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1년 이상 지속된 가운데 보건의료노동자 절반이 식사를 거르고 일하고, 연차 휴가 사용이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력기준 마련이 핵심 대안으로 지목됐다.
16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최희선)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전진숙·김윤 의원,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국회도서관에서 '2025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이날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4만4903명 대상 8개 영역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임금 현황 ▲노동조건 ▲조직운영 ▲폭언·폭행·성폭력 및 직장내 괴롭힘 ▲노동안전보건 ▲의사인력 현황 ▲진료지원업무 현황 ▲일생활 양립 등이다.
실태조사에는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특수목적 공공병원·지방의료원·민간중소병원 간호사·간호조무사·의료기사·청소·조리·행정 직종 등이 참여했다.
조사를 수행한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근무 시 단 한 번도 식사를 거르지 않는다'고 응답한 이들은 50.2%에 그쳤다.
연차 휴가 사용은 44.5%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응답했으며, 63.4%가 이직을 고려한 적 있다고 답했다.
이직을 고려한 사유로는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 36.2% ▲낮은 임금수준 27.5% ▲직장문화 및 인간관계(괴롭힘 등) 8.7% ▲건강상 이유 8.4% 순으로 나타났다.
안종기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기획실장에 따르면 지난 20여년 간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특히 인력 문제, 노동강도, 임금 수준에 대한 만족도는 정체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의정갈등 이후 내가 수행할 업무가 늘었다'는 문항에서 53.8%가 긍정했는데, 안 연구기획실장은 "의사 인력 공백 심화로 기존의 역할을 넘어 간접·추가적 업무가 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1년동안 폭언,폭행,성폭력 중 하나라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55.7%였으며, 그중 폭언을 겪은 경우가 55.1%로 가장 많았다. 폭언,폭행,성폭력 모두 환자가 주된 가해자로 나타났다.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의사를 비롯한 모든 보건의료인력의 중장기 수급추계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의료법 개정 방향에 대해 "보건의료인력 등의 1인이 담당하는 환자 수, 환자 안전, 의료 질, 근무 여건 등을 고려한 적정 인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신수진 이화여대 간호대 교수는 해외 사례를 들며 대체인력 확보 필요성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일본의 '야간 nap time'은 야간근무 시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있다"며 "미국의 'sick call'과 같은 자유로운 연차 및 응급 휴가 사용 보장을 위한 대체인력 확보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기준 없어 과중한 업무, 인력 문제 수면 위로 올려야"
민주당 의원들은 인력기준 개선 등 의료기관 현장 문제 해결 개선을 약속했다.
김윤 의원은 "인력기준이 없어 노동자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며 "불분명한 업무범위로 노동이 가중되고 보상도 불평등한데, 제대로 된 인력정책이 없어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료노조가 추진한 인력법이 인력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고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근거가 될 것"이라며 "새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공약이 5년 뒤에 긍정적으로 평가됐으면 한다. 노조와 힘을 합쳐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종덕 의원은 "새정부 출범 후 많은 정책이 제출되고 있으나 보건의료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정책은 미흡하다"며 "노조가 매년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토론회와 투쟁을 하지만 여전히 개선 과제가 많다"고 공감했다.
이수진 의원은 "추가 노동, 연차 휴가, 감정노동 등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하겠다"며 "주4일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제도화, 공공의대 설립 등을 노조와 함께 추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