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 2회차 칼럼을 통해 우리는 줄기세포치료를 언제 시작해야 가장 효과적인지(Timing), 그리고 이 치료법이 내 반려동물 어떤 질병까지 커버할 수 있는지(Scope)에 대해 다뤘다. 이제 독자분들은 줄기세포가 단순한 영양제가 아니라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고 염증을 잡는 강력한 치료 수단임을 이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마음 속으로 "우리 반려동물에게 꼭 해주고 싶다"는 결심이 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상담하다 보면 보호자들이 마지막 순간에 주저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공통된 질문이 있다.
“그런데 선생님 우리 반려동물이 심장도 안 좋고 나이도 너무 많은데, 마취를 버틸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번 3회차 칼럼에서는 '줄기세포치료 안전성', 그중에서도 보호자들이 가장 오해하고 있는 '치료 방법'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줄기세포치료는 수술이 아니다. 따라서 전신마취가 필요 없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치료법은 노령동물에게 새로운 희망이 된다. 줄기세포가 왜 '가장 안전한 치료'라고 불리는지, 그 의학적 근거와 실제 진행 과정을 상세히 풀어보겠다.
줄기세포치료, '수술' 아닌 '주사’
많은 보호자가 '줄기세포 이식'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어감 때문에 마치 장기 이식 수술처럼 배를 열거나 뼈를 깎는 대수술을 상상하곤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무균실과 복잡한 수술 장비를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줄기세포치료 실제 모습은 이러한 상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쉽게 비유하면 반려동물이 탈수가 왔을 때 맞는 '수액'이나 예방접종을 할 때 맞는 '주사'와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줄기세포치료는 정맥주사(IV) 형태로 이뤄진다. 반려동물 앞다리 혈관을 통해 배양된 줄기세포를 천천히 주입하는 방식이다.
관절염이 심한 경우 관절낭 내에 직접 주사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국소적인 처치일 뿐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동물은 의식이 또렷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는다. 통증이 거의 없기에 공포에 질려 발버둥 칠 일도 없다.
그저 편안하게 엎드려 있다가 주사 후 밴드를 붙이고 걸어서 집에 가면 된다. 이게 바로 줄기세포치료가 가진 '비침습적' 특징이며, 노령동물에게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마취는 노령동물에 치명적인가?
보호자들이 마취를 두려워하는 것은 막연한 공포가 아니다. 매우 합리적이고 타당한 걱정이다.
나이가 든 반려동물, 특히 10살이 넘어가는 노령견, 노령묘는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내부 장기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마취제는 간과 신장을 통해 대사되고 배설되는데, 노령동물은 이 대사 능력이 떨어진다. 젊은 강아지·고양이에게는 1시간이면 깨어날 마취가, 노령동물에게는 며칠 동안의 후유증으로 남거나 심각한 경우 급성 신부전 등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특히 심장병(이첨판 폐쇄부전증 등)을 앓고 있는 강아지나, 만성 신부전(CKD)을 앓고 있는 고양이에게 마취는 그 자체로 생명을 담보로 하는 모험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어 여기저기 아프다. 관절이 아파 걷질 못하고, 췌장염이나 장질환으로 고생한다.
치료해 주고 싶은데, 치료를 하려면 마취를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는다. 마취가 무서워 치료를 포기하면 반려동물은 고통 속에 살아야 하고, 치료를 강행하자니 마취 쇼크가 두렵다.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줄기세포치료는 바로 이 딜레마를 해결해 준다. 심장이 약해도, 신장 수치가 높아도 상관없다.
오히려 줄기세포는 손상된 혈관을 재생하고 염증을 줄여주기 때문에, 심장병이나 신부전이 있는 반려동물에게 더 권장되는 치료법이다. 마취라는 '위험'은 제거하고, 치료라는 '효과'만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인 셈이다.

마취 없이 아픈 곳 찾아가는 원리
“선생님, 수술해서 환부에 직접 넣는 것도 아닌데, 혈관에 주사한 세포가 어떻게 아픈 무릎이나 췌장으로 찾아가나요?”
마취 없이 정맥주사로만 치료한다고 하면 보호자들이 신기해 하면서도 의구심을 갖는 부분이다. 여기서 줄기세포의 핵심 기전인 '호밍 효과(Homing Effect)'를 설명해야 하겠다.
줄기세포는 아주 똑똑한 '응급 구조대'와 같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나거나 염증이 생기면, 그 부위에서는 구조 신호(특정 신호 물질, 사이토카인 등)를 보낸다.
혈관을 타고 온몸을 순환하던 줄기세포는 이 구조 신호를 기가 막히게 감지한다. 그리고 신호가 강하게 나오는 곳, 즉 염증이 심하고 조직이 손상된 곳으로 스스로 이동해 정착한다.
마치 119구급차가 GPS를 보고 사고 현장을 찾아가는 것과 같다. 우리가 굳이 배를 열어 췌장에 세포를 발라주지 않아도, 무릎 관절을 째고 넣어주지 않아도, 혈관을 타고 들어간 줄기세포는 가장 치료가 시급한 곳을 스스로 찾아가 재생 작업을 시작한다.
이러한 생물학적 특성 덕분에 ‘마취’라는 위험한 과정을 생략하고도, 전신에 걸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현대 의학이 발견한 가장 경이로운 신체의 신비 중 하나다.
실제 치료 당일 프로세스
보호자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필자의 동물병원에서 줄기세포시술이 진행되는 하루를 시뮬레이션해 보겠다.
1. 내원 및 기본 검진 :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데리고 예약된 시간에 내원하면, 필자는 반려동물의 당일 컨디션을 체크한다. 체온, 심박수, 호흡수 등 바이털 사인을 확인하고 시술 가능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2. 전처치(필요시) : 반려동물이 너무 예민하거나 긴장한 경우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조용한 입원실에서 잠시 휴식하거나 수액을 먼저 연결해 탈수를 교정한다.
3. 줄기세포 투여 : 가장 중요한 단계다. 반려동물의 혈관(주로 앞다리 정맥)을 잡고, 준비된 줄기세포를 천천히 주입한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4. 모니터링 : 투여가 끝난 후 알레르기 반응이나 특이 사항은 없는지 관찰한다. 줄기세포는 자신의 세포 혹은 면역 거부 반응이 제어된 세포를 사용하므로 부작용이 매우 드물지만, 만약을 위해 꼼꼼히 체크한다.
5. 귀가 :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바로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가서 밥도 먹고, 가벼운 산책도 할 수 있다. 수술 후처럼 넥카라를 씌우거나 붕대를 칭칭 감을 필요도 없다.
이게 전부다. 너무 간단해서 허무한가? 하지만 이 간단한 과정에서 반려동물의 몸속에서는 수천만 개의 줄기세포가 치열하게 재생 활동을 시작한다.
남은 시간, '고통' 아닌 '행복'으로 채우는 길
필자는 수의사로서, 그리고 한 생명을 키우는 반려인으로서 늘 고민한다. ‘의학적 처치가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면, 그것이 과연 옳은 치료일까?’
노령동물의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관리'와 '삶의 질 개선'이어야 한다.
아픈 반려동물을 위해 수술을 시켰는데,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 반려동물이 남은 생을 동물병원 공포증 속에 살게 한다면 그것은 보호자에게도 반려동물에게도 못할 짓이다.
그런 의미에서 줄기세포치료는 '가장 다정한 치료법'이다. 아프지 않게, 무섭지 않게, 반려동물이 스트레스받지 않는 선에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의학적 배려이기 때문이다.
▲진통제를 달고 살아야 하는 관절염 환자 ▲신장 수치가 높아 매일이 살얼음판인 만성 신부전 환자 ▲스테로이드 없이는 가려움에 잠 못 드는 피부병 환자 ▲기력이 쇠해 하루종일 누워만 있는 15살 이상 초고령견에게 ‘나이가 많아서’, ‘마취가 위험해서’라는 이유로 더 이상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취 없이도, 수술칼을 대지 않고도 반려동물 고통을 덜어줄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줄기세포치료는 시간을 되돌려 노령견을 다시 어린 강아지로 만들어주지는 못하지만 남은 시간을 통증 없이 편안하게, 가족들과 눈 맞추며 웃을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줄 수는 있다.
그것이 바로 필자가 줄기세포치료를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권하는 이유다.
이제 '마취'라는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미루지 말자. 우리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것은 수술대 위의 공포가 아니라 따뜻한 손길과 함께 몸속으로 들어오는 새로운 생명력이다.
3편 시리즈를 마치며
3번의 칼럼을 통해 줄기세포치료 A to Z를 전했다.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고, 생각보다 '광범위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노령견도 '마취 없이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 줬으면 한다.
여러분의 소중한 가족이 걷는 노년의 길이 고통스럽지 않도록 줄기세포치료가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혹시 우리 반려견·반려묘에게도 줄기세포치료 적용이 가능할지 궁금하다면, 언제든 줄기세포 전문병원에 반려동물 상태를 알리고 문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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