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줄기세포 치료 성공, '타이밍'이 관건"
백민수 대표원장(포레브동물의료센터)
2025.12.29 09:03 댓글쓰기

오늘날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반려동물 또한 가족 일원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건강 범위가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음을 뜻하며, 동물 의료는 점점 더 중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연재될 칼럼은 줄기세포를 적용한 반려동물 질병 치료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코자 한다. 집필을 맡은 백민수 포레브동물의료센터&포레브줄기세포센터 대표원장은 대한수의사회 정회원이면서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줄기세포 중점 연구과제로 석사과정 중에 있다. 원내에는 별도 줄기세포센터를 만들어 오랫동안 임상도 병행하고 있다. 백민수 원장의 '반려동물 줄기세포' 칼럼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한 삶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백민수 포레브줄기세포센터(동두천동물병원) 대표원장


진료실에서 난치성질환이나 노령성질환에 대해 상담하다 보면, 보호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원장님,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조금 더 지켜보다가 정 안 되면 그때 줄기세포치료를 하면 안 될까요?” 필자는 보호자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아직 반려동물이 밥도 곧잘 먹고, 산책도 나가긴 하니까 굳이 지금 큰 비용을 들여 낯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과잉진료는 아닐지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수의사로서 안타까운 진실을 말해야 할 때가 있다. 줄기세포 치료 성공 여부는 ‘얼마나 아픈가’ 보다 ‘언제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줄기세포를 ‘벼랑 끝에서 쓰는 마지막 동아줄’로 생각하지만 사실 줄기세포는 ‘회복할 힘이 남아 있을 때 쏘아 올리는 신호탄’에 가깝다.


줄기세포치료에서 왜 ‘타이밍’이 생명인지, 그 의학적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겠다.


줄기세포는 ‘재생버튼’ 아니다


우선 줄기세포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야 한다. 줄기세포를 주입한다고 해서 없어진 연골이 마법처럼 빵빵하게 차오르거나, 끊어진 신경이 전선 잇듯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줄기세포의 진짜 역할은 ‘환경개선’과 ‘부스팅(Boosting)’이다. 


줄기세포의 ▲강력한 항염작용으로 만성 염증의 불길을 잡고 ▲조직재생 신호전달작용으로 회복 세포들을 깨운다. 또한 ▲혈관신생을 촉진해 영양분을 공급할 새로운 길을 틔워준다.


즉, 줄기세포는 ‘몸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돕는 조력자’다. 그렇기에 도움을 받아줄 ‘기초 체력’과 ‘남은 조직’이 있어야만 효과를 발휘한다.


“조금만 더 지켜보자”가 위험한 의학적 이유


많은 보호자가 “반려동물이 아예 걷지 못하게 되면 그때 줄기세포치료를 할게요”라고 한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① 받을 그릇이 깨져버린 상태(구조적 변형)

관절염을 방치해 연골이 완전히 닳아 뼈끼리 붙어버렸거나, 척추신경이 오랜 압박으로 완전히 괴사했다면 줄기세포가 들어가도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씨앗(줄기세포)을 아무리 뿌려도, 땅(조직)이 이미 시멘트처럼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② 근육의 소실 (근위축)

통증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다리근육이 다 빠져버린다. 뒤늦게 줄기세포로 통증을 줄여줘도, 반려동물은 일어설 근육이 없어 걷지 못한다. 이때는 재활도 몇 배나 더 힘들어진다.


③ 전신 컨디션 저하

오랜 통증은 반려동물의 식욕을 떨어뜨리고 면역력을 바닥 치게 만든다. 몸의 전반적인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세포를 넣어줘도 반응이 더딜 수밖에 없다.


줄기세포치료, 언제가 ‘골든타임’인가?


그렇다면 언제 치료를 시작해야 할까? 필자가 진료실에서 권장하는 ‘가장 가성비 높고 효과 좋은 타이밍’은 다음과 같다.


① 약물반응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진통제/보조제를 먹으면 금방 좋아지던 반려동물이 약효가 떨어지는 시간이 빨라지거나 약용량을 늘려야 할 때다.


② ‘못 하는 행동’이 하나둘 늘어날 때

반려동물이 침대나 계단을 피한다거나, 산책 중 주저앉는 횟수가 늘거나, 그루밍을 힘겨워하는 등 일상생활의 미세한 변화를 보일 때다.


③ 구조적 손상이 진행 중이나, 아직 ‘공간’이 있을 때

엑스레이검사상 관절간격이 좁아졌지만, 완전히 붙지는 않았을 때, 신장수치가 오르기 시작했지만(SDMA수치 상승 등) 말기 신부전은 아닐 때 등이다.


이 시기에 줄기세포치료를 시작하면 통증 제어, 질병진행 억제, 약물의존도 감소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수술을 피하기 위함이 아닌 삶을 지키기 위해


줄기세포치료를 고민하는 또 다른 이유는 ‘수술이 무서워서’다. 하지만 줄기세포치료는 수술의 ‘대체재’가 아니라, 수술 없는 삶을 오래 유지하기 위한 ‘보존적 치료’의 정점에 있다.


수술하기엔 애매하고, 약만 먹이기엔 반려동물이 힘들어하는 그 ‘회색지대’에서 줄기세포는 반려동물 삶의 질을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된다. 


반려동물이 수술대 위에 오르는 위험을 감수하기 전에, 몸이 스스로 회복할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줄기세포치료의 진정한 가치다.


마무리하며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노화와 질병을 지켜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자꾸 결정을 미루고 싶어진다. 


“조금만 더 있다가…” 하지만 줄기세포치료에서 ‘신중함’이 때로는 ‘기회를 놓침’이 될 수 있음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적기는 달력에 적힌 날짜가 아니다. 반려동물이 산책줄을 보고 잠시 망설일 때, 약 기운이 떨어져 밤잠을 설칠 때다.


바로 그 순간이 우리 반려동물이 보내는 “아직 늦지 않았으니 도와달라”는 신호다. 


너무 늦어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을 마주하기 보다 아직 희망이 있을 때 적극적인 선택을 하길 권한다. 


우리 반려동물의 남은 견생(犬生), 묘생(猫生)이 통증으로 얼룩지지 않도록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주치의와 상의해 보자.


줄기세포치료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사용된다면 그 어떤 약물보다 강력하게 강아지·고양이의 시간을 되돌려줄 수 있다. 


우리 반려견·반려묘가 치료대상이 되는지, 지금이 적기인지 궁금하다면 언제든 정밀검사를 받아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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