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자율 결정···수요조사 '3차대전' 우려
총장 역할 등 새로운 논란 초래될수도···감축 규모 놓고 대학 눈치싸움도 예상
2024.04.24 06:42 댓글쓰기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 한해 각 대학이 증원분을 50~100%까지 자율적으로 조절하도록 결정하면서, 감축 규모에 대한 대학 간 '눈치싸움'이 또 다시 시작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이뤄진 수요조사와 마찬가지로 의대 교수, 의대생, 전공의들 입장이 배제된 채 총장들의 독단 결정으로 다시 한번 정원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과감한 결단'이라며 의료계의 화답을 기대하고 있으나, 의료계는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를 비롯해 현 사태에 대한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며 냉랭한 분위기는 지속 이어졌다.


한덕수 총리 '결단' 언급만 5차례…의료계 대화 촉구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특별브리핑에서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결단'이란 말을 다섯 차례나 반복하며, 2000명의 벽을 일부라도 허문 큰 폭의 변화라는 점을 피력했다.


이 같은 정부 입장을 고려했을 때 이번 결정은 이례적으로 신속히 이뤄졌다.


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충남대, 충북대, 제주대 등 6개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들은 전날인 18일 오후 "2025학년도 대입전형 일정과 관련해 남은 시간이 길지 않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내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자율 모집을 건의했다.


이후 불과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각종 보도를 통해 수용 가능성이 점쳐졌고, 채 하루가 되지 않아 정부가 이를 전격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의료계의 단일화된 대안 제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으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민과 환자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 있는 정부로서 오늘의 결단이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대학 총장님들의 충정 어린 건의에 대해, 그리고 이를 적극 수용한 정부의 결단에 대해, 의료계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촉구했다.


1‧2차 수요조사와 비슷한 갈등에 동일한 결과 반복 전망


정부의 이 같은 결단에도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의대 정원을 대학에 맡겼을 때 결말을 이미 곁에서 두 차례나 지켜본 의대 학장들은 "똑같은 패턴이 반복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시행한 두 차례 수요조사에서 증원 가능 규모를 파악했다.


그 결과 40개 의대는 2025학년도에 바로 증원할 수 있는 규모로 지난해 1차 수요조사에서 총 2151명, 2차 수요조사에서는 3401명을 적어냈다.


이들 수요조사는 계획 단계서부터 진행 과정과 결과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의료계 간, 또 대학본부와 의대 간 극심한 갈등이 지속됐다.


의료계는 지난해 10월 수요조사 계획이 발표될 때부터 "수요조사가 의대와 부속병원, 지자체, 지역 정치인 등 의대 정원 확대를 바라는 대상의 희망만으로 결과가 도출된다면 조사 객관성은 상실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실제 수요조사가 진행되면서 대학본부가 일방적으로 정원 확대 압력을 행사한다는 의대 교수들의 전언이 이어졌다. 


수백억원 이상 지원받는 대학본부, 정부 뜻 거스르기 힘든 상황


심지어 수요조사 미제출 시 정부의 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 거론되며 제출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한탄도 쏟아졌다.


이에 있어 지난 2007년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당시 교육부가 BK21 지원금 카드로 대학들을 회유한 사례가 회자되기도 했다. 교육부는 당시 BK21 사업 지원급과 교수정원 확대, 각종 예산 지원 등의 유인책을 통해 반 강제적인 의전원 전환을 유도했다.


때문에 이번에도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1000억원이 넘는 재정지원을 받아야 하는 각 대학 입장에서는 교육부의 뜻을 거스르기에 부담이 적잖았을 것이란 해석이다.


결국 전국 40개 의대는 1차 수요조사에서 증원 수요를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으로 신청했고, 이는 정부가 올해 2월 2000명원 증원을 확정하는 데 과학적 근거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올해 3월 적정 증원 규모를 재확인하기 위해 실시한 2차 수요조사에서 의료계는 더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 의대 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 2월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1차 수요조사에서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제출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350명이 적정 증원 규모라는 점을 재차 밝혔다.


이어 같은 달 26일에는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대학별 정원 수요조사 기한을 늦춰달라"고 요청했으나, 교육부를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수요조사 일정을 진행했다.


당시 전공의들 사직과 의대생들 휴학 신청이 한창이던 분위기 속에 각 대학본부도 심사숙고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일부 대학의 총장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1차 수요조사와 비슷한 규모로 제출할 것을 밝히자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지난달 4일 의료계 안팎의 예상을 훌쩍 넘어 총 3401명의 증원 신청 규모가 집계됐다.


의대 교수들은 2차 수요조사 결과 발표 직후 총장과 대학본부를 비난했지만, 대학 의지를 재확인한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더 강경하게 추진했다.


지난 3월 5일 강원대 의대 앞에서 의대 교수들이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삭발하고 있다.


의대 학장들 "새로운 논란 시작, 10년 후 준비를 이리 급하게 해야 하나"


이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 결정된 대학 내 50~100% 자율 조정 역시 의대 학장들은 대학본부에 대한 의심을 거두기 어려운 분위기다.


KAMC 신찬수 이사장(서울의대 내과학교실)은 데일리메디에 "맥락 없이 갑자기 50%, 100% 얘기를 하니 이건 뭐지 싶다"며 "지난 3월 4일(2차 수요조사)과 상황이 달라진 것이 없는데 갑자기 그런 제안을 한 배경이 궁금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또 새로운 논란이 시작된 꼴"이라며 "어느 대학은 20% 줄이고, 어떤 대학은 40% 줄이며 서로 눈치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의대 A학장도 "대학마다 상황이 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총장들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 의대 학장이나 교수들이 총장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굉장히 제한적이다. 결국 또 총장들의 의중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과감한 결단'이라며 향후 의료계 변화를 기대했지만, 의대 학장들은 아무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신 이사장은 "대학 내 모집인원을 자율 조절한다고 해서 전공의와 학생들이 움직일 것 같지 않다. 큰 의미를 둘 게 없는 결정"이라고 일축했다. 


A학장도 "총장들 의중으로 또 결정될 텐데 그것을 과연 의대 교수나 전공의, 학생들이 수용할 수 있겠나. 이번에도 지난 수요조사처럼 정작 당사자들은 참여하지 못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결정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국토부가 고속도로를 몇 개 건설한 것인지를 각 건설사에 물어보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확대하는 정원을 당장 2025학년도에 적용할 만큼 우리나라에 긴급한 의료 상황이 지금 발생한 것인가. 10년 후를 준비한다고 하는데, 10년 후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서두를 일이었나"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학 총장들의 제안에 앞서 정부와 물밑 작업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됐다.


지역의대 B학장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당장 4배 증원도 자신있다고 인터뷰한 충북대 총장이 이번에는 정원을 줄여달라고 건의했다"며 "정부가 실제로 주도하면서 매번 대학 총장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 수요조사도 총장들이 신청하는 형태였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의중이 다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0명이든 1000명이든 정부는 강행할 것이고, 5월 말에 각 대학이 내년도 모집 요강을 공개하면 그것으로 게임은 끝나게 된다. 정부는 뜻을 어찌 됐든 관철한 것이니 승리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와 학생들은 올해 내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교수들도 대거 사직하면서 우리나라 의료는 정말 OECD 평균 의료로 갈 것"이라고 한탄했다.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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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석 04.27 20:53
    의대정원문제 때문에 국힘당은 총선에서 폭망했고 윤통은 권력누수현상과 거대야당의 의회독재로 한국은 폭망했다

    고 본다
  • 국민 04.27 13:06
    무조건 증원시키고 의사회를 손보는것도 필요하다 의사회 몸집이 너무거대하다 그리고 안하무인격이다
  • 증원찬성파 04.26 11:11
    윤정권이 정치적으로 의대증원을 이용했지만, 증원은 국민 모두의  찬성이므로 단계적 증원으로 이 사태를 마무리해 주세요.
  • 아주조아 04.25 19:58
    애초 김건희 주가조작과 디올빽에 쏠리는 국민시선 돌릴려고 의사를 끌어들여 악마화 하는 정권의 개수작이다
  • 조지 04.25 19:32
    작금의 의대 입학정뭔 증원은 우리의 국내시장만을 생각하면 다소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AI시대 사라질 직종의 인력을 의료계에 증원해서 10년후 외국시장에도 눈을 돌려야합니다. 지난 시절 광부와 선원들과 간호사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국가발전에 헌신했고, K팝 가수들을 세계적으로 젊은 이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의사들도 한국 국가 브랜드를 더 높일 때가 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의료와 손기술은 외국보다 특출하고, 의사들은 심의의 마음도 있습니다. 글로벌적으로는 의료혜택을 받지못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제 동시 통역기가 개발되면서 현지어를 익힐 필요도 없습니다. 의료기술과 뜨거운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 어이구좀받아라 04.25 09:44
    쫌 받아들여라 인간들아

    너네 가족들도 환자 가족들 처럼 아프고 치료 못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스믈스믈올라오기 시작한다
  • 뽈뽀리 04.25 08:39
    복지부 직원들이 댓글다느라 고생들 하네요.

    아무리 밥그릇이 중해도 댁들도 환자됩니다.

    이나라의 의료시스템을 개판으로 만든 그 후폭풍의 댓가는 그대들이 다 가져가길 애써 빌어봅니다.
  • ㅌㅌㅌㅌㅌ 04.25 08:33
    "10년 후 준비를 이리 급하게 해야 하나"라니, 이 의사들 정신이 있는건가 없는건가. 10년이면 멀지도 않았구만, 지금 신입생들 입학해서 의사일 할 수 있을만큼 키우면 10년 간당간당한데, 그렇다면 당장 준비하는게 맞지. 아니, 오히려 너무 늦었네. 도대체 왜 문재인이 증원한다 할 때 반대한거야?
  • 어이없네 04.25 06:58
    의새들이 나라를 말아먹을 작정이네 대국민 협박이나 일삼고.. 국민은 안중에도없고 지들 하고싶은대로 행동하고 사직서낸것들은 하루종일 정부비난하는 댓글부대로 나서고.. 이것들이 돈에 환장해서 제정신이 아니네 법대로 강력처벌만이 답이다
  • 헐 ? 04.25 06:26
    온동네  갈등만 조장하는 정부 ?이게바람직한 정부역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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