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의료제품 분야 공식 참조기관으로 인정한 배경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우수규제기관(WLA) 전(全) 기능 등재와 이를 토대로 축적된 규제 신뢰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 취재에 따르면, 이번 UAE의 결정은 단순한 외교적 성과라기보다 국제 규제 질서 변화 속에서 식약처의 규제역량이 객관적 기준에 따라 입증됐다는 점이 협상 과정에서 핵심 논거로 활용됐다.
27일 식약처 글로벌수출전략담당관 측은 기자단 질의에 대해 “UAE는 WLA의 백신·의약품 분야에서 모든 기능이 등재된 국가로, 참조기관 선정 과정에서 WLA 전 기능 등재 여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며 “식약처 역시 2025년 8월 WLA 전 기능 등재를 완료하면서 규제역량이 국제적으로 공식 확인된 점이 신뢰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UAE 측은 식약처의 규제체계를 미국 FDA나 유럽 EMA 등 기존 선진 규제기관과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WLA 전 기능 등재, ‘완성형 규제체계’ 객관적 증명
WLA 전 기능 등재는 한국 규제체계가 의약품 허가부터 시판 후 안전관리까지 전 주기에 걸쳐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WHO가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서 백주현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연구관은 WLA에 대해 “의약품과 백신 규제 기능 전반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등재하는 제도”라며 “우리나라는 단계적 평가를 거쳐 모든 규제 기능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비SRA 국가 가운데 의약품과 백신 분야 전 기능 등재를 완료한 사례가 극히 제한적인 만큼 해당 성과는 한국 규제체계 위상이 한 단계 격상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 인정은 단기간 성과라기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제도적 준비와 국제 협력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식약처는 WLA 등재 과정에서 허가·약물감시·임상시험·시험검사 체계 전반은 물론 규제 운영 투명성과 일관성, 실무 수행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검증받았다.
2022년 의향서 제출 이후 약 3년에 걸쳐 다수 현장 및 원격평가가 이뤄졌고, 이 같은 검증을 모두 통과한 점이 이번 참조기관 인정의 제도적 기반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규제 신뢰는 UAE 의료제품 규제기관인 Emirates Drug Establishment(EDE) 설립 이후 이어져 온 교류 과정에서도 축적돼 왔다.
식약처는 2024년 EDE 출범 시점부터 국장급 회의, 국제 심포지엄 상호 초청, 실무급 영상회의 등을 통해 규제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상호 이해를 넓혀 왔다.
여기에 오유경 식약처장이 UAE 장관과의 면담에서 참조기관 목록 등재를 직접 제안하고, 2025년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협력 관계는 기관장 차원에서 제도화됐다.
이후 기관장급 설명을 통해 식약처 규제역량과 국산 의약품 경쟁력이 공유되며, 참조기관 신속 등재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UAE 참조기관 인정은 에콰도르와 이집트에 이은 연속적인 성과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식약처는 그 배경으로 2023년 WLA 최초 등재 이후 단계적으로 규제 기능을 확대해 온 점을 꼽고 있다.
그간 일부 국가에서는 허가와 시장 감시 등 핵심 기능이 충분히 갖춰졌는지에 대한 인식이 남아 있었으나, 전 기능 등재가 완료되면서 다른 주요 규제당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완성형 규제체계’로 인식이 전환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능 일부만 등재된 경우와 전 기능이 모두 등재된 경우는 타국 규제당국의 평가에서 질적으로 다른 단계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식약처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산업계는 이번 UAE 참조기관 인정을 두고 시장 규모 자체보다는 ‘중동 진입 경로 확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대형 시장은 아니지만 개방성과 규제 환경 측면에서 우리 기업이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으로 진출하는 거점이 될 수 있다”며 “아랍권에서 하나의 성공 사례를 쌓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공장 설립이나 대규모 투자 단계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이르며, 품목 단위 진출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과도한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식약처에 따르면 참조국 등재에 따른 효과는 국가와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통상적으로는 제출 자료 일부 면제, 허가심사 기간 단축, 제조소 실태조사 면제 또는 간소화(6개월~1년) 등으로 이어진다.
이는 수출국 인허가 절차를 단축해 글로벌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는 실질적 효과로 연결된다.
이미 필리핀, 이집트, 에콰도르 등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을 허가 간소화에 활용하는 참조국으로 지정해 제도에 반영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처음으로 제도적 참조기관 지위를 확보한 이번 UAE 사례는 식약처 규제외교가 선언적 성과를 넘어 실제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WLA 전 기능 등재라는 객관적 평가를 토대로, 한국 규제체계가 국제 무대에서 ‘참고 대상’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성과는 향후 중동과 아프리카 전반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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