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만 산부인과가 1·2인실 중심으로 병상을 운영했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7억원대 환수 처분을 내린 데 대해 법원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자 의료계가 격분했다.
27일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 필수의료 정책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며, 현장 희생망 강요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강한 분노를 표했다.
이어 "해당 병원은 감염 예방 및 산모 프라이버시 보호, 신생아 안전관리라는 분만의료 특수성을 고려해 대부분의 산모들이 실제로 선호하는 1·2인실 중심 병상 운영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의사회는 "그러나 사법부는 의료현장 현실과 특수성을 외면한 채 수십 년 전 만들어진 획일적인 병상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 거액의 환수 처분을 정당화했다"고 비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분만 위주 산부인과는 일반 병원과 병상 운영 구조가 다르므로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염관리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다인병실 중심 운영을 강제하는 낡은 규정을 그대로 적용한 것은 시대착오적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산모 대부분이 상급병실을 이용하는 현실을 반영해 병상 기준과 입원료 체계 개편을 요구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분만의료체계의 구조적 붕괴 거시적 인프라 위기 심층 보고서’를 복지부에 전달했다.
정부도 제도 불합리성 인정…분만병원 일반병상 의무비율, 50%에서 20% 완화
실제 정부도 제도 불합리성을 인정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4년부터 의료계 의견을 수용해 분만병원의 일반병상 의무비율을 기존 50%에서 20%로 완화한 바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기존 기준이 실제 분만 의료현장의 현실과 맞지 않았음을 정부가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과거 기준을 근거로 수억원대 환수와 업무정지 처분까지 강행했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결국 분만의료기관을 행정적으로 압박하고 필수의료 현장에서 퇴출시키는 결과만 초래한다”며 "앞으로 어느 의사가 분만 현장을 지키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우리나라 분만 인프라는 이미 붕괴 직전 상황에 놓였다. 2023년 1371곳이던 분만기관은 2025년 400곳 정도로 급감했다. 전국 시군구의 40%는 분만실이 없는 ‘분만 제로 지역’으로 전락했다.
이에 의료계는 분만의료 특수성과 감염관리 현실을 외면한 정부와 사법부의 기계적 규제 적용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대한민국 분만실은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과도한 환수·행정처분 남발을 중단하고, 현실을 반영한 분만병원 병상 운영 기준과 수가체계 정비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을 범죄자처럼 몰아세우는 정책과 판결이 계속된다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를 낳으려는 국민과 미래세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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