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신부 제자 "남수단에 한국 의료 이식"
토마스 교수(상계백병원 간담췌외과) "모국 환자들 살리기 위해 귀국"
2026.01.28 10:45 댓글쓰기

이태석 신부 제자로 알려진 토마스 타반 아콧 상계백병원 간담췌외과 교수가 조만간 고향인 남수단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국에 남아 전문의로 활동하는 선택지 대신 자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의료인 역할을 다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톤즈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알게 된 그는 이 신부 주선으로 지난 2009년 한국에 와서 2012년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상계백병원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받고 지난해 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데일리메디는 토마스 교수를 만나 한국에서의 수련 과정과 남수단으로의 귀국을 결심하게 된 배경, 그리고 그가 꿈꾸는 의료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2011년 수단에서 분리 독립한 남수단은 오랜 분쟁 여파로 아프리카에서도 보건의료 여건이 매우 열악한 나라로 꼽힌다.


석유를 둘러싼 무력 충돌이 반복되며 대규모 피란민이 발생했고, 기본적인 의료 인프라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황이 이어져 왔다.


톤즈 지역에서 자란 토마스 교수 역시 어린 시절부터 내전의 참혹한 현실을 일상처럼 마주했다.


병원이 멀거나 아예 없어 병에 걸리거나 다쳐도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이들을 보며  어린 나이에 의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품었다. 


이후 중학생이던 2001년 톤즈에 온 이태석 신부를 처음 만나 미사와 의료봉사를 도왔고, 자연스레 의사의 꿈을 더 키우게 됐다.


그의 의사 인생은 한국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그 출발선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한국에 처음 와 의과대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 그가 가장 크게 마주한 장벽은 언어였다. 전공 서적과 강의, 시험은 물론 임상현장에서 오가는 모든 소통이 외국어로 이뤄졌다.


토마스 교수는 "날씨와 음식, 문화, 언어, 학업 등 한국 생활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외국어로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겨웠다"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 끝에 지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고된 수련 과정을 술회했다.

 

"이태석 신부 선종에도 흔들리지 않은 꿈"


토마스 교수가 한국에 처음 도착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한국어 공부였다.


공부를 시작한 지 약 2주가 지났을 무렵, 이태석 신부의 선종 소식을 접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의사의 길을 계속 가야겠다는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토마스 교수는 "한국에서 의사의 길을 계속 가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원래부터 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고향 남수단은 북수단과 약 21년 동안 내전을 겪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토마스 교수는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물론 병에 걸려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람들을 수 없이 보면서 반드시 의사가 돼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태석 신부님과 수단어린이장학회 도움으로 한국 의대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그 소중한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 붙잡았다"고 덧붙였다.


"KTAS와 수술비 후불제, 남수단에도 꼭 필요"


한국에서 외과 수련을 받으며 토마스 교수가 가장 크게 느낀 차이는 의료 시스템이었다. 특히 응급의료와 진료비 구조는 남수단과 극명하게 달랐다.


특히 그가 한국 의료현장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진료비와 수술비가 후불제로 운영된다는 점, 그리고 응급실에서 KTAS 환자 분류 시스템을 통해 중증도에 따라 진료가 이뤄진다는 점이었다.


토마스 교수는 "남수단에서는 수술비는 물론 입원비와 식비까지 미리 계산해 선불로 납부한 뒤에야 수술이 진행된다. 지난달 제 친동생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탈장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남수단에는 건강보험 제도가 없어 환자가 치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며 "그 결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필요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생명을 잃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응급의료 체계 역시 크게 다르다. 그는 "남수단에는 한국과 같은 응급실 개념이 없어 KTAS와 같은 환자 분류체계 없이 접수 순서대로 진료가 이뤄진다"고 전했다.


이어 "이로 인해 아무리 위급한 환자라 하더라도 본인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치료를 받기 전 상태가 악화돼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적잖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수단에도 한국처럼 중증도에 따른 환자 분류와 수술비 후불제가 도입되기를 간절히 바랬다.


"간담췌외과 전문의 한명도 없는 남수단"


외과 수련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으로 토마스 교수는 간담췌 분야 수술을 꼽았다.


그는 "다양한 수술에 참여했지만 그중에서도 간담췌 수술이 가장 인상 깊었고, 그 경험을 계기로 간담췌 분야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선택은 남수단 의료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는 "현재 남수단에는 간담췌 전문의가 없어 이집트나 인도 등으로 나가 치료 받아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고자 간담췌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남는 것 보다 귀국을 택한 이유도 분명하다. 


토마스 교수는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은 한국이 아닌 남수단이라 생각한다. 남수단의 의료 시스템을 향상시키는데 제 몫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수단으로 돌아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간담췌 질환 진료와 수술"이라며 "이후에는 후배 의료진을 양성해 지속 가능한 의료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복강경 수술 장비와 교육도 절실"


아프리카 보건의료 협력에서 한국 의료계 역할을 묻는 질문에 '복강경 수술'을 언급했다. 의료 장비 부족과 교육 부재로 남수단에서는 아직 복강경 수술이 널리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는 "한국 의료계는 남수단을 포함한 아프리카 보건의료 분야에서 외과 수술, 특히 복강경 수술에 대한 교육과 관련 의료장비 지원을 통해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과 의사가 매우 적은 환경에서 의료가 지속되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하냐는 질문에도 답은 분명했다.


토마스 교수는 "아무리 인력이 많아도 의료장비가 없으면  진료와 수술이 불가하다. 또한 교육이 충분하지 않으면 필요한 의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 의료 활동이나 국제 협력에 관심이 높은 한국의 젊은 외과 의사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가고자 하는 나라의 의료환경과 현실을 미리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나라가 필요로 하고 그곳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태석 신부님도 '장하다'고 하셨을 것"


훗날 남수단으로 돌아가 의사로 살아가는 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남수단을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토마스 교수는 "남수단은 내 나라이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며 "힘든 수련 과정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항상 남수단의 환자들을 떠올리며 수련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태석 신부가 지금의 모습을 본다면 어떤 말을 해줄 것 같으냐는 질문에 "만약 이태석 신부님께서 지금의 모습을 보신다면 '장하다', '자랑스럽다'라고 말씀해 주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어로 의학을 공부하고, 한국에서도 지원자가 많지 않은 외과를 선택해 끝까지 수련한 점 , 어렵운 간담췌를 선택한 것에 대해 격려와 자랑의 말씀을 해주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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