 책임
이에 재판부는 B씨 시위 내용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미 관련 민사판결에서 A병원 진료 과정상 의료과실이 없고, C씨 사망이 병원 의료행위와 무관하다는 점이 인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B씨가 게시한 현수막이나 시위 내용은 관련 민사판결에서 A병원이 망인의 진료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없었고 망인 사망은 병원 의료행위와 무관함이 인정됐음에도 이에 반하는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가 병원 앞에서 이런 허위사실이 포함된 현수막 및 텐트를 설치해 불특정 다수인들이 보거나 알 수 있게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이는 A병원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고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법원은 병원 측도 명예와 신용이 훼손된 경우 비재산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법인이 정신적 고통을 느낄 수는 없더라도 명예나 신용이 침해된 경우 그로 인한 비재산적 손해는 배상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이에 B씨는 배우자 사망과 관련한 의료과실 의혹을 제기한 것이고, 공공기관인 병원의 의료서비스 실태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고 주장했다. 시위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어 명예훼손 책임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련 민사판결 확정 이후에도 같은 취지 시위를 이어간 이상 이를 정당한 문제 제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A병원이 입은 비재산적 손해를 4000만원으로 인정했다. B씨가 관련 민사판결에서 패소가 확정되고 시위금지 가처분 결정으로 시위에 제한이 생겼음에도 종전과 같이 계속 시위한 점을 고려했다.
또 적어도 시위금지 가처분이 내려진 2025년 5월 19일부터 같은 해 12월 말까지 약 7개월간 매일 현수막과 텐트를 설치해 게시하는 시위가 계속된 점, 가처분 결정에서 위반 시 1회당 20만원의 간접강제금이 정해졌던 점 등도 참작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시위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넘는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 병원 명예와 신용을 훼손하고 영업을 방해한 것”이라며 “B씨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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