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표적치료제, 환자 삶의 질 개선"
김성은 이대목동병원 교수
2024.12.30 15:17 댓글쓰기



서구권에 비해 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발병률을 보였던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최근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증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환자 수는 2018년 6만6267명에서 2022년 8만6354명으로 5년 사이 30% 증가했으며, 특히 20~40대 젊은 환자가 전체 60%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가 없고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기 때문에 다양한 치료법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거나 장(腸) 손상 등의 고충을 겪는 환자들이 많다. 이 가운데 최근 임상적 증상 개선뿐만 아니라 점막 치유까지 향상된 치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치료제가 등장해 환자들 삶의 질 개선이 기대된다. 김성은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나 다양해진 치료 옵션과 체계적인 치료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주]


"염증성 장질환 치료, 항염증제·스테로이드·면역억제제→생물학적제제 변화"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만성 염증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염증이 누적돼 장(腸) 구조 변형으로 합병증 등을 발생시키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트린다. 일반적으로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뉜다. 


궤양성대장염은 주로 장 점막에서 염증이 발생한다. 반면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전반적으로 염증이 나타나는데, 이 염증이 장 점막을 넘어 장을 투과해 발생할 수 있어 협착 및 천공, 누공 등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염증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궤양성대장염은 혈변, 설사, 대변 절박증 등의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며 크론병의 대표적 증상은 복통, 설사, 체중 감소 등이다. 두 질환 모두 구역, 구토, 발열,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과 관리로 장기적인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다양한 약제들이 나오면서 선택지가 넓어졌다.


김성은 교수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항염증제(5-ASA),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 보편적인 치료에 의존했고, 이러한 치료를 해도 호전이 되지 않은 환자들에게는 추가로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에는 생물학적제제 중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1~2가지 정도밖에 없어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생물학적제제 외에도 경구제인 JAK 억제제, S1P 수용체 조절제 등 많은 약제들이 개발됐다"고 덧붙였다.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보편적인 치료제의 경우 장기간 사용 시 부작용 위험이 있어 이를 개선한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김 교수는 "스테로이드는 부작용 위험으로 장기간 사용은 지향하지 않는다. 면역억제제도 일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최근 개발된 표적치료제는 이러한 부작용이나 치료 편의성을 개선했다"고 의미를 전했다.


그는 "생물학적제제 중 정맥주사의 경우 증상이 좋지 않을 때는 4주 간격으로 내원해야 하고, 투약 시간이 비교적 긴 편이다. 최근에는 환자가 자가 주사할 수 있는 피하주사제, 경구제 등이 많이 개발됐다"고 말했다.


다만 보편적 약제에서 표적치료제(생물학적제제, 소분자제제)로 넘어갈 때 많은 환자들이 '더 이상 쓸 약제가 없어서 쓴다'는 오해를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 교수는 "오히려 질환으로 인해 염증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삶의 질에 더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염증이 없는 상태로 질환을 잘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증상 개선점막 치유로 향상된 치료 목표"


다양한 치료 옵션이 도입되면서 치료 목표는 '증상 개선'에서 '점막 치유'로 변화하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치료 전략 경향은 Treat to Target(T2T), 즉 목표지향적인 치료다. 대표적인 목표가 내시경 관해, 쉽게 말하면 깊은 관해다. 깊은 관해에 도달하면 환자 임상적 관해(증상이 거의 없는 상태)가 잘 유지되고, 재발 및 수술 위험성과 입원율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궁극적으로 삶의 질에도 좋은 효과를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젊은 환자들은 내시경 관해를 목표로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막 치료에 효과적인 대표적인 약제로는 애브비의 JAK 억제제 '린버크'가 있다.


린버크는 최근에 발표된 3상 결과, 이전 생물학적제제 치료 경험 유무와 상관없이 위약 대비 개선된 내시경 개선을 보였다.


김 교수는 "임상에서 여러 가지 약제를 써도 안 좋았던 환자에게 린버크를 사용했을 때 굉장히 좋은 반응을 단기간에 얻었던 경험이 있다. 환자 중 10년 이상 약제를 여러 번 바꿨음에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정도에 머물던 환자가 있었는데, 최근 린버크로 약제를 변경한 후 2주 이내에 임상적 반응을 나타내는 등 상태가 매우 좋아져 지금까지 잘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린버크는 빠른 효과와 더불어 오랜기간 치료 효과가 지속되고, 무엇보다 경구제이기 때문에 환자의 치료 순응도가 높다는 게 장점이다. 또 생물학적제제는 면역원성이 있기 때문에 항체가 생성되고 시간이 지나면 약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들이 있지만, 린버크는 면역원성이 거의 없어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린버크는 JAK1에 대한 억제 효과가 다른 JAK 억제제들에 비해 높다. JAK 경로 전체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상당히 낮은 것으로 알고 있고, 그래서 사용 가능한 약제 용량도 45mg까지로 높다. 최근까지 발표된 임상연구 데이터를 보면 안전성 프로파일도 잘 확립돼 있다"고 밝혔다.


중등증-중증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현재 치료에 사용되는 생물학적제제와 소분자제제의 상대적 효과를 비교한 네트워크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린버크는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중 임상적 관해 유도(99.6%)와 내시경 개선(99.2%), 내시경 개선 유지(98.6%), 조직학 관해 유지(93.1%) 등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분석 결과 궤양성대장염에서는 임상적 관해에 빨리 도달하는 시기라든지, 내시경 관해, 환자의 삶의 질 등 다양한 면에서 다른 약제 대비 린버크가 가장 우월한 것으로 보고됐다. 크론병에서는 임상적 관해 유지 효과가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와있다. 이런 것들은 굉장히 큰 이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해 상태 장기간 유지 위해서는 증상 개선돼도 꾸준한 치료 중요"


이처럼 치료 옵션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맞춤 치료에 대한 연구는 아직 더 필요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환자마다 유전적 특성이나 질병 특성 등 여러 요소들이 있는데, 개별 환자들의 최적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등 여러가지 인자들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항 TNF억제제는 장기 사용하면 임상적 관해 유지 효과가 조금씩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다른 약제들도 장기간 유지 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좀 더 필요하고, 효과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약제 개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약제를 오래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편의성도 중요하다. 환자들은 생물학적제제나 소분자제제 뿐만 아니라, 기존 사용해 온 보편적인 약제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치료 순응도 면에서 늘 어려움이 있다. 린버크는 경구제이기 때문에 복용 편의성,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는 하지만, 순응도 측면에서도 좀 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어떤 약제든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들로부터 '좋아졌는데 왜 계속 약을 써야 되느냐', '이제 약을 끊을 수 있겠느냐'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다. 또 증상이 덜할 때도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해도 임의로 끊거나, 임신 중 태아에게 미칠 영향이 걱정돼 상의 없이 약을 끊는 경우도 있다"며 " 염증성 장질환은 꾸준한 치료를 통해 염증이 조절된 상태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활동성이 없는 관해 상태로 잘 유지돼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게 하는 것이 치료 핵심이므로 약을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꾸준하게 사용하는 게 좋다. 중단 여부는 주치의와 심도 깊은 면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꾸준한 치료는 모든 의료진이 강조하는 사항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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