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ESG 경영' 열풍…공감대 확산·해법 모색
대한병원협회-데일리메디 'ESG 포럼' 성료, 각계 전문가 '중요성·필요성·방향성' 제언
2023.09.18 05:25 댓글쓰기



병원계가 '최상의 치료'라는 기본적 역할을 넘어 ‘사회적 가치 실천'이라는 한 단계 높은 지향점을 추구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ESG 경영’ 패러다임에 순응하기 위해서다. 보건의료 문화를 선도하는 데일리메디(대표 안순범)는 대한병원협회(회장 윤동섭)와 지난 9월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2023 병원 ESG 포럼'을 개최했다.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세미나 프로그램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포럼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의료기관 ESG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시각을 제시했다. 특히 행사장은 일찍이 만원 사례를 이루면서 병원계 ESG 열풍을 방증했다. [편집자주]


대한병원협회 박진식 사업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의료기관이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지구, 환경,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안전 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병원들은 기업만큼 적극적이지는 못했다”며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일리메디 안순범 대표는 “의료폐기물, 에너지 절감, 의료봉사 등 ESG 관련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의료기관도 선제적인 대응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비재무적인 가치에서 병원계도 강점을 갖고 연계할 수 있는 점들이 많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병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향해야 하는 사안들이 논의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관-ESG 경영, 밀접한 상관성 


첫 번째 세션에서는 ‘지속 가능 경영을 통한 병원 혁신’을 주제로 이원기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 원장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광점 전문위원이 기조강연을 펼쳤다. 


이원기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 원장은 ESG가 의료기관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리베이트’, 의료폐기물 불법 폐기, 채용비리 등의 이슈로 보건의료계도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ESG는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해당 조직, 병원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행동주의로서 확장되고 있다”며 “파트너십 결정 시 ESG 구축 여부가 평가의 잣대로 활용되고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직원을 비롯해, 환자·보호자·간병인·협력업체·지역 등과 다양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바람직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피력했다. 


 "우리나라 특성 고려 ESG 제도 필요"


김광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전문위원은 ‘의료기관 ESG 경영과 국민보건 향상’을 주제로 발표하며 “우리나라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ESG 제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병원계는 ▲의료서비스 수요 감축 ▲의료서비스 수요와 공급 균형 ▲탄소배출 감축 등 세가지 차원에서 지구를 보호하는 ESG를 실천할 수 있다. 


전세계적 흐름인 탄소배출권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다.


구체적으로는 보건의료 분야 탄소배출량 측정시스템 구축,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 시스템 전환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병원 경영서 중요하고 비중 커지는 'ESG'


삼성서울병원 이형배 행정부원장은 병원 경영에서의 ESG 중요성과 향후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형배 행정부원장은 병원계 현안으로 ▲온실가스 배출 ▲의료폐기물 처리 시설 부족 ▲의료진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 증가 ▲간호인력 이탈 ▲긴 대기시간으로 인한 환자 만족도 저하 등을 꼽았다.    

  

아울러 이런 문제를 ESG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은 재활용과 사회공헌활동을 연계해 의료폐기물을 저감했고 분리배출시범사업을 시행해 65톤을 절감했다.


또 의료진 안전확보를 위한 신속 대응체계·보호 프로그램 및 조직을 구축하고 간호사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이형배 행정부원장은 “병원의 ESG 실천은 모든 종사자 행복 실현과 환자에게 보답하기 위한 노력이자 미래세대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토자 하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ESG 성공 여부, 구성원 공감이 관건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은 “중소병원도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높인다면 ESG를 실천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세종병원은 직원 동참을 위해 ESG 로고와 영상 뉴스도 제작해 자체 홍보에 나섰다. 노사가 지난 2021년 10월 생태·기후위기 대응 실천을 위한 공동 선언을 하기도 했다.  


의료폐기물 중 일회용 가운에 집중,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면서도 재활용이 가능한 가운을 도입하고, 건물 리모델링 시 병원 가구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했다.


디지털 전환이 ESG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종이 사용을 70% 절감하기도 했다. 


의료기관 ESG, 생존전략 아닌 당위적 실천 방안


‘의료기관 ESG경영 미래와 전망’을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세션에서는 대정요양병원 이지원 병원장과 고려대의료원 안효현 사회공헌본부장이 실질적인 ESG 실천 사례를 소개했다. 


이지원 병원장은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자발적으로 ESG를 실천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데 우선 순위를 뒀고, 그 결과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대정요양병원은 2017년 ‘안전관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직원들이 먼저 안전 위험을 감지하고 개선토록 하는 게 핵심이다.


환자 골절을 유발할 수 있는 복도에 흐른 물을 닦게 하고, 치매환자가 떨어질 수도 있는 창문 간격을 조정하고, 고객이 부딪힐 수 있는 투명 문에 안내 스티커를 부착한 게 대표적 사례다. 


그는 “한적한 시골에서 생존 전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의료기관 ESG는 해야하는 일을 제대로 해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탄소배출 밀접 의료기관, 상급종합병원 최초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시작 


고려대의료원 안효현 사회공헌사업본부장은 그동안 진행해온 ESG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고려대의료원은 지난 2021년 의료원장 직속 사회공헌사업본부를 출범시켰다.


안 본부장은 “의료기관은 탄소배출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CT·MRI 등을 안 돌릴 수는 없기 때문에 폐기물을 줄이는 방면으로 접근했다”고 소개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상급종합병원 최초로 의료폐기물 분리 배출 사업을 실시했다. 의료행위와 무관한 폐기물이 혼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사회공헌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고려인과 현지인들에 대한 의료지원, 2021년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에 최초로 의료지원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도 대구 생활치료센터·계명대동산병원에 서울 사립대병원 최초로 파견에 나서기도 했다.  


재사용 의료가운·의료폐기물 처리·친환경 소재 사용···기업과 의료기관 만남  


세 번째 세션에서는 ‘의료기관 지속 가능 경영 사례’를 주제로 산업계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의료기관 세탁·멸균 서비스 전문기업 스테리케어 전진학 컨설턴트는 미국 현지에서 줌(ZOOM)으로 발표에 나서, 국내 최초 재사용 의료가운을 개발한 사례를 소개하고 필요성을 알렸다. 


스테리케어의 ‘ReGen75’는 폴리에스터 극세사를 사용하고 초발수 및 방수, 대전방지가공이 가능한 원단으로 제작됐다. 75회 이상 세탁 후에도 혈액 및 감염원에 대한 보호 기준을 충족한다.


국내서는 부천세종병원·인천세종병원의 수술실, 혈관촬영실, 내시경실 등에서 이 재활용 수술 가운을 공식 가운으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아이비티그룹 박민규 대표이사는 의료폐기물 처리 실태를 설명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대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의료폐기물은 22만톤으로 집계됐다. 이중 멸균분쇄되는 비율은 1740톤으로 0.8%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는 멸균분쇄 기능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의료폐기물 특성상 건조되지 않으면 새로운 감염원이 될 수 있고 제대로 분쇄하지 않으면 재공정해야 하고 2차감염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이크로웨이브 멸균분쇄시설 등을 적극 도입하는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는 30년 전 개발된 특정사 기기로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며 국가 산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친환경 소재 사용 등 ESG를 적극 실천 중인 뷰티업계 인사도 조언을 건넸다.


국민 립밥으로 유명한 ‘유리아주 스틱레브르’를 화제 상품 반열에 올린 장본인인 최유진 위드뷰티 대표는 의료기관에서 적용 가능한 ESG 사례를 소개했다. 


최 대표는 “사용하는 제품을 바꾸는 것 만으로도 환경 문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기업들과의 협력을 제안했다. 


일례로 삼성은 파타고니아와 함께 세탁 시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최대 60% 줄이는 기능을 탑재한 세탁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또한 한림대성심병원과 노루페인트가 협력, 항바이러스 페인트로 병원을 도장한 사례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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