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인천공항 지킴이…활주로 향해 뛰는 의사
신호철 인하대병원 공항의료센터 원장
2026.03.03 06:25 댓글쓰기



신호철 인하대병원 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 원장. /사진=문수연 기자

인천국제공항에는 매일 수많은 인파가 오간다. 여행객과 승무원, 보안·소방 인력, 면세점 직원, 지상조업사 근무자까지. 이 가운데 하루 평균 150명 안팎이 인하대학교병원 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를 찾는다. 감기와 복통 같은 일차진료부터 기내 응급환자, 활주로 비상 상황까지 의료 수요는 예측하기 어렵다. 2001년 3월 제1여객터미널에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는 2018년 1월 9일 제2여객터미널까지 확대되며 365일 진료체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2022년까지 누적 내원 환자는 133만 명을 넘어섰다. 22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는 신호철 원장은 데일리메디와 인터뷰에서 공항 의료 현장을 지켜온 소회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의 역할, 인력 구조, 제도적 한계 등에 대해 담담히 털어놨다.


전공의 파견에서 정식 발령까지


신 원장이 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를 처음 경험한 건 전공의 시절이었다. 인하대병원이 2001년부터 운영을 맡으면서 전공의들이 근무를 섰고, 신 원장 역시 수 년 동안 야간당직을 맡았다.


공항 진료는 일반 외래와 달랐다. 특정 과목 중심이 아니라 그날 그날 들어오는 모든 증상을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였다.


그는 “특정 분야가 아닌 응급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폭넓은 진료가 가능한 과가 공항의료에 적합했고, 그 중 가정의학과가 선택돼 전공의 시절 파견을 나왔다”고 말했다.


전문의 취득 이후에도 선택지는 있었지만 그는 최종적으로 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를 택했다.


신호철 원장은 “전문의 취득 시점에 정식으로 인천공항의료센터 발령을 받았다. 성향 역시 활동적인 편이라 다양한 질환과 상황을 겪는 이곳이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외래 진료를 넘어선 공항 의료 역할


공항 의료는 단순한 외래 진료에 그치지 않는다.


여행객과 승무원의 일차진료와 응급처치, 항공기 비상상황 시 활주로 출동, 기내 응급환자에 대한 24시간 위성 자문, 공항 상주 직원 건강관리, 지역 주민 진료까지 역할이 겹겹이 얽혀 있다.


그는 “오늘 아침에도 40명 넘게 진료를 봤다. 감기 환자도 있고, 실신 환자도 있고, 심장 질환 의심 환자도 있고 정말 다양하다”고 전했다.


진료 도중에도 긴장은 이어진다. 항공기 비상착륙이나 기내 응급환자 발생 소식이 들어오면 의료진은 즉시 출동 준비에 들어간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의료조정관’ 역할을 맡는다.


조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항공기 내 응급환자는 1514명, 이 중 979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간 출동은 300~400건 수준이다.


항공기 안에서 발생한 응급상황에 대한 자문도 주요 업무다. 국적 항공사로부터 위성전화를 통해 연락이 오면 기내에 구비된 의약품 범위 내에서 처치 방향을 안내한다.


실제로 매일 밤과 새벽 응급상황이 수 차례 발생하고 있고, 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 의사 3명이 24시간씩 돌아가며 항공 응급의료 자문 전화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공항은 항공기 사고나 대형 재난을 가정한 정기 합동훈련도 실시한다. 의료센터 역시 소방·구조 인력, 공항공사 등과 함께 참여한다.


그는 “대형사고를 가정한 종합훈련을 정기적으로 한다”며 “실제 상황처럼 환자 분류를 하고, 중증도에 따라 이송 순서를 정한다. 현장 지휘와 병원 연락 담당도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 운영 위해 인력 충원 필요, 공항공사 지원 중요”


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는 제1·제2여객터미널 두 곳에서 운영된다. 


제1터미널에는 의사 3명, 간호사 8명, 의료기사·행정 6명이 근무하고 있다. 제2터미널에는 의사 3명, 간호사 2명, 행정 1명이 배치돼 있다. 총 22명이 하루 12시간, 365일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력 확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의사 상근 인력은 11~19명, 간호사는 12~30명 수준이 필요하다는 추산도 나온다.


신호철 원장 역시 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항 특성 상 90%가 외래환자인데 언제, 어느 때 응급 돌발 상황이 생길지 예측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진료 중에도 활주로로 출동해야 할 수 있고, 앰뷸런스를 타고 외부 병원으로 후송을 가야 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센터 공백이 생기는 만큼 보다 안정적 운영을 위해 인력 보강이 절실하다.


문제는 단순한 충원 의지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항 의료센터는 법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 해당한다.


응급 출동과 항공 의무지원, 24시간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수가 체계는 일반 동네 의원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구조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형태지만, 운영 주체인 한진그룹이 적자를 감수하며 공공 인프라 차원에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항공 운송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기업 특성상 공항 안전과 직결된 의료 인프라를 일정 부분 책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구조는 인력 수급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남은 인력들은 사명감을 갖고 근무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현장을 떠난 인력도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응급 상황에 출동을 나가도 별도 수가는 없다”며 “결국 의원급 수가체계 안에서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항 의료의 특수성과 현행 수가 구조 사이의 간극이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다만,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하는 수가 개선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다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언급했다.


그는 “수가 개선을 위해 법이 개정되거나 공항 인근에 전문병원을 개설하는 건 쉽지 않은 문제임을 알고 있다”며 ‘운영 예산 지원’을 가장 현실적인 대책으로 꼽았다.


만약 법 개정을 통해 인천공항공사가 인근에 항공 응급·전염병 전문병원을 만들 경우 현실적으로는 1년에 수 백억원의 적자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같은 상황이 매년 벌어지지는 않음에도 감염내과 전문의를 채용해 놓고 20년에 한 번 올지 모를 팬데믹을 대비해 상시 운영하는 구조가 과연 현실적일지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결국 그는 ‘새로운 기관을 만드는 것’이나 ‘법 개정을 통한 응급 수가 인정’보다 기존 시스템을 보완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신호철 원장은 “이미 있는 것을 잘 활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 보다 공항을 운영하는 공항공사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구조가 현실적”이라고 설파했다.




“이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선택…10년 더 하고 싶다”


이 같은 제도적 한계와 인력 부담 속에서도 현장은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22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그는 “육체적인 이유와 응급상황 발생에 대한 압박감으로 불안장애가 생기는 등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하루하루를 넘기다 보니 어느새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의료센터는 바쁘고, 환자는 더 늘었으며 응급환자도 끊이지 않는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지만 내가 세상에 맞춰서 좀 단단해졌다”고 덧붙였다.


얘기는 자연스레 후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이어졌다.


신호철 원장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제일 중요하다. 의사라는 직업 안에 있는 여러 선택지 중 나는 공항 의료를 택했다. 재산을 남기기 보다는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경의 최전선에서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며 희로애락을 느끼는 일을 원한다면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기서 20년 넘게 버티는 사람도 있으니까”라며 웃어 보였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정년까지 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를 지키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그는 “올해가 25년 근속이고, 이곳에서는 22년째 근무 중인데 정신적·육체적으로 버틸 수 있다면 10년 정도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특별하게 포장하지는 않았다.


“수술실에서 밤새 애쓰는 의사들도 있고,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붙잡고 고생하는 분들도 있다. 내가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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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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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edooik 03.03 12:11
    인하대의료원 인천국제공항 의료센터의 영웅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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