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기 상급종합병원 규모가 소폭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신규 진입을 노리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대거 등판하면서 기존에 지정됐던 병원들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최한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설명회에는 무려 86개 기관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이 확인돼 치열한 눈치싸움을 예고했다.
특히 올해는 쿼터 제한에 따라 기존 상급종합병원 중 일부는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만 하기 때문에 병원계 시선은 과연 어느 병원이 타이틀을 뺏고 빼앗길지에 쏠리고 있다.
대형 종합병원 도전장…이대서울병원, 진입 자신감
무엇보다 수도권에서 새롭게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대형 종합병원들이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면서 판이 더욱 커졌다.
이대서울병원은 개원 이후 중증질환 치료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 진입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은평성모병원 역시 경기 북부 지역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첨단 상급종병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도 개원 20주년을 맞아 ‘연구중심병원 전환’과 ‘상급종합병원 추진’을 선언하며, 질적 혁신을 통한 글로벌 의료기관으로 도약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광명중앙대병원의 경우 당장 진입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앞서 지난해 3월 취임한 정용훈 병원장이 취임식에서 상급종병 진입 기틀을 다지겠다고 예고한 만큼 차기 본격적인 도전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들 신흥 강자와 관록의 기존 병원들이 평가 요건을 철저히 준비, 도전장을 던진 만큼 기존 상급종합병원들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지역 의료계 패권 다툼 격화…수성 나선 병원들
새롭게 분리된 권역을 비롯한 지역 의료계 패권 다툼도 치열하다.
제6기 평가부터 독립된 진료권역으로 분리된 제주권의 경우 전임 최국명 제주대병원장이 상급종병 지정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현 병원장인 장원영 병원장 역시 이 같은 바톤을 이어받아 상급종병 진입 추진에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다.
제주한라병원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과 공동진료센터를 개소하고 수도권 ‘빅5’ 수준의 의료 서비스 제공을 선언하며 제주권 경쟁에 불을 지폈다.
강원대학교병원 또한 지역 정치권과 손잡고 지역 완결형 의료 실현을 위한 권역책임의료기관 발전방향 간담회를 개최해 상급종병 지정 및 신축 이전을 적극적으로 건의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인천권역 역시 기존 상급종합병원 4곳(가천대길병원, 인하대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중 1곳이 탈락할 가능성이 커져 병원계 주목을 받는 지역으로 떠올랐다.
해당 1곳의 탈락분은 경기북부 권역에서 가져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고, 그 후보로 권역외상센터 등을 운영 중인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이 거론되고 있다.
거센 도전에 직면한 기존 상급종합병원들은 수성을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 상대가 다수인 순천향대서울병원도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및 연구중심병원 재도전을 공식 선언해 과거 영광을 되찾기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최근 개원 1주년을 맞은 순천향대천안병원 이문수 병원장도 상급종병 재지정 추진을 천명함과 동시에 지역 완결형 의료의 신모델을 선언했다.
이 외에 강북삼성병원, 중앙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다수의 상급종병도 재지정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건양대병원은 최근 중간관리자 워크숍에서 결속을 다지고 재지정 의지를 재확인했다.
반면, 치열한 소모전 대신 전략적 후퇴를 택한 곳도 등장했다. 부천성모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위한 출혈 경쟁 대신 내실 강화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해 눈길을 끌었다.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지역사회 요구에 맞춘 진료 효율성과 질적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위한 외형 확장 과정에서 기존 환자층까지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강화된 잣대에 어려움 토로…탈락 시 타격 우려
이처럼 병원들 희비와 전략이 엇갈리는 배경에는 평가 기준 강화가 자리잡고 있다.
입원환자 중 전문진료질병군 환자 비율 기준이 기존 34%에서 38% 이상으로 훌쩍 뛰었고, 의원중점 외래질환 환자 비율은 7% 이하에서 5% 이하로 강화됐다.
중증환자 치료라는 역할에 충실하지 않으면 언제든 탈락할 수 있다는 정부의 강력한 경고다.
더욱이 공공성 및 중증응급의료 영역의 가중치 역시 기존 5%에서 10%로 두 배나 확대돼 평가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진료권역이 기존 11개에서 14개로 개편된 점도 경쟁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제주권 독립에 이어 인천권과 경기북부권, 충남북부권과 충남남부권이 각각 분리돼 지역별 소요 병상 산출 결과에 따라 예상치 못한 이변이 속출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복지부 역시 이번 상급종병의 뜨거운 경쟁을 확인하며 지정에 어려움을 피력하기도 했다.
최근 열린 설명회에서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지정을 바라시는 많은 병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전부 지정해 줄 수 없다 보니 경쟁하게 되고 승패가 나눠지니 우리 입장에서도 기준 하나를 만드는 게 조심스럽고 어렵다"고 지정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병원계 역시 상급종병 탈락으로 발생할 심대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보인다.
한 병원계 관계자는 “경쟁 상대가 많은 병원의 경우 탈락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단순한 경영적 손실을 입는 것을 넘어 병원 이미지에도 막대한 타격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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