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 소아 응급의료···'획기적 대책' 절실
근본 원인은 절대 부족한 '의사'···집중 진료·타병원 의료진 당직 등 제시
2023.09.05 06:52 댓글쓰기

소아청소년과가 응급의료 현장에서 야간이나 휴일에 부모들이 아픈 아이를 업고 병원을 찾아 헤메야 하는 소위 '뺑뺑이' 상황으로 신음하고 있다. 


문제는 극심한 업무환경과 함께 열악한 처우로 인해 젊은 의사들은 외면하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소아환자 야간진료를 포기하면서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서울특별시병원회(회장 고도일)와 데일리메디(대표 안순범)는 지난 8월 31일 소아 응급의료 전문가 및 보건복지부, 서울시와 소아환자 응급의료 개선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책간담회는 의료진 수급 등 현재 상황을 살펴보고 야간 및 휴일 포함 응급의료 전달체계, 진료환경 개선책 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의료계는 소아 응급의료(야간, 휴일 포함)가 회복 불능 상태로 악화되기 전에 단기 처방을 포함한 획기적인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하는 데 공감하는 모습이다.


국내 상급종합병원은 대부분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서 119 등을 통해 환자들을 받는 상황이 빈번하다.


문제는 응급실에 근무하면서 1차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대다수 대학병원들도 소청과 전공의가 없어 교수들이 당직을 서야만 운영이 되는 게 현실이다.


코로나 종식되면서 소아 환자 증가, 치료할 응급실은 감소···업무 고되 간호사도 이직 증가


코로나가 종식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소아 환자들이 예년보다 늘어났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소아 응급 환자는 약 30~40% 가량 늘었다. 반면 소아 응급환자를 치료할 응급실은 줄었다.


김도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가 섞여서 응급실에 오고 있다”며 “전공의 등 태도 역시 옛날 같지 않은 상황에서 중환자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생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병상이 다 차고 부득이하게 수용 불가를 요청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며 “우리 병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소아 응급환자가 몰리는 아산, 세브란스병원도 공통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간호사들도 환자 폭증 이후 이직이 잦다”면서 “소아 응급환자를 돌볼 응급실 축소, 전공의 부족, 경증과 중증 환자가 섞이는 상황, 응급실 근무 부담 등 문제가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야간에 굉장히 힘든 상황을 거치고 다음날까지 진료를 하는 것들이 전반적인 지원 기피로 이어지고 있고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적 불균형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응급실 근무에 대한 부담, 소아 환자에 대한 부담까지 함께 견뎌야 하는 셈이다. 소청과 전문의들의 경우 응급실 근무 및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큰데, 법적인 보호까지 미비해 꺼리는 분위기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차원 다른 투자나 인력 집중 등 파격적 대책 없으면 회복 불능


현재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지원이 급감하고 있고 응급실 문제까지 대두 되면서 일부 병원들은 자체적으로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지원에 나서려고 하는 모양새다.


최근엔 정부 차원에서도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지정을 통해 사후 입원관리료, 의료적 손실을 보상 등 관련 사업도 진행 중이다.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이 지정된 상태다. 


이 외에도 서울시는 서울형 야간 소아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8곳의 소아과를 지정해 지원 중이다. 전국 지자체에서도 소아 응급 인력에 대한 도움을 위해 다분히 노력 중이다.  


하지만 여러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역적 불균형이 심하고, 응급실 인력 문제도 해결이 됐다고 보기엔 뺑뺑이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력 확보 등을 위해 보다 파격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해결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소아 의료진을 모아 한 곳에서 집중 진료, 타 병원의 소아과 전문의의 당직화, 인력 확보를 위한 천문학적인 재원 투자 등이다.


타 병원 전문의의 경우 하룻밤 당직비를 충분히 배정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병원 응급실, 시스템에 익숙한 전문의가 주말, 또는 밤 특정 시간대 일을 하도록 하는 방법 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도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선택과 집중 얘기를 하고 싶은데 상당히 위험한 얘기일 수도 있다”면서 “필요한 사람들을 원하는 위치에 모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문제인게 인력인데 국민들도 알고 있고 복지부에서도 예산을 많이 증액하고 있지만, 사실 현장에서는 이 정도로는 안 되겠다는 이야기가 중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인 허들이 있겠지만 타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를 일요일 등 오프 때 모교 병원 응급실 근무 등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라며 “유인책이 커야 되고 당직비도 많아야만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그러니까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좀 모아야 된다. 소아과 전문의 5명에게 야간에 당직을 서라고 하면 힘들기 때문에 10명~15명 만들면 여유가 있기 때문에 운영이 가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응급실에서 소아를 보지 않는 병원들에 대해 별도로 처분을 할 것이 아니라, 응급실에서 소아를 보려고 하는 병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등 힘을 한 곳에 쏟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안 보겠다는 응급실은 건드리지 말고 보려는 응급실, 병원에 정말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한다”며 “싱가포르의 한 병원은 응급실에 소아가 하루 900~1000명이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소아 응급의료는 적합한 병원 집중 지원 등 정말 파격적인 대책이 없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다. 획기적인 결정 없인 굉장히 힘든 시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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