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항암제 품절, 혈액암 표준치료 위태”
학회 “치료 근간 핵심 약제 공급부족 임박, 약값 낮아 제약사들 생산 중단”
2026.03.27 11:56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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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혈액암 치료 현장에서 필수 항암제 품절 문제가 반복되면서 환자 치료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한혈액학회는 26일 열린 ‘2026 대한혈액학회 국제학술대회(ICKSH 2026)’ 기자간담회에서 도노마이신, 빈블라스틴, 블레오마이신 등 고전적 항암제 공급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며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혜리 대한혈액학회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는 “일부 항암제는 품절 경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약제조차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진료 자체가 어렵다”고 밝혔다.


“신약 나와도 기본적인 약(藥) 없으면 환자 치료 못해”


현장에서는 최신 치료제와 별개로 ‘기초 항암제’ 중요성이 여전히 절대적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학회 측은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발전했지만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는 여전히 치료 백본(backbone)”이라며 “이 약들이 빠지면 치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석진 이사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은 “예를 들어 호지킨림프종의 경우 ABVD요법이 약 50년간 전 세계 표준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브렌툭시맙 베도틴 등이 추가됐지만 치료 기본 골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요법에 포함된 블레오마이신과 다카르바진 등 핵심 약제의 공급 부족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호지킨림프종과 같이 완치율이 높은 질환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장은 “제대로 치료하면 90% 이상 완치 가능한 질환에서도 핵심 약제가 빠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젊은 환자들이 많은 질환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치료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영향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김 이사장은 “아직은 약을 어떻게든 확보해 사용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치료 성적 저하는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싸서 안 만든다”…약가구조가 초래한 공급 붕괴


학회는 품절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낮은 약가 구조를 지목했다.


김 이사장은 “오래된 세포독성 항암제는 약가가 너무 낮아 회사 입장에서 생산할수록 손해”라며 “필수 약임에도 생산이 중단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학회는 필수 항암제에 대한 공공 관리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용 총무이사(고려대 안암병원)는 “쌀처럼 일정 물량을 국가가 관리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기초 치료 약제는 공공 영역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호영 학술이사(전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기본 약제가 부족해지면 결국 더 비싼 신약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어 의료비 증가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기초 항암제 공급 불안이 일회성이 아닌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임 이사는 “이 문제는 10년 이상 반복돼 온 사안”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 치료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약가구조 개선과 공급 관리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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